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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처벌위주 '뒷북관행' 문제없나?

입력 2014-06-27 09:56:15 | 수정 2014-06-27 10:43:30

제재심의위의 심의 연기 결정에 대한 금융당국의 처신이 도마 위에 올랐다.

금융감독원은 26일 제재심의위원회에서 올 초 불거진 개인정보유출 등 굵직한 안건에 대해 15개 금융사, 전현직 임직원 220명에 대한 제재 안건을 심의·확정할 계획이었으나 금융사 임원들의 소명시간이 예정보다 길어지면서 다음달로 제재심의위를 연기했다.

제재심의위는 이날 오후 2시30분부터 약 6시간 가량 마라톤회의를 갖고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과 이건호 국민은행장 등 KB임직원에 대한 징계수위를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임영록 KB금융 회장과 이건호 은행장을 포함한 징계 대상자 수십 명의 소명을 듣느라 시간을 많이 허비했다. 물론 충분한 소명기회를 준 것은 바람직한 일이겠으나 경영공백을 뒤로한 채 징계대상자 등 관련 임직원들이 교무실에서 선생님한테 줄 서서 혼나듯 차례를 기다리며 여의도에서 시간을 보낸 것에 대한 지적도 만만치 않다.

   
▲ 최수현 금감원장. 제재심의위는 이날 오후 2시30분부터 약 6시간 가량 마라톤회의를 갖고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과 이건호 국민은행장 등 KB임직원에 대한 징계수위를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뉴시스

또 당국의 처벌 위주의 권위 세우기에 여론도 점차 반감을 가지는 분위기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회장과 은행장 등 경영진을 동시에 중징계하는 것은 금융지주의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대외신뢰도를 추락시키는 등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라며 "옥석도 제대로 구별하지 않은채 중징계부터 하려는 것은 금융지주사의 경영을 어렵게 할 뿐이다"라고 꼬집었다.

또 한 관계자는 "모든 부실 감독의 책임을 경영진에게만 떠넘기는 양상이다"라며 "금감원의 감시·감독 업무에는 문제가 없는지 검사는 누가 하는가"라며 소신을 밝혔다.

이러한 분위기를 파악해서인지 금감원은 이날 징계해당자에게 예상보다 많은 소명 시간을 할애했다.

이날 제재심의위는 15개 안건 중 단 6건만 심의 의결했다. 중요한 안건인 KB금융은 소명만 듣고 끝냈으며 자살보험금 지급 여부와 관련한 ING생명에 대한 제재는 논의도 못했다. 개인정보유출문제도 다음달로 밀렸다.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17일 기자들과 만나 KB금융 징계와 관련해 "금융질서 확립을 위해 법과 원칙에 따라 제재를 엄정하게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제재심의위에서 이뤄진 적극적 소명을 청취한 위원들은 의견차가 나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다음달에 열릴 제재심의위에서 징계 수위에 있어 당초 예상과는 다른 결과도 추측된다. 

제재심의위원은 9명이다. 위원장인 최종구 금감원 수석부원장과 금감원 법률자문관, 금융위 국장 등 3명이고 당국의 추천을 받은 대학교수, 변호사 등 민간위원 6명으로 구성된다.

한편 제재심의위원회는 그룹 대주주 일가와 임원들에게 거액을 불법 대출해준 효성캐피탈에 대해서는 '기관경고' 수준의 중징계를 확정했다.

효성캐피탈의 전·현직 대표이사 두 명은 중징계인 '문책경고'를, 조현준 효성 사장과 조현문 전 부사장, 조현상 부사장은 경징계인 '주의적 경고'를 받았다.

효성캐피탈은 2004년부터 2010년까지 대주주 일가와 임원 10여명에게 4300억원을 대출해주면서 이사회를 소집하지 않는 등 부당 대출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금융당국에서 중징계를 받은 금융사는 일정기간 대주주 적격성 요건을 잃게 돼 타 금융사를 자회사로 편입할 수 없다. 또 임직원이 중징계를 받을 경우 일정기간 금융사 임원으로 선임될 수 없다. [미디어펜=장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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