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 전 권익위원장 10일 기자회견, 자신 첫 제안 김영란법 원안 수정 후퇴 "아쉽다"
적용범위, 유예시기, 선출직 공무원 법 적용 제외 등 각계에서 법 개정 요구 확산 가능성
[미디어펜=이서영기자]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은 자신이 첫 제안한 일명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아쉽다", "놀라워"라는 단어를 쓰며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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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이 국회가 처리한 김영란법이 졸속입법 및 위헌논란을 빚는 것과 관련해 10일 오전 서울 신수동 서강대학교 다산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회적 합의를 위해 침묵을 깼다./연합뉴스 | ||
김 전 위원장이 기자회견을 자청해 자신의 입장을 밝힌 것은 김영란법이 국회에서 통과되자 위헌소지 여부가 불거지자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길 바라는 마음에서 침묵을 깬 것이다.
지난 3일 김영란법이 국회를 통과하자 이틀 뒤인 5일 변호사협회가 김영란법에 관한 헌법소원심판청구서를 헌법재판소에 제출하면서 위헌 요소와 정당성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강신업 변협 홍보이사는 "김영란법은 5000년 역사 속에서 계속된 고질적 병폐와 부패를 끊는 의미있는 법이지만 위헌 요소가 있다"며 "정당성의 문제가 있어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변협에 문제점으로 꼬집은 것은 언론사가 대상에 포함된 김영란법 제2조다. 이 법률이 자칫 공권력에 의한 언론 통제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 때문이다. 또한 부정청탁을 금지한 제5조도 헌법상 형벌의 명확성 원칙에 위배될 수 있다는 점이다.
김 전 위원장은 기자회견 서두에서 "자신이 첫 제안한 원안이 일부 후퇴돼 아쉽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그의 지적을 보면 몇 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우선 김 전 위원장은 금품수수 부문에 대해 "100만원 이하 금품수수 직무관련성 요구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의 입장에서 볼때 어떤 행위가 부정청탁에 해당하는지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에 명확성이 불투명하다는 변협의 주장과 일치된다.
또한 적용범위에 대해서는 "적용범위 확대를 비판하고 싶지는 않다"며 "언론, 사립학교 추가는 위헌이라고 생각 안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언론과 사립학교가 대상에 포함된 것에 대해서는 "뜻밖에 언론사와 사립학교가 포함돼 깜짝 놀랐다"고 전했다.
김 전 위원장은 "언론의 자유는 특별히 존중돼야 할 가치"라며 "언론의 자유가 침해되지 않도록 특단의 조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김 전 위원장은 적용 대상 중 가족의 범위가 배우자로 축소한 것에 대해서도 아쉽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배우자나 직계 혈족 자매는 같이 살지 않아도 해당하는 것이었는데 배우자로 축소됐다"며 "전직 대통령의 자녀와 형님 문제된 사례도 있다"며 아쉬움을 전했다.
이어 김 전 위원장은 "빽 사회, 브로커 설치는 사회를 개선하기 위한 것"이라며 국회의원이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 것에 대해서는 "국회의원의 브로커화를 용인하는 결과로 초래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영란법에서 말하는 공직자의 대상에는 △국가공무원법 또는 지방공무원법에 따른 공무원, 다른 법률에서 공무원으로 인정한 사람 △공직유관단체 및 기관의 장과 그 임직원 △각급학교의 장과 교직원 △언론사 대표자 및 그 종사자 등이다.
100만원 초과 금품 수수 시 직무관련성 및 대가성을 물문하고 형사처벌하며 100만원 이하 땐 금품수수 직무관련성이 있으면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
김 전 위원장이 원안에 일부 후퇴한 것 중 이해충돌 방지규정이 제외된 점을 아쉬워 했다. 그는 "당초 원안에는 부정청탁금지, 금품수수금지, 이해충돌방지 등 세가지 규정이 있었지만 2개만 통과됐고 공직자의 사익추구를 금지하는 이해충돌 방지규정이 빠졌다"고 비판했다.
여기에 김영란법이 1년 6개월 시행을 유예한 것도 원안 취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했음을 토로했다.
이번 김 전 위원장의 기자회견에 의해 김영란법 대상범위 확대와 유예시기, 선출직 공무원 법 적용 제외 등 논란과 위헌 소지가 있는 부분에 있어 법 개정 요구가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앞서 시민단체에서도 법 개정을 요구하는 성명을 내놓은 바 있다.
한편, 김영란법은 지난 3일 국회를 통과했다. 공포된 날ㄹ로부터 1년 6개월의 유예 기간을 거쳐 내년 9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