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사 사욕에서 비롯된 석 달 간의 국력 소모 망국병 원인은 언론
   
▲ 박한명 미디어그룹 '내일' 대표·미디어워치 온라인편집장
검찰이 조선일보가 제기한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처가와 넥슨 간 부동산 거래 의혹을 수사한 결과 정상적인 거래라는 결론을 내렸다. 검찰 특별수사팀은 30일 "우 수석 처가와 넥슨의 부동산 거래는 자연스러워 보인다"고 밝혔다. 진경준 전 검사장이 둘 사이에 다리를 놔 준 것 아닌가 하는 의혹도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이 진경준과 넥슨 김정주를 불러다 수사했지만 모두 그런 사실이 없다고 진술했다. 우병우 죽이기에 올인했던 세력은 마음에 안 드는 결과가 나왔을지 모르겠지만 이건 처음부터 예상됐던 결과다. 애초 조선일보가 의혹을 제기할 때부터 근거라는 게 부실하기 짝이 없었다. 

조선일보가 합리적 의심이라고 들이댔던 근거라는 게 고작 세 사람이 서울대 동창에 학번이 어떻고 선후배 관계가 어떻게 엮여 있다는 것이었다. 처가가 세금 문제로 빨리 땅을 팔아야 할 처지였는데 하필이면 왜 그때 넥슨이 나타나서 땅을 사줬냐, 진경준이 개입한 것 아니냐, 그런 식이었다. 

그 밖에도 자잘한 의혹들을 긁어다 조선일보와 한겨레신문 등이 정황상 그럴듯하게 추리소설을 써댔지만 모두 정황이 의심스럽다는 것 뿐 증거는 하나도 없었다. 우병우 진경준 김정주 당사자 모두 아니라고 했다. 사실 우 수석 처가의 농지법 위반이며 군복무 아들 꽃보직이며 처제 국적까지 잡다한 의혹들을 고구마줄기처럼 캤던 것은 부차적인 문제에 불과했다. 

넥슨과 땅 거래에 아무 문제가 없자 어떻게든 우 수석을 쓰러뜨려야 하는 쪽에서 크든 작든 근거들을 있는 대로 주워 모아야 할 필요성이 있었을 뿐이다. 이건 그만큼 조선일보가 처음 제기한 의혹이 무리한 것이었음을 의미한다. 

만일 조선일보가 합리적 의심을 제기하는 차원에서 멈췄다면 어땠을까. 언론의 상식적인 의혹제기로 납득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조선일보는 선을 넘어 폭주했다. 이후에도 온갖 잡스런 의혹에까지 집요하게 매달렸다. 그렇게 무리수를 자꾸 두다보니 많은 국민들은 조선일보가 초조해하고 뭔가 의심스럽다는 느낌을 받을 지경까지 갔던 것이다. 

   
▲ 검찰이 조선일보가 제기한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처가와 넥슨 간 부동산 거래 의혹을 수사한 결과 정상적인 거래라는 결론을 내렸다. 어찌 보면 지금 국회 파행 이 난리통도 조선일보의 우병우 의혹과 무관하다 볼 수 없을 것이다. 야당과 좌파언론이 지금도 말끝마다 물고 늘어지는 인물이 우 수석 아니던가. 그 원인을 제공한 것이 조선일보였다. /사진=연합뉴스

조선일보가 벌인 석 달 간의 블랙코미디

조선일보는 좌파언론과 마치 짜고 치는 고스톱처럼 역할 분담을 하는 듯한 인상마저 줬다. 게다가 송희영 전 주필의 비리 의혹까지 터지면서 세간에는 '조선일보가 우병우를 반드시 죽여야 했던 이유가 있었다'는 불신까지 크게 번졌다. 고정 독자층과 많은 국민들은 우병우를 죽이려다 스스로 추락하는 조선일보 모습에 크게 실망할 수밖에 없었다. '부패 기득권 세력'으로 지목당한 후 사과는 또 얼마나 부실했나. 눈에 잘 띄지도 않는 몇 줄 사과에 독자들 항의가 빗발치니 양상훈 주필이 나서서 사과인지 반성인지 변명인지 잘 모를 궁색한 칼럼을 쓰는데 그쳤다. 

송 전 주필 의혹엔 침묵으로써 자체 쉴드까지 치는 희한한 꼴까지 보였다. 그렇게 엉거주춤한 자세로 대충 뭉개고 오다 넥슨 땅 거래에 문제가 없다는 어제 검찰 수사결과까지 이른 것이다. 이 과정에서 조선일보가 국민에게 준 것이라곤, 부패 기득권 세력이란 표현이 어쩌면 그리 과한 것이 아닐 수도 있다는 씁쓸한 결론뿐이었다. 

어찌 보면 지금 국회 파행 이 난리통도 조선일보의 우병우 의혹과 무관하다 볼 수 없을 것이다. 야당과 좌파언론이 지금도 말끝마다 물고 늘어지는 인물이 우 수석 아니던가. 그 원인을 제공한 것이 조선일보였다. 우 수석 처가 땅 의혹이 언론으로서 정당하고 상식적인 의혹제기가 아니었다는 것은 그 과정이나 수사 결과가 모두 증명하고 있다. 

중국 베이징 나비의 날개 짓이 미국 뉴욕에 큰 폭풍우를 몰고 온다지만, 조선일보와 같은 거대 언론사가 헛발질을 하면 이 나라에 어떤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지도 성찰하게 만든다. 거대 언론사가 사심 가득한 목적으로 공익이란 껍질을 뒤집어쓰고 벌인 뻘짓 하나가 작금의 이 정국에까지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는 생각에까지 미치면 이보다 더한 블랙코미디가 있을까 싶어 허탈감마저 들 지경이다. 언론이 거의 석 달 여를 엄한 목적으로 엄한 사람 조지자고 벌인 그 결과는 이 나라에 과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나.

'조선일보 게이트' 조선일보가 풀어야

우 수석 처가의 땅 거래가 아무리 의심스럽다고 해도 정상적인 거래라는 검찰 수사 결과를 의심할 이유가 없다. 당사자들이 모두 부인하고 수사해서 나온 증거도 없으며 의혹을 좋아하는 언론조차 새로운 의혹을 제기하지도 못한 사건이다. 그렇다면 속으로는 아무리 불만이라도 수사 결과를 받아들여야 한다. 우 수석 사례 뿐 아니라 모든 사건 사고도 마찬가지다. 이점에 대한 기본적인 사회적 합의마저 지켜지지 않는다면 그 사회는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필연코 망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포털이 주요뉴스 등 대문짝만하게 건 기사들에 달린 댓글을 보면 기가 막힌다. 또 다른 음모론을 퍼뜨리고 정부와 검찰을 향해 저주와 악담을 퍼붓고 있다. 우 수석 비난은 물론이요 '박근혜를 탄핵시키자' '예정된 수순' '권력의 시녀가 된 검찰' 등 온갖 비난과 욕설이 가득하다. 비이성적인 맹신 맹목적 증오가 이성을 뒤덮는 세상, 과연 네티즌과 국민 탓만 할 수 있나. 

대한민국 대표 언론이라는 조선일보는 자신들의 날개 짓이 대한민국 사회를 어떻게 만들 수 있는지 성찰이 필요하다. 물론 조선일보만의 문제는 아니다. 그래도 '조선일보가 우병우 민정수석을 잘못(?) 건드린 죄로 송희영 주필이 오히려 목이 날아가는 쓴 맛을 단단히 보았다'는 헛소리나 갈겨대는 좌파언론과는 달라야 한다. 기자들이 진상조사를 요구했다는 기사를 접한 이후 필자는 조선일보가 내부 몇몇 사람을 인사했다는 것 외에 어떤 조치를 취했다는 소식을 듣지 못했다. 

조선일보 독자권익보호위원회에서 나온 지적들은 또 어떻게 반영됐는지 그 소식도 들은 바가 없다. 조선일보가 무엇을 망설이는지 아니면 시기를 기다리는지 필자로선 알 수 없다. 그러나 자신들이 뿌린 씨는 스스로 거둬야 한다. 

"본질은 넥슨과의 땅 거래"라며 그동안 그토록 집착했던 우 수석 처가 땅 매매 의혹이 사실이 아님이 밝혀졌다면, 소위 조선일보 게이트라 불리는 우 수석 보도 일련의 과정에 대한 진실을 소상히 밝혀야 한다. 그리고 진솔한 사과가 뒤따라야 한다. 그래야 1등 신문 조선일보다운 것이다.  /박한명 미디어그룹 '내일' 대표·미디어워치 온라인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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