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경영 참가 무책임 방만경영 불러…혈세 퍼주고 일자리 줄고
   
▲ 안재욱 경희대 경제학과 교수
서울시 근로자이사제는 노동자의 경영참여의 구체적인 한 방법이다. 서울시에서 시작하는 근로자이사제, 즉 노동자의 경영참여가 바람직한 것인지를 보기 위해 먼저 노사관계가 정확히 무엇인지를 살펴 볼 필요가 있다.

노사관계는 고용자와 노동자간의 계약이다. 그 계약이란 각자가 이익이 있을 것으로 생각하여 쌍방에 의해 형성된다. 전형적인 고용계약은 노동자가 임금을 포함한 어떤 보상체계를 받고 고용자에게 특정 노동서비스를 행하겠다는 약속이다. 노동자는 자기 자신의 노동서비스를 소유하고 있으므로 자신의 노동서비스에 대해서는 권리를 갖는 것은 분명하다. 만일 고용자가 제시한 보상체계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노동자는 자신의 서비스를 철회하면 그만이다.

한편 노동자가 자신의 노동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자리는 자금을 댄 자본가 또는 기업가에 의해서 만들어 진다. 그래서 자본가 또는 기업가가 일자리에 대해서 권리를 갖고, 그에 대한 경영에 대한 권리를 갖는다. 물론 권리를 갖기 때문에 그에 대한 책임도 전적으로 자본가나 기업가의 몫이다. 

그러므로 결과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는 노동자가 경영에 참가하게 된다는 것은 다른 사람의 권리를 마음대로 처분하는 것이 된다. 그래서 권리도 일종의 재산권이기 때문에 노동자의 경영참여는 자본가 또는 기업가의 사유재산을 제도적으로 침해하는 제도이다. 그러한 침해는 당연히 생산성을 떨어뜨린다. 뿐만 아니라 노동자가 경영에 참여하여 많은 간섭을 한다면 자신의 재산을 투자하여 생산에 참여할 사람이 없게 되어 오히려 일자리 창출이 줄게 된다.   

그리고 경영권이 공유되면 기업의 의사결정이 이윤극대화보다는 경영권을 공유한 집단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다. 이것은 기업의 생존을 불가능하게 만들 수 있다. 기업이 시장에서 생존하지 못하면 자본가와 기업가만이 손해를 보는 것이 아니다. 거기에 몸담고 있는 노동자들 역시 일자리를 잃어 고통을 겪게 된다. 그래서 고도의 종합적인 판단과 실천이 요구되는 경영권은 결코 공유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 중요한 것은 공기업의 방만 경영, 비효율을 제거하는 것이다. 방만 경영과 비효율로 적자가 누적되면 결국 이는 납세자 돈으로 메꿔지게 된다. 이는 국민들에게 피해주는 처사다. 사정이 그러한데 여기에 노동자를 경영에 참여시키는 근로자이사제를 서울시가 도입하면 공기업의 비효율성은 더욱 증가할 것이다./사진=서울시


노동자의 경영참여 주장에는 ‘노동자들은 약자이기 때문에 도움을 주어야 한다’는 온정주의가 자리 잡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그러한 온정주의는 잘못된 것이다.

궁극적으로 노동자에게 임금을 지불하는 사람은 고용자가 아니라 소비자다. 어떠한 기업도 소비자들로부터 거두어들일 수 없는 비용을 계속하여 지불할 수는 없다. 물론 기업인들은 이윤을 얻기 위해서 임금을 포함한 생산요소가격을 소비자들이 최종생산물에 지불할 가격 이하로 가능한 한 낮게 지불하려고 할 것이다. 

그러나 시장이 경쟁적이라면 이윤이 보일 경우 경쟁자들은 노동을 포함한 각 생산 요소에 지불해야 하는 가격을 계속 올리게 된다. 따라서 시장경제에서는 항상 이윤이 위축되고 사라지는 경향이 있으며, 노동자에게 될 수 있으면 낮게 임금을 지불하려는 고용자의 노력은 허사가 된다.

기업의 사적소유가 공적소유에 비하여 경영의 효율성을 증대시킨다는 것은 수많은 이론과 실증 연구에 의해 증명되었다.

그 연구결과들을 요약하면 첫째, 주인 없는 공기업은 비용절감에 대한 경영자의 인센티브를 줄이기 때문에 사기업에 비해 비효율적이고 수익률이 적다. 둘째, 사기업은 공기업에 비하여 파산, 청산, 적대적 인수 합병 등에 의한 퇴출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소유자와 경영자는 더욱 적극적이고 효율적으로 기업을 경영하게 된다. 

셋째, 사기업은 공기업에 비하여 과잉고용, 부적절한 투자 등 비효율의 중요한 원인을 제공하는 정치적 간섭을 덜 받는다. 넷째, 공기업은 정부로부터 직접보조금을 받는 소위 “연성예산제약조건(soft budget constraint)” 하에서 운영되는 것에 비하여 사기업은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더 엄격한 자본시장의 규율을 받아 효율적으로 운영된다.

지금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공기업의 방만 경영이나 비효율을 제거하는 것이다. 공기업의 방만 경영과 비효율로 적자가 누적되면 결국 그 적자는 납세자의 돈으로 메꿔지게 된다. 이것은 국민들에게 피해주는 처사다. 사정이 그러한데 여기에 노동자를 경영에 참여시키는 근로자이사제를 서울시가 도입하면 공기업의 비효율성은 더욱 증가할 것이고, 그로 인해 국민들은 더 많은 피해를 볼 것이다. /안재욱 경희대 경제학과 교수

   
▲ 노동자의 경영참여 주장에는 ‘노동자들은 약자이기 때문에 도움을 주어야 한다’는 온정주의가 자리 잡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그러한 온정주의는 잘못된 것이다./사진=미디어펜


(이 글은 24일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강석호 의원실, 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 주최로 열린 ‘공공기관 근로자이사제 도입, 어떻게 봐야 하나’ 정책토론회에서 안재욱 경희대 경제학과 교수가 패널로서 발표한 토론문 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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