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력 만큼 댓가 받는다'는 보편적 정서…민주화 30년 담론 극복해야
   
▲ 김광동 나라정책연구원 원장
한국이 직면한 상황

2017년 한국은 구조적으로나, 상황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있다. 첫째, 지난 2012년 이래 한 해를 제외하고는 연속 2%대 경제성장률 - 2.3% 2.9% 3.3%, 2.6% 2.6% -이고 2017년도 2.6%로 예상된 것에서 보듯 경제활력과 산업경쟁력, 소득증가 등에서 구조적이고 만성적인 정체가 시작되었고, 향후에도 지속될 전망이다. 한국은 6년 연속 성장률이 세계평균 경제성장률(3.8% 3.0% 3.5%)보다 낮은 구조적 침체상황에 들어와 있다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맞이한 위기의 본질을 보여준다.
    
둘째, 경제성장과 번영과 같은 보수리더십의 가치와 정당성 논리는 더 이상 국민에게 다가오지 않으며, 오히려 양극화만 만드는 이중구조와 격차확대라는 차원에서 공격의 대상만 되고 있다. 나아가 9년에 걸친 보수집권에 따른 피로(fatigue)가 쌓여있는 상황에서 선출된 대통령이 탄핵소추 대상이 되어 있어 정책적 방향 정립과 성장중심적 리더십 회복 여건은 매우 취약하다.
    
셋째, 향후 펼쳐질 대선과정에 보수리더십이 분열된 상황에서 적통을 다투는 내부투쟁(=향후 당권쟁취투쟁 포함)에 들어가 있고, 리더십 재구축의 유일한 방법이 인물주도적 방식임에도 불구하고, 대두된 인물들은 자유보수적 핵심가치를 견지하는 것도 아니고, 대중적 확장성을 가진 것도 아니라는 명백한 사실이다.    

탄핵심판 이후 대선까지

탄핵심판과 대선과정을 포함하여, 2017년 상황전개에 대한 대응방향을 고려할 때 갈 수 있는 방향은 다음과 같다.

구조적 상황극복과 경제산업적 방향전환을 만드는 방법으로 국민적 관심과 인식 재정립의 기반을 만들기 위해 정치일정에 따른 정당별 후보선출 및 대선과정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방향에 있어서도 a. 보수후보의 승리와 b. 보수리더십의 재구축이라는 두 과제를 모두 포기하지 않는 것이여야 한다. 물론 보수리더십 재구축은 마지막 저지선이어야 하고, 그것은 국민 모두의 관심과 사회적 담론형성이 집결될 대선과정을 통해 한국사회가 가야할 방향과 대안에 대한 국민적 합의와 정당 조직을 형성시키는 것이어야만 한다.
    
달리 말하면, 대선이란 정치과정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는 것과 보수후보도 패배하고, 지향가치와 조직적 근거지인 정당과 보수리더십 궤멸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피하는 것이어야 한다. 물론 그 방안에는, 후보추대의 방법이나, 후보주도적 제3지대 헤쳐모여에 있지 않고, 중심적 정당이 주도하는 공정경쟁(Fair Competition)과 담론형성(Debate) 구조확립에 있다.

   
▲ 9년에 걸친 보수집권에 따른 피로(fatigue)가 쌓여있는 상황에서 선출된 박근혜 대통령은 탄핵소추 대상이 되어 있다. 헌법재판소는 이달 수차례 변론기일을 연다./사진=연합뉴스


2017년,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2017년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공통 근거로, 한국사회의 역동성 상실이나 구조적 위기의 본질에 대한 진단이 필요한데, 두 가지로 집약된다고 판단한다.

첫째는 신분사회적 기득권 구조의 고착화 현상이다. 성과와 업적에 따른 가치부여와 보상체계의 불일치 문제이다. 성과주의가 확립되지 않은 사회는 당연히 생산적이지도, 공정하지도 않다. 한국 사회의 역동성을 저해하는 본질이다. 성과와 업적 없이 가져가는 몫이 지나치게 많은 사회는 모두가 신분(합격, 학력과 학위, 공무원, 대기업, 정규직, 자격증)을 확보하려하고 신분(계급)을 확보한 이후에는 성과 없이 신분에서 주어지는 댓가를 누리려는 사회가 되어 있다. 
    
모두가 공무원이 되려하고, 대기업에 들어가려하고, 정규직이 되려하고, 교수(박사)가 되려는 것에는 신분(계급)을 만들겠다는 것이고, 그 신분 획득만으로 기득권 구조가 형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취업준비생의 40%가 공무원시험 준비생이라는 것과 경영 및 사회과학계통의 최우수생들이 공무원, 공기업에 우선적으로 가는 것은 경쟁 없는 독점적 구조에 편입하고자 하는 우리 사회의 단면을 보여준다. 

그런 신분사회에서는 신분과 자격이 평생을 결정짓는 구조이다. 메이저리그처럼 A – AA – AAA – Major 리그로 이어지는 성과(performance)에 따른 상승과 하락의 기회구조가 닫혀있는 것이다. 또 인순이-김완선-김종민으로 이어지는 백댄서출신의 성공이라는 잘하는 사람이 발탁되는 동적구조가 상실되어 있어서 모두가 백댄서로 가지않고 신분(학위, 조직, 계급)을 획득하는데 주력하게 만든다. 그 결과 특정 클래스(신분)를 획득한 사람은 성공이고, 이에 속하지 못한 사람은 주변부에서 살아가야하는 구조적 문제가 한국사회의 역동성을 상실과 공정경쟁 해체의 근본요인이다.       

둘째는 연공서열적 사회와 연고주의적 사회의 확산에 있다. 나이가 계급이고 연공서열과 나이 속에서 권위와 리더십, 보상체계가 연동해 작동되는 구조의 문제이다.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연공서열이라는 봉건적 구조가 가장 강하게 남아있는 사회이다. 이미 노동집약적 산업사회로부터 벗어난 정보혁명적 사회에 있음에도 유교적 장유유서와 나이문화가 가장 심각하게 온존되어 왔다. 업무성과의 차이 없이 250만원을 받는 3년차와 650만원을 받는 30년차 연공서열적 사회구조(평균, 1:3.1)와 성과와 상관없이 60세까지 정년이 보장되는 노동경직성은 생산적이지도, 창조적이지도 않으며, 정의롭지 못한 사회가 고착화되어 있다. 
    
특히 연공서열은 연고주의(nepotism, cronyism)와 연결되면서 연고와 정실로 문제를 풀어가게 됨에 따라 연고를 만드는데 사회적 비용이 집중되고 생산성이 떨어져가게 된다. 끼리끼리, 줄, 파벌, 모임, 교육(동문), 술문화, 관혼상제에의 의무적 참여 등과 같은 사회적 비용과 비효율을 함께 만드는 사회이다. 더구나 정부, 국회 및 사법적 체계에 이르기까지 친소관계와 정실(情實)관계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 사회는 지대추구적 연고만들기에 주력하게 만들고, 그렇지 못한 나머지에게 잘못된 방식으로 불이익을 준다.    

   
▲ 오래 지배했던 민주와 복지확대도 한계에 와있지만 양극화 사회와 최순실로 상징되는 국면에서 '민주(주의)' 대신에 성장, 안보, 자유가치가 대안이 될 것으로 보여지지 않는다./사진=연합뉴스

경제 활력과 제도 확립…민주화 담론 어떻게 극복하나

주어진 2017년 정치일정에서 한국경제의 활력과 경쟁력 제고라는 인식재정립과 제도확립을 위해서는 후보선출과 대선과정의 ‘공정 경쟁과 담론형성(fair competition and debate)’과정을 만들고, 그에 따른 계기적 논쟁투쟁과 담론 주도력 발휘 및 정치조직 형성과 궤를 같이 하도록 해야 한다.     

첫째, 목표는 가치담론의 형성이다. 보수는 성장, 안보, 자유를 가치로 활동해왔고, 상대적으로 진보는 민주, 복지, 평등(격차해소)을 가치로 활동해왔다. 2017년 국면에서 성장, 안보, 자유개념을 가지고 국면을 주도하고 조직을 만들어낼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물론 오래 지배했던 민주와 복지확대도 한계에 와있지만 ‘양극화 사회’와 ‘최순실’로 상징되는 국면에서 ‘민주(주의)’ 대신에 성장, 안보, 자유가치가 대안이 될 것으로 보여지지 않는다. 따라서 자유와 보수는 기존 상황을 돌파하면서도 향후 5년 이상 활용할 수 있는 가치담론을 만들어야 하며, 현재로서 대안담론으로는 ‘공정(fair)’(=공정 기회, 공정 경쟁, 공정 사회')가치가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물론 공정성 문제는 자유경쟁과 공정경쟁에 초점을 맞춰야 하고, 그 대상은 기득권을 타파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그 초점의 두된 대상은 민노총이다. 한국 사회의 기득권 집단이자, 기득권 구조의 본산은 정치권, 공무원 및 공조직과 민주노총 관련조직에 맞춰질 수밖에 없고, 궁극적으로는 일하지 않으면서 누리는 집단이다. 연공서열 해소, 정규-비정규 격차에서 성과중심사회, 정년보장과 해고를 포함한 노동경직성 해소, 연고주의 해체 등을 내용으로 하는 성과중심 사회, 공정 사회의 확립 방향으로 가야할 것이다.  

   
▲ 2017년 대선 과정에서 보수리더십은 어떻게 재구축될까. 새누리당의 향방이 관심의 초점이다./사진=미디어펜


둘째, 권력쟁취와 권력(정부)에의 호소가 모든 활동의 목표로 하는 민주(화) 및 민주화세력이라는 30년 담론을 극복해야 한다. 그 대안으로도 자유보다는 공정이 적합하고 보다 정치적이다. 공정은 경쟁구조와 관련된 것이고, 노력한 만큼 댓가를 받지 못한다는 보편정서와 연결되어 있기에 대중적 동원을 가능하게 만든다. 공정하지 않다는 것은 대중적 힘과 호소력을 발휘한다. 근면, 성실한 사람의 분노를 결집하고, 기회가 열린 공정하고 정당한 사회로 만들어내는데 결집이 이루어져야 한다. 열심히 일하는 사람과 성실하게 세금내는 사람을 결집시키는 것에 있다.
 
예를 들면, 공정과 반대되는 기득권과의 대결이나 복지문제도 a. “노동귀족인 민노총이 한국사회 최대 기득권집단이다” b. “새벽에 출근하는 사람이 새벽까지 술먹는 사람을 위해 일하게 해서는 안 된다”, c. “종이 줍는 할머니를 돕는 것이 복지이지, 집에서 노는 아들에게 수당을 주어선 안 된다” d. “능력 없는 정규직의 정년을 보장하는 사회는 능력 있는 청년을 채용할 수 없다” e. “80년대 운동권의 30년 독점기득권 정치의 청산” f. “복지가 필요한 사람은 피곤하게 일하는 사람들이다” g. "백댄서로 출발해도 성공하는 사회" 등의 담론과 가치형성을 2017년 대선과 보수리더십 재구축 속에 투영해 내는데 있다. /김광동 나라정책연구원 원장


(이 글은 3일 자유경제원이 주최한 ‘2017 전망세미나: 암울한 2017 어떻게 극복하나’에서 김광동 나라정책연구원 원장이 발표한 토론문 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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