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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유착과 정경협력에 대한 오해, 그리고 관치경제
기업을 선두에 두고 개인·기업의 경제적 자유 최대한 보장해야
승인 | 편집국 기자 | media@mediape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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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승인 2017-01-08 09: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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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정욱 대한민국문화예술인 공동대표
가난한 나라가 효과적으로 먹고 사는 법, 정경협력

한국형 민주주의만 있는 게 아니다. 한국형 경제개발도 있다. 한국이 유별나서가 아니다. 대전 이후 독립한 신생 후진국들은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다. 오랫동안 민주주의를 갈고 닦고 산업화라는 과정을 꼼꼼히 진행해 온 서구를 따라가자니 체력이 달리고 자네들 식대로 해보자니 모델이 없다(물론 예외는 있다. 북한이다. 북한은 수십 년 우리식대로~를 외치며 경제를 끌고 왔다. 그리고 그 결과가 지금의 모습이다). 이 고민은 정치가과 기업가들이 같이 했다. 먼저 박정희다. 
 
“지난 날 우리들은 말로만 민주적인 방법으로 나라 살림을 한다고 떠들었지 실속은 남의 나라에서 하는 겉모양만 빌려다 그 흉내를 내 본 데 지나지 않았다. 물론 해방 후 십 수 년 동안 우리나라는 참다운 민주주의를 이룩하기 위해 계속 노력해 온 것이 사실이지만 알찬 결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그런데 이와 같이 좋은 열매를 거두지 못한 중요한 원인을 따져보면 결국 우리나라가 알찬 민주주의의 열매를 거둘 수 있는 바탕과 조건을 스스로 갖추지 못한 데 이유가 있다고 볼 수 있다. 다시 말하면, 민주주의가 성공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본질적인 조건과 바탕이 없이 서양식의 민주주의의 본을 따른다고 해서 상투를 꽂고 있던 우리네가 하루아침에 달라질 리가 있겠는가 말이다. 즉, 역사의 흐름이 다르고 문화가 다르고 살림살이의 형편이 서양의 나라들과 아주 다른, 우리나라와 같은 신흥 국가에서 서양의 민주주의가 지니는 그 본래의 효과가 그대로 나타나리라고 기대한다는 것은 지나친 속단일지 모른다.”

“아시아 여러 나라의 정치적 발전은 경제적 의미 이외에는 아무 조건도 따르지 않는 외국의 원조를 받아서 자유민주주의의 길을 걸을 것인가, 그렇지 않으면 국민 대중을 엄한 규율 밑에 있게 하는 이른바 전체주의의 길을 걸을 것인가에 대한 구구한 입 싸움으로, 아시아에서 자유민주주의는 처음부터 대단히 불리한 조건 가운데 출발한다는 것을 솔직히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어디까지나 우리가 바라는 바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이룩함에 실제로 아시아 모든 사회에 뿌리박고 있는 반민주적인 여러 요소들을 인정하는데 누구보다도 솔직해야 한다고 나는 믿고 있다. 지난 날 아시아에 있어서 민중의 동의에 의하여 정부가 이룩된 바는 거의 없고, 또한 정부의 정책이나 방침도 역시 관대한 아량으로 했다는 아무런 증거가 없었다.” - 박정희, <민족의 나아갈 길> 중에서 -

   
▲ 박정희는 발전을 주문했고 이병철은 돈이 없다고 말했다. 돈 구해오라 돌려 말한 것이다. 그렇게 박정희는 미국으로 독일로 돈을 구하러 돌아다녔다./사진=(우)삼성그룹


다음은 기업가인 이병철이다. 삼성그룹 창업주 이병철은 경제 발전의 고전적인 코스를 밟을 시간이 없다며 순서를 바꾸자고 했다. 공업화를 먼저 하고 대기업에서 중소기업으로 내려가는 방식을 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후진국이 빈곤에서 탈출할 수 있는 현실적이고 유일한 방법이었다.   

전쟁으로 폐허가 된 나라가 혼자 힘으로 일어서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이를테면 주춧돌이 세 개 뿐인 집이어서 필요하다고 괸 돌 하나를 빼면 필시 다른 쪽이 기운다. 돌려가며 괴고 빼다보면 시간이 가고 나중에는 집 자체가 부실해진다. 어디서든지 돌 하나를 구해 와야 하는 게 집 주인의 필사의 사명이다. 주인이 목숨을 건다고 다 되는 건 아니다. 돌 줄 사람이 납득하고 기미가 보인다고 판단해야 돌이 건너온다. 한국경제발전사는 이 난해하고도 피맺힌 기록의 누적이고 결산이다.

박정희는 발전을 주문했고 이병철은 돈이 없다고 말했다. 돈 구해오라 돌려 말한 것이다. 그렇게 박정희는 미국으로 독일로 돈을 구하러 돌아다녔다. 돈을 구해오는 우회적인 방법이 민간 기업의 해외 차관에 대한 정부의 지불보증이다. 대표적인 사례는 현대조선이다. 박정희의 주문에 의해 정주영은 존재하지도 않는 조선소에서 아직 만들지도 않은 유조선을 팔러 다녔다. 그리스 선박 왕 리바노스는 26만 톤 급 배를 두 척 주문하면서 평균 선가船價보다 15% 낮은 금액으로 정주영과 계약을 했고 계약금으로 14억 원을 내놓았다. 리바노스가 생판 처음 보는 동양의 기업가에게 지금 돈으로 560억 원을 내 놓은 건 정부에서 선수금에 대한 원리금 지급 보증을 했기 때문이다. 리바노스는 싼 가격에다 돈 떼일 염려가 없어서 좋았고 정부는 계획대로 조선 산업을 풀어나갈 실마리를 찾을 수 있어서 좋았다. 현대는 뭐가 좋았을까. 공사도 공사지만(배는 만드는 게 아니라 짓는다) 세계 선박산업계의 거물이 정주영에게 배를 주문했다는 사실 자체가 어마어마한 무형의 가치였다. 손해 본 사람? 아무도 없다. 이게 정경협력의 가장 기본공식이다.

   
▲ 정경협력은 박정희 경제성장 모델이다. 그 시대는 갔다. 기업 체력은 좋아졌고 국가에 의존하지 않아도 좋은 상태가 되었다. 이제 개인과 기업의 경제적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는 쪽으로 바꿔야 할 차례다./사진=(좌)미디어펜,(우)연합뉴스


정부는 정부가 잘 할 수 있는 것을 잘하고 기업은 자기가 잘하는 것을 같이 하는 게 정경협력이다. 정부는 잘하는 기업에게 상을 주었다. 그리고 상을 받은 기업은 정치자금을 내 놓았다. 비서실장 김정렴은 자신이 재직한 9년 여 동안 그러니까 72년 유신 때부터 10·26까지 정치자금의 창구는 청와대였다고 증언한다. 

정치자금의 출처도 청와대였다. 후진국이 약탈 정부의 형태를 일시적으로 보이는 것은 당연하다. 돈이 없다. 당도 있고 당원도 있다. 그러나 당원이 있으면 뭐하나 당비를 안 내는데. 정당을 차리면 수십 억 원씩 보조금을 안겨주는 지금의 상황으로 당시를 재단하자면 더 할 말이 없다. 그것은 비난을 위한 비난이다. 그리고 당시에 대해 정경유착이라는 단어를 같다 붙이려면 앞뒤가 안 맞아야 한다. 계속 망하는 데 특혜를 줘야 그때부터 정경유착이다. 박정희가 못하는 기업에게 상 준 사례가 있는가.      

“정부의 중화학 투자 계획은 계획일 뿐이고 실천은 기업이 스스로의 노력과 힘으로 대부분 이루어진다. 이는 정경유착이 결코 아니었고 정경협력의 중요한 모델을 제시한다. 정부는 국방력 증강을 위한 중화학 공업 투자의 필요성, 그리고 한계에 처한 경공업 품목 중심의 수출에서 한 단계 높은 기술과 자본 투자 품목의 개척을 위해 기업을 독려하여 투자하게 기업에 하였고 투자의 구체적인 실행은 정부가 개입하지 않고 기업이 사즉생(死卽生)의 노력으로 스스로 극복하게 하는 것이다. 단, 정부는 중화학 부문 투자의 필요성을 국민에게 설명하는 등 긍정적 사회 분위기를 만들어주고, 기업에게는 적극적으로 투자할 수 있도록 규제를 없애버리는 간접지원의 방식을 택했다. 정부와 기업이 뇌물 등을 주고받는 것이 없으니 정경유착이 아니었고 대신 규제 철폐 등 사업의 자유를 확보해주는 정경협력이라고 할 수 있는 방식이었다. 이러한 정경협력으로 한국경제는 경공업 중심 구조에서 중화학 공업으로 질적 구조적 전환을 이루어내게 된다. 그리고 그 당시의 중화학 공업 투자 덕분에 198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 그리고 지금까지 한국경제는 ‘먹고  살 거리’를 마련하게 된다.” - 김인영 한림대 정치학과 교수 -

김인영 교수는 “사회학자 피터 버거(Peter Berger)는 전 세계에서 정경협력이 부패로 변환되지 않은 성공한 사례로 한국 경제성장에서의 정부와 기업의 정부-기업 협력 네트워크를 들었다. 또한 경제학자 이정훈(Chung H. Lee)은 한국정부와 대기업 사이에 만들어진 산업 네트워크(industrial network)가 전 세계 어디의 경제성장에서도 찾을 수 없는 정부-기업의 긴밀한 협력에 의한 성공을 가져다준 ‘기관’(institution)이자 ‘제도’로 설명하였다.”고 하였는데 이는 정치권력이 토착자본가들이 아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박정희는 가난했다. 가난에 한이 맺힌 인물이었다. 그에게 가난은 기필코 뚫고 나가야 할 절대 악이자 평생의 극복목표였다. 그게 중남미 혹은 필리핀과 우리의 차이다. 가난하지만 지적 능력과 안목이 뛰어난 집단이 정치에 뛰어든 것이 대한민국의 행운이었다. 

   
▲ 박정희의 주문에 의해 정주영은 존재하지도 않는 조선소에서 아직 만들지도 않은 유조선을 팔러 다녔다. 당시 정경협력으로 손해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사진=미디어펜


정경협력의 또 다른 예는, 뭐 굳이 갖다 붙이자면 ‘알선’이다.  
 
“현실에서는 경제가 잘 돌아가려면 정경협력이 필수적이다. IT혁명의 경제에서도 현실적으로 정부와 기업이 협력해야 할 부분이 매우 많다는 것이다. 신장섭은 ‘예를 들어 지역구 의원들이 지역 경제를 살리는 데에 가장 효과적인 것이 기업 투자유치다. 투자가 결정되기 위해서는 해당 의원, 지역 행정기관, 해당 기업 간에 수많은 협의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지적하며 투자 유치를 위한 정치-정부-기업의 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또 ‘기업들도 정부의 협조가 필요한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아프리카에서 자원을 확보하려면 해당 정부를 움직여야 한다. 한국 정부가 나서서 자원 외교를 해주면 큰 힘이 된다. 중국 정부는 자원보유국에 원조도 하고 군사협력도 하는데, 한국만 기업 혼자 다 해결해야 한다고 말하기 어렵다’고 국제적인 투자에서의 정부-기업 협력의 절대적 필요성을 지적하고 있다.” - 김인영 -

정경협력은 관치경제라는 변형으로 남을 수 있다. 김인영 교수는 이렇게 지적하며 그 해결방안도 함께 제시한다. 

“문제의 핵심은 정경유착이 아니라 ‘관치경제’의 지속이다. 왜냐하면 유착의 본질은 관치경제 속에서 대가를 바라는 기업의 선제적 접근이기에 관치경제를 없애면 ‘정경유착’은 자연히 없어지기 때문이다.” - 김인영 -

정경협력은 박정희 경제성장 모델이다. 그리고 그 시대는 갔다. 기업의 체력은 좋아졌고 더 이상 국가에 의존하지 않아도 좋은 상태가 되었다. 정부는 보조하고 기업이 선두에 서는 시대가 온 것이다. 정경협력으로 대한민국은 큰 성취를 이뤘다. 이제 그 모델 대신 개인과 기업의 경제적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는 쪽으로 길을 바꿔가야 할 차례다. /남정욱 대한민국문화예술인 공동대표

(이 글은 자유경제원이 5일 주최한 ‘생각의 틀 깨기’ 제17차 연속세미나 『정경유착이냐, 정경협력이냐: 우리가 정경협력에 대해 착각하는 것들』에서 남정욱 대문예인 공동대표가 발표한 토론문 전문이다.)
[남정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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