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수 구속 사태에도 하만 주총에서 합병한 의결
트럼프 시대를 맞이한 미국 정부 등 승인 남아
[미디어펜=홍샛별 기자]총수 구속이라는 전대미문의 사태 속에서도 삼성이 세계 최대의 전장 기업 하만(HARMAN)을 사실상 품에 안았다.

   
▲ 디네쉬 팔리월 하만(Harman) 최고경영자(가운데)가 지난해 11월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에서 열린 미디어 간담회에서 삼성전자 전략혁신센터 손영권 사장(왼쪽), 전장사업팀 박종환 부사장과 손을 맞잡고 활짝 웃고 있다. /연합

17일(현지 시간) 미국 코네티컷 주 스탬포드 시에서 열린 하만의 임시주주총회에서는 삼성전자의 합병안이 의결됐다. 이로써 삼성전자는 하만 인수의 8부 능선을 넘어섰다.

주총 시작 전까지만 해도 일부 주주의 합병 반대와 집단 소송 등으로 인한 진통이 예상됐었다. 주총 당일 한국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구속된 점도 주주 여론에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섞인 목소리도 있었다.

이날 주총에서는 하만의 전체 보통주 6988만3605주 가운데 70.78%인 4946만322주의 주주가 직접 참여하거나 대리인을 보내는 등 출석해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투표 결과 전체 보통주의 67%에 달하는 4692만1832주의 주주가 찬성표를 던졌다. 반대는 210만7178주, 기권은 43만1312주에 그쳤다. 주주 50% 이상의 동의를 얻으면서 합병 안건은 가결됐다. 주주 가반이 동의함에 따라 반대한 주주들 역시 미국 현지법상 해당 지분을 매도해야 한다.

거래금은 80억 달러(9조2000억원)에 달한다. 국내 기업의 해외 인수합병(M&A) 사례로는 최대 금액이다.

이제 남은 과제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 유럽연합(EU), 중국 등 반독점규제 당국의 승인이다. 반독점규제는 기업 간 M&A로 특정 사업부문·제품에서 독점이 심화하거나 그럴 우려가 있을 때 내려지는 조치다.

삼성전자는 주요국 정부의 동의를 얻어 늦어도 3분기까지는 인수 작업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트럼프 시대를 맞이한 미국 등 반독점규제 당국의 승인은 여전히 변수로 남아 있다.

특히 미국 당국의 승인에서 어려움이 예상된다.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형 M&A를 반대하는 입장을 공공연히 드러내 왔기 때문이다. 게다가 자국 기업을 타국에 넘길 수 없다는 국수주의적 반대 여론이 더해진다면, 또 다른 논란이 일어날 수도 있다.

미 정부의 독점금지규제에 대한 애매한 기준도 불안한 요소 중 하나다. 다양한 측면을 고려해 검토하는 만큼 확실한 기준이 없어 트럼프 정부에서 어떻게 변화할지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삼성이 하만 인수를 통해 진출하려고 한 전장부품사업은 아직 인수합병과 관련된 뚜렷한 판례도 없을뿐 아니라 독점을 판단하는 기준도 불명확하다.

만일 하만을 스피커 등 프리미엄 오디오제품을 생산해 판매하는 가전제품기업으로 분류한다면 삼성전자의 높은 미국 가전시장 점유율이 인수에 걸림돌이 될 거란 전망도 존재한다.

한편으로는 전장부품이 삼성전자가 새롭게 시작하는 사업인 만큼, 독점 논란에서는 자유로울 것이란 예측이 힘을 얻고 있다. 또 변수로 여겨지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에 대해 아직까지는 직접적 언급이 없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한편, 하만은 인포테인먼트, 카오디오 등 전장사업 전문기업이다. 1956년 오디오 기업으로 출발해 1995년 독일의 베커 사가 인수하면서 전장부품 사업에 본격적으로 진출했다. 2015년 매출은 69억1000달러, 영업이익은 6억8000달러에 이른다. 매출의 65%는 전장사업이 차지한다. 전장사업의 연평균 성장률은 9%에 달하며, 2025년에는 1029억 달러(약 118조 3350억원)로 스마트카 전장 시장의 55%를 차지할 것으로 점쳐진다.

삼성전자는 2015년 12월 전장사업팀을 신설, 전장사업을 미래 먹거리로 보고 투자해왔다. 하만은 인수 후에도 삼성전자의 자회사로서 현 경영진에 의해 운영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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