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혁명은 일종의 수술…반민주체제 척결하고 자유민주주의 기틀 마련
『지도자 도(指導者 道)』는 박정희 장군이 1961년 5.16 혁명을 일으킨 직후인 1961년 6월 16일 국가재건최고회의에서 비매품으로 발행한 책이다. 5.16 당시 박정희 장군의 사진을 가장 먼저 싣고 이어서 혁명공약, 혁명구호, 국가재건 국민운동 요강, 지도자의 길(指導者道)을 차례로 설명하고 있다. 이 책에서 박정희 대통령은 “혁명기에 처해 있는 지도자의 도란 영웅적이라야만 한다”면서 “우리 사회가 불타오르겠다는 기름(油)바다라면, 이 바다에 점화 역할을 해주는 것”을 지도자의 역할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편집자 주]

   
▲ 박정희 당시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
박정희 대통령이 직접 쓴 글 『지도자 도(指導者 道)-혁명 과정에 처하여』

“지도자란 영웅적이어야 한다”

금반(今般)의 군사혁명은 일종의 수술이다. 국가가 파멸에 직면하고 국민의 주권이 비참히 유린되었을 때 여기에 일대 수술을 가하여 국가와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소생시키고자 한 것이 이번 군사혁명이다.

1. 서언

누적된 부패와 부정을 물리치며 국내적 대외적인 적의 침략으로부터 조국을 방위하며 국가를 재건하기 위하여 국민과 국군의 총역량을 기울여야 할 이 때에 처하여 무엇보다도 긴급한 문제는 그러한 역량을 옳게 지도해 나가야 할 지도자들의 지도자도(指導者道) 창조와 이의 확립이다. 이와 같은 우리 사회가 요구하고 있는 지도자도의 확립이야말로 무엇보다도 선결돼야 할 과제이다

사실 5·16 군사혁명은 지난날의 우리나라의 모든 지도자라고 하는 자들이 확고한 지도자도를 갖지 못함으로써 국민을 도탄에 빠뜨리게 하고 국가를 누란의 위기에 몰아넣은 결과 불가피하게 취해진 조치였다. 지금 국가재건의 선두에 나서는 우리 지도자들이 또다시 그 길을 그르친다면 국가와 민족을 다시 구해낼 수 없는 마지막 궁지에 몰아넣고 말 것이다. 

이제야말로 국가존망을 판가름 하는 때이다. 국가의 번영과 안전을 가져오기 위하여 우리는 올바른 지도자도를 시급히 확립해야한다. 특히 혁명기에 처해있는 지도자도란 영웅적이라야만 한다. 우리 사회가 불타오르겠다는 기름바다라면 이 바다에 점화 역할을 해주는 신화적 작용이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안일주의, 이기주의, 방관주의 및 숙명론자로부터 탈각하여 피지도자(국민)가 부르짖는 것을 성취하도록 이끌어나가야 한다.

2. 지도자의 성격

지도자의 상대성

피지도자와 그들이 살고 있는 시대를 초월한 절대적 지도자란 신(神) 이외에 인간 중에서는 구해 볼 수 없다. 따라서 인간인 지도자의 가치는 피지도자가 그 시대에 요구하는 것을 어느 정도 응해주는 가에 달려있다. 그리고 요구들은 여러 가지 현실적 조건의 제약 때문에 모두 충족시킬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그럴진대 이 요구와 현실적 조건 간의 간극을 여하(如何)이하여 최소한도로 좁히느냐가 곧 지도자의 지도능력인 것이다.

과거의 지도자

원시, 고대, 중세기를 통하여 지도자의 개념은 시대를 따라 완력(腕力)이 보통보다 강한 자, 체격이나 신체구조가 우수한 자, 또는 일정한 문벌(門閥)이나 혈통을 가진 자, 어떤 영웅의 표준(標準)에 달한 등등으로 변천해 왔다. 그러나 일언(一言)으로 요약하면 후천적인 요소보다 선천적인 요소에 지도자의 자격을 구해왔기 때문에 지도자 됨을 숙명적으로 생각해왔고, 따라서 후천적으로 노력하고 경쟁하는 범위는 넓지 못했다.

그리하여 피지도자는 지도자를 초인간시(視)하고 우상화하며, 신성불가침의 태도를 가지게 되었으며 지도자의 입장에서도 피지도자가 그러한 태도를 가지는 것이 자기의 지위를 유지하는데 절대 필요한 것이었다. 그러나 어떤 난관을 극복할 때에는 지도자에게 초인간적 기적이나 마술적 결과를 기대하기 쉬운 까닭에, 지도자의 인간적 약점이나 실수에 대해서는 동정이나 이해보다는 실망과 반감을 갖게 했다.

20세기 현대에 있어서도 민도가 얕은 국민들은 자기가 형식상 자유롭게 선거한 지도자에 대하여 초인간적 능력발휘를 기대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런 고로 이 모순을 조절하기 위하여 지도자를 둘러싼 측근자들이나 부하들이 인(人)의 장막을 쳐놓고 하의상달(下意上達)을 막으며 상의하달(上意下達)은 일방적 명령형으로 독재를 초래하는 수가 많다.

현대적 지도자

민주사상이 발달된 현대에 와서는 지도자는 피지도자와 이해관계를 공통으로 가진 평등한 지위에서 일보 앞서 그들과 같은 길을 걷는 동지이다. 즉 피지도자를 호령하는 자가 아니라 피지도자를 가장 잘 대표하는 자이다.

대표자인 고로 선천적이 아니라 후천적이요 고정적이 아니라 유동적이며 창조적이다. 그 당시 대중과 호흡을 같이하며 그들이 가장 절실하게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신속 정확하게 파악하여 가장 가능한 방법을 찾을 수 있고 자기가 확신하는 방향과 가장 가능한 방법에 대하여 납득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가지며 협력을 자극하고 이끌고 나갈 용기를 가진 자이다. 완력(腕力)이 강하다거나 학식이 우수하다고 해서 반드시 지도자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 1961년 6월 박정희 "지도자는 모름지기 굳은 반공사상과 민주주의 신념을 견지하는 동시에, 정치적 사회적 경제적으로 비약적인 발전을 가져오게 하는 든든한 토대를 구축하는데 온갖 정력을 기울여야 한다."/사진=(우)연합뉴스


3. 피지도자의 분석

우리가 당면한 이 시대

2차 세계대전 후 세계는 적색 제국주의 세력과 인권과 개인의 자유를 존중하는 민주주의 세력 간에 치열한 대립이었다. 붉은 마수는 오늘날도 힘이 약하고 안정되지 못한 여러 곳에 뻗쳐지고 있으며 우리나라에 있어서도 적색병마(赤色病魔)가 중추신경을 침식하기까지에 이르렀다. 금번 혁명 전 우리나라는 공산주의 무서운 마수 앞에 빈사상태에 놓여있었다. 위정자들의 외침에도 불구하고 우리 앞에는 인권과 개인의 자유 대신 적색 독재 하의 노예상태만이 있었다.

우리 민족은 오랫동안 일제의 압제와 폭력에서 해방된 후 자유민주사상을 받아들였다. 그러나 우리의 민주주의는 장구한 시일을 두고 자각과 자율과 자유정신이 뿌리를 깊이 박고 피어난 것이 아니라 다른 나라로부터 돌연히 받아들인 것이었기 때문에 자율정신과 자각과 책임감이 따르지 못하였다. 마치 그것은 초석없이 지은 집과 같은 민주주의였다. 그리하여 급기야는 그 집은 무너지고 말았다.

우리 집 자체가 나쁘다고 원망할 것이 아니라 초석 없이 지었음을 부끄럽게 생각해야 한다. 이제 우리는 든든한 초석부터 견고하게 박아 나가야 할 단계에 도달했다. 여기에 국가재건을 위한 가장 중요한 과업의 하나가 있다.

우리 겨레의 구성요소

우리 겨레 중에는 가장 발달된 자유민주주의를 향유할 수 있을만큼 자율정신과 책임감이 강한 자가 있다는 것은 물론이다. 그러나 인구 전체의 비례로 볼 때 정도의 차는 있으나 대부분은 강력한 타율에 지배받던 습성이 제2 천성으로 변하여 자각 자율 책임감은 극도로 위축되어버렸다. 

그리하여 책임감 없는 자유가 방종과 혼란과 무질서와 파괴를 조장시켰고 인권존중 사상이 토대가 되어야 할 민주주의는 모략 중상 무고로 타락해버렸다. 의무감이 박약한 권력층은 국민과 유리되어 권력을 남용하고 부패분자들과 결탁하여 거부를 축적하였고 경제인들은 정치인과 결탁하여 부정융자 탈세 밀수 재산의 해외도피 등등 실로 악랄한 수단을 통하여 축재하는데 혈안이 되어 왔다.

고목에서 돋아난 새싹과 같은 어린이 청소년들에게까지 그러한 기풍은 물들어서 도의의 기초 없는 성공주의 출세주의 안이주의에 빠져버리고 소위 ‘빽’과 ‘사바사바’와 처세술만을 가증하게도 모색해 내는 사람이 많게 되었다. 

이와 같이하여 우리 사회에는 정의와 인륜은 땅에 떨어지고 부패와 부정과 불의가 횡행하게 되어 만신창이, 생명을 유지하기 어려울 정도에 이르렀다.

지금 우리 겨레들이 혁명과 새 출발을 열렬히 환영하면서도 민족의 고질을 뿌리째 뽑아버리는 데는 오랜 시일과 눈부신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한 고질은 시급히 완치되어야하나 성취를 위한 공정한 대가의 지불도 하기 전에 마치 일확천금만을 꿈꾸는 불로소득의 사조에 젖은 나머지 절망과 자포자기에 빠져버리는 일이 없어야 한다.

우리 겨레의 소원

우리 겨레는 지금 조국을 완전 통일하고 타방의 강압이나 조종이나 침범이나 여하한 간접적인 침략으로부터도 완전히 해방되는 주권을 확보하여 인류의 최대 적인 빈곤으로부터 해방되어서 모든 국민이 평화롭고 윤택한 생활을 영위하며 상호간의 인권을 존중하는 진정한 자유민주주의를 확립할 것을 갈망하고 있다. 그러나 실지로는 그 반대의 길을 걷고 왔으니 그것은 심지도 않은 곳에서 거두려는 공짜와 기적과 마술을 비현실적으로 막연하게 바라는 까닭이다.

   
▲ 1961년 6월 박정희 "이번 혁명은 꼭두각시의 반민주체제를 근본적으로 전복하고 진실한 자유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한 기틀을 마련하는 것이었다."/사진=미디어펜


4. 우리 사회가 요구하는 지도자의 자격

동지의식

지도자는 대중과 유리되어 그 위에 군림하는 권위주의자나 특권계급이 아니라 그들과 운명을 같이하고 그들의 편에 서서 동고동락하는 동지로서의 의식을 가진 자라야 한다. 국민을 지도함에 있어서 친절하고 겸손하며 모든 어려운 일에 당하여 솔선수범하여 난관을 돌파하며 사(私)를 버리고 오직 국민을 위하여 희생한다는 숭고한 정신을 그는 가져야한다.

지도자로서 가지는 모든 권력의 연원은 국민이다. 자기 스스로 창조한 권력도 초인간적 존재로부터 수여된 여하한 특권도 있을 수 없다. 지도자는 모름지기 대중에 깊이 뿌리박고 전근대적 특권의식을 버리라. 만약 그렇지 않는다면 또다시 이(李) 정권과 장면 정권의 전철을 밟게 될 뿐만 아니라 이제는 다시 조국을 소생시킬 방도를 잃게 될 것이다.

판단과 해결의 능력

문제를 똑바로 파악하는 것은 참된 해결의 열쇠이다. 아무리 좋은 약과 치료도 진단을 그르치면 오히려 병을 악화시킬 수가 있다. 국민 위에 군림하는 태도를 버리고 국민과 같이 있다는 동지의식을 가졌을 때 국민들이 무엇을 느끼고 있는가 무엇을 원하고 있는가 또 무엇을 피하려고 하고 있는가를 올바로 파악할 수 있게 된다.

피지도자인 국민이 원하는 것은 모두 합리적인 것은 아니므로 모순이나 불합리성을 그들이 깨달을 수 있도록 친절히 가르쳐줄 수 있고 이를 피하도록 적극적으로 이끌어나갈 능력이 있어야 한다. 즉 그 사회의 어떤 실태가 병적이며 사회의 건전을 해하는 것인가를 판단할 능력이 있어야 한다. 항상 필요한 사회악의 한계는 어디 있으며 이해관계의 사회적 균형점은 무엇인가를 확실히 알고 있어야한다.

문제의 해결방법은 일률적은 아니다. 피지도자의 배경, 성의, 정력, 습관, 태도, 신념 여하에 따라 또는 시대를 휩쓰는 풍조사상의 영향 또는 침투를 받는 정도 여하에 따라 다를 것이며 재정 형편을 포함하여 문제해결에 필요한 인적 물적 자원의 사정에 따라 다를 것이다. 

그러므로 해결해야 할 문제의 우선순위를 결정하고 무엇을 어떤 방법으로 해결해 나갈 것인가를 판단할 줄 아는 총명이 지도자에게는 필요하다. 문제해결을 위한 정열이 있어야 하되 그 방법에는 충분한 신축성이 또한 필요하다.

문제 해결을 위하여는 그를 위한 충분한 지식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그렇다 해서 모든 지도자가 전문적 기술적인 모든 지식을 구비할 수는 없으므로 그러한 것은 그 분야의 전문가의 협력을 구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 경우 그들의 조언을 경청하고 포용하는 넓은 아량이 있어야 함은 물론이다. 

선견지명

지도자는 현실의 문제를 적절히 해결할 능력이 있어야 할 뿐만 아니라, 장래의 일을 예견하고 적절한 대책을 강구할 수 있는 선견지명이 있어야 한다. 물론 현재를 일컬어 과학만능 시대라고는 하나 아직도 이십사 시간 이후의 일기를 정확히 측정하지 못하는 고로 소위 국가백년의 대계(大計)를 세워야 할 지도자에게 있어서 먼 장래를 예견하기란 힘든 일임에 틀림없다. 

그러므로 실상 먼 장래의 일을 세밀하게 계획할 수 없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장래를 향하여 나아갈 기본 종착점과 이에 이르는 접근방법에 대해서는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여하한 우발적 또는 예기치 못했던 장애도 물리치고 국민을 이끌고 나간다는 뚜렷한 태도를 항상 견지하여야 한다.

원칙에 충실하고 양심적인 인물

원칙을 관철하기 위하여 방편을 고칠 수는 있으나 방편에 노예가 되어 원칙을 굽히는 것은 인간으로서 절조를 잃은 자이요 믿을 수 없는 자이다. 하물며 어떤 목표를 향하여 원칙을 세우고 그 궤도 위에 나를 따르라던 지도자가 그때그때 편리한 대로 갈팡질팡 방향을 고친다면 그는 지도자로서의 자격을 스스로 포기하는 자가 될 것이며 이와 같이 정치가로서 정치의무를 버리는 처사는 국민 앞에 허용될 수 없는 일이다.

인간에 대하여 절개가 있는 자는 원칙에 대하여 충실한 자이요 원칙에 충실하기 위해서는 자기에게 정직하고 남에게 정직하며 찬양을 받든 비난을 받든 오직 정의와 양심의 판단에만 복종하는 자이다. 공정과 공평에 있어서도 옛날 ‘구로리안즈’ 나라의 임금 ‘사로가즈’가 자기 아들의 범법에 대한 정해진 벌칙을 가하기 위하여 두 눈을 빼되 아들에게서 하나, 자기에게서 하나씩을 후벼내게 했듯이 공정하여야 된다.

용단(勇斷)

국민의 선두에 서서 길을 안내하며 개척하는 자에게는 모험을 감수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또한 그는 언제나 시간의 제약을 받는 고로 무한정 미결로 두고 처리 못한 채 일을 끌어갈 수 없다. 시기에 뒤떨어지지 않도록 착착 단안을 내려야만 일은 진행될 수 있다. 용기와 결단성, 즉 용단은 지도자에게 없을 수 없는 속성이다.

용기와 결단은 감수력이 강하여 피지도자에게 속히 전달되므로 만난을 용이하게 극복할 수 있으며, 일시적 실패 앞에서도 재기의 소생력을 주는 것이다.

민주주의에 대한 신념

이번 혁명은 꼭두각시의 반민주체제를 근본적으로 전복하고 진실한 자유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한 기틀을 마련하는 것이었다. 그것은 결코 새로운 독재와 전체주의를 수립하기 위함이 아님은 명명백백하다.

그러므로 혁명과업을 수행하는데 앞장 선 지도자들 자신이 민주주의에 대한 굳은 신념을 가져야 함은 두말할 필요도 없는 일이다. 그들은 공산주의 독재를 포함한 여하한 독재도 물리치는데 용감하여야 한다. 언제나 국민과 호흡을 같이하고 그들에게 진정한 자유와 민주정신을 불어넣는데 모든 힘을 다하여야 한다.

공산주의를 배격하는 데는 굳은 반공사상이 확립되어 있어야 함은 물론이다. 그러나 사상만으로써 공산당에 이기고 민주주의를 이 나라에 세워 놀 수는 없다. 이를 위해서는 민주주의가 공산주의보다 우월한 민족단결과 생활수준의 향상을 실증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리고 우리나라가 보다 평화롭고 안정되고 보다 국제적 협력을 받는 나라가 되며 국민경제가 월등히 향상되었을 때에 우리 제도의 우월성이 실증될 것이다.

지도자는 모름지기 굳은 반공사상과 민주주의 신념을 견지하는 동시에, 정치적 사회적 경제적으로 비약적인 발전을 가져오게 하는 든든한 토대를 구축하는데 온갖 정력을 기울여야 한다.

   
▲ 1961년 6월 박정희 "국가가 파멸에 직면하고 국민의 주권이 비참히 유린되었을 때 여기에 일대 수술을 가하여 국가와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소생시키고자 한 것이 이번 군사혁명이다."/사진=미디어펜

목표에 대한 확신

▶자유민주주의와 혁명

주권의 연원은 국민에게 있는 고로 국민의 권리는 침범을 당하지 않도록 보장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이다. 물론 혁명 전에 있어서도 제도면에 있어서는 ‘주권재민’의 원칙을 내걸고 국민의 권리는 형식적으로 보장되도록 되어 있기는 했다. 그러나 실지로는 주권은 일부 특권층에 있었고 국민의 권리는 그들에게만 있었지 일반국민은 법적으로 보장된 권리를 정당하게 행사할 수 없었다. 또 국가의 주권자체가 파멸 일보 전에 있었다.

그러면 군사혁명은 자유민주주의의 철저와 부합되는 것인가 또는 배치되는 것인가?

건강하고 동등권을 가진 두 사람 중 갑은 을의 의식주를 무조건 제한할 수 없다. 그러나 을이 일단 병들어 갑(의사)의 치료를 받을 때는 의사와 환자란 조건 하에 갑은 을의 식사 제한 및 조절을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때로는 자기 집을 떠나 병원에 입원하도록 명령할 수도 있다. 

의사는 환자의 완전한 건강회복을 위하여 신체활동을 일시적으로 제한할 뿐만 아니라, 고통스러운 수술까지도 강요할 때가 있다. 부분적으로 볼 때 건강법칙에 위배되는 듯한 신체 일부분의 절단까지도 단행해야만 생명을 건질 때가 있다. 수술은 유쾌한 오락이 아니라 큰 것을 구하기 위한 작은 희생인 고로 ‘필요한 악’(necessary evil)으로 용납되는 것이다.

금반(今般)의 군사혁명은 일종의 수술이다. 국가가 파멸에 직면하고 국민의 주권이 비참히 유린되었을 때 여기에 일대 수술을 가하여 국가와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소생시키고자 한 것이 이번 군사혁명이다.

마치 자기 혹은 타인의 신체, 생명, 정조, 자유 또는 재산에 대한 현재의 위난을 피하기 위하여 부득이 한데서 나온 행위가 정당성을 갖는 것과 마찬가지로, 민주주의 자체가 위협을 받고 국가가 파멸하는 순간에 처해있을 때 공산주의 분자들이 국가를 삼키려하고 인륜이 땅에 떨어져 부패와 부정이 나라 안을 휩쓸고 있을 때에 국가와 민족의 수난을 피하기 위해 취해진 행위는 정당한 것이다. 아니, 그러한 행위는 정당성을 가질 뿐만 아니라 국민의 당연한 의무이기도 할 것이다.

물론 군사혁명은 법실증주의의 견지에서 볼 때 현존 법질서에 대한 침범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것은 법질서 이전에 있는 또 실지로는 현존 법질서의 기저에 있는 아무에게도 양보할 수 없는 국민의 기본권의 행사이며, 기본적 의무의 이행인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혁명은 정당성과 합법성을 가진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수단이지 그 자체가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우리는 이제 진정한 민주주의를 이 땅위에 가져오고 번영과 안전을 실현해야 한다. 부패와 부정을 물리치고 정의의 토대 위에 국가와 국민을 올려놓아야 한다. 인간관계의 옳은 질서를 확립해야 한다.

▶강권 발동과 자율과의 관계

강권 발동과 자율은 극히 예민하게 반비례되어야 한다. 피지도자가 자율정신이 강하여 마땅히 해야 할 것을 책임지고 자진하여 할 때에는 강권을 발동시킬 필요가 없다. 그러나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자기 책임을 회피하거나 타인에게 전가시킬 때 또는 법과 질서를 적극적으로 지키지 않는 등등 자율정신이 결여될 때에는 최소한도의 질서의 유지를 위하여 타율적 강권을 발동시키지 않을 수 없다.

단 강권의 발동은 어디까지나 자율정신을 유도하는 자극제로서 사용하여야 하며 정차 자율정신이 커갈 때는 반비례로 강권발동의 범위와 정도를 줄이도록 하는 것이 이상이다.

기술한 바와 같이 모든 사회가 도적의 소굴이 되고, 무질서와 혼란이 지배하고 있는 이 나라에 옳은 질서를 가져오기 위해서는 광범하게 또한 상당한 기간 동안 강력한 강권발동이 필요하다고 본다. 경제계의 혼란을 제거하고 진정한 민주주의 경제 질서를 확립하기 위해서는 당분간 강력한 계획경제를 가함이 필요할 것이다. 모든 부정과 부패를 제거하고 도의를 확립하기 위해서는 당분간 확호(確乎)한 시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환자의 고통을 동정하여 회붕대(灰繃帶, 기브스)를 시기상조하게 제거함으로써 환자로 하여금 영구히 병신으로 만드는 감정적 의사가 되어서는 안 된다. 자율정신이 대치될 때까지 타율의 강권발동은 불가피한 보호조건이다.

▶강권 발동의 한계

의사는 환자의 건강회복에 필요한 정도 이상의 고통을 주어서는 안 되는 것과 같이 강권발동이 피지도자의 공익과 질서유지에 필요한 양과 정도를 초과해서는 안 될 것이며 만약 다른 방도로도 목적을 효과적으로 달성할 수 있을 경우에는 피해야 할 것이다. 강권발동은 따라서 최후의 방법으로만 사용되어야 할 것이다. 즉 우리의 사회가 정상적 발전을 이룩할 수 있는 터전을 마련하게 되면 강권인 비정상적 발전을 위한 수단을 멈추게 될 것이다.

지도자단(指導者團)의 단결

피지도자간의 단결보다 지도자들 사이의 단결은 더욱 중요하다. 

불량아동은 편부(片父) 편모(片母) 슬하라는 불완전한 가정에서보다 부모가 다 있으면서도 불화를 일으키는 가정에서 많이 생긴다는 것이 사회학적 조사에 의해서 판명되었다. 만약 지도자들 사이에 불화 충돌 지위다툼 알력이 생겨서 모든 지도력이 분산되고 틈이 생기고 피차의 결점을 보충하는 대신 폭로시킬 때에는 피지도자들은 또다시 일종의 ‘불량아동’이 되고 말 것이다. 

국가를 누란의 위기에서 건져내려는 이 시기에 처하여 지도자단내에 굳은 단결이 없다면 국민은 갈 바를 모르고 국가는 적색 제국주의의 독아에서 벗어날 도리가 없게 되리라는 것을 각자는 깊이 명심해야 할 것이다.

지금 우리나라 지도자단의 구성은 혁명완수에 대한 뚜렷한 이념과 열의에 있어서 공통적임에도 불구하고 여러 면에서 이질성을 지니고 있다. 계급에 있어서 많은 차가 있다. 성격에 있어서 혹자는 온화하고 혹자는 급진적이다. 경력에 있어서 혹자는 지휘관 생활을 오래 하였고 혹자는 참모업무를 주로 하였다. 지식의 종류나 정도에 있어서도 천차만태다. 그리고 이러한 이질성은 자칫 잘못하면 알력을 조성하기 쉬운 요소이다.

그러한 알력의 요인을 극복하고 단결을 이룩하는데 가장 중요한 요소는 협조 정신이다. 그리고 그러한 협조는 언제나 공동의 이념에 입각하여야 한다. 자기소신에 대하여 신념을 갖되 다른 사람의 의견을 포용하는 아량이 있어야 한다. 자기 능력에 자신을 갖되 남의 능력을 멸시하는 태도를 버려야 한다. 하물며 모략중상이란 있을 수 없다. 남과 협조한다는 태도, 주어진 일에 대하여 자기의 모든 정성을 바친다는 정신을 언제나 견지할 것이다. 

파벌과 알력과 중상모략으로 국정을 어지럽게 하고, 국가를 위기에 몰아넣은 구정권의 전철을 또 다시 밟아서는 안 된다. 치부의 사조에서 오는 이권싸움, 권세를 위한 파벌싸움 및 부귀영화를 위한 감투싸움을 용감하게 물리치고 순수무구한 협조정신으로 맡은 일에 정성을 바칠 수 있는 우리 사회성이 바라는 인간성의 창조야말로 민족단결의 첩경임을 촌시(寸時)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성의와 정열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하는 것은 반드시 약한 자의 정성이 강한 자의 마음을 움직인다는데 한하지 않고, 강한 자의 정성은 약한 자에게 공포감보다 협조심을 일으키고, 반감보다 이해를 조장시킨다는 의미도 갖는다.

민주주의 하의 지도자는 독재주의 하의 지도자보다 몇 배의 정성을 기울여야 한다. 모든 인간적 약점이 지도자에게서 나타나는 때라도 지성과 정열을 기울일 때는 피지도자들은 동정과 이해로써 쉽게 용서할 것이다.

신뢰감

우리가 요구하는 지도자의 자격 중 1에서 9까지를 구비한다면 피지도자는 지도자를 신뢰하기 쉽게 된다.

그러니 지도자와 피지도자와의 관계는 결국 인간이 인간을 다루는 관계이다. 인간인 피지도자가 기꺼이 지도자에 따르게 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지도자의 인간성 그것이다. 그는 앞에서 쓴 바와 같은 솔선수범, 희생의 정신, 양심을 가져야 한다. 또 협조할 줄 알아야 한다. 

부가하여 그는 품성이 고상하고 덕망이 뛰어나고, 언행이 일치하고, 국가와 국민에 대하여 누구보다도 충실하여야만 한다. 그의 행동은 언제나 정의에 입각하여야 한다. 이와 같이 할 때 피지도자는 마음속에서부터 지도자를 따를 것이다.

   
▲ 1961년 6월 박정희 "국가를 누란의 위기에서 건져내려는 이 시기에 처하여 지도자단내에 굳은 단결이 없다면 국민은 갈 바를 모르고 국가는 적색 제국주의의 독아에서 벗어날 도리가 없게 되리라는 것을 각자는 깊이 명심해야 할 것이다."/사진=연합뉴스

5. 결어

반만년 역사를 통하여 우리는 올바른 지도자 도를 확립하지 못한 까닭으로 해서 때로는 외침을 받았고 때로는 나라가 분열되고 서로 싸우고 핥고 꼬집고 했으며 대부분의 시기를 통하여 국민은 빈곤에 허덕이었다. 무너진 구정권만 하더라도 만약 그들 지도자들이 진실로 국민을 대표하고 사랑하고 민주주의 이념에 투철하고 성의를 가졌더라면, 그들이 무능했을망정 나라가 이와 같은 궁지에 빠지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결국 나라의 안태(安泰)와 민족의 번영은 지도자 도의 확립 여하에 달려있다고 해서 과언은 아니다.

이제 국가 재건의 성스러운 과업의 완수에 국민을 이끌고 나갈 지도자의 책임은 실로 중대한 바가 있다. 그들은 현존하는 위기를 극복하고 국태민안의 확고한 기틀을 세워 놔야하며 영세만대(永世萬代)의 지도자들을 위하여 과거 우리가 가져본 바 없는 진정한 ‘지도자 도’를 계승해 주어야 한다. 

이와 같은 미풍(美風)의 전통을 다음 위정자에게 정치가의 의무로서 본보기로 넘겨줄 수 있을 때, 비로소 우리는 이미 자립할 수 있는 민족성의 개조를 포함하는 민족의 굳은 단결과 아직도 세계에서 최저생활수준을 배회하고 있는 빈곤타파를 위한 군사혁명과업의 완수를 보게 될 것이다. /박정희 당시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 백용훈 타이핑, 유광호 교정, 류석춘 감수


(이 글은 박정희 대통령 서거 37주기 및 탄생 100돌을 맞아 박정희기념재단이 2017년 창간한 '박정희정신'에 게재된 글입니다. '박정희정신-미래 100년 박정희에게 길을 묻다'라는 주제하에, 박정희 장군이 1961년 5.16 혁명을 일으킨 직후인 1961년 6월 16일 국가재건최고회의에서 비매품으로 발행한 책 『지도자 도(指導者 道)』의 '혁명 과정에 처하여'의 전문을 담았습니다.)
[박정희]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