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타가 바늘구멍 들어가기 보다 어려워…진정한 자유인 아쉬워
   
▲ 황정민 자유경제원 연구원
낙타가 바늘구멍 뚫기보다 어렵다는 '한국에서 우파 되기'

반(反)정부 감정이 극도로 끓어올랐던 경험이 있다. 대학교 축제 때다. 학교 간 축구경합이 있었는데, 라이벌 학교와 응원 신경전이 오갔다. 반대 응원석에서 해당 학교 출신 피겨스케이팅 선수 '김연아'를 외쳐댔다. 우리 응원석의 코를 납작하게 하기 위함이었다. 우리 팀은 기가 죽는가 싶더니, 이내 하나 된 구호에 상대 진영을 K.O패 시켰다. 우리 팀의 구호하야 '이명박! 이명박!'... 김연아 선수와 마찬가지로 라이벌 학교 출신 대통령이었다.
 
당시 이명박 전 대통령은 광우병 괴담과 4대강사업 유언비어로 한창 언론의 십자포화에 고립 될 때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당시 그 구호를 외치며 전율을 느꼈던 내 모습이 '이불킥' 하고 싶을 정도로 창피하다. 스스로의 이성적 판단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냥 친구들이 이명박 대통령은 나쁜 대통령이라고 하니, 그런 줄 믿었다. 다수의 주장에 휩쓸린 '중우’ 중 한 사람에 불과했다. '일찐'이라며 우르르 몰려다니는 아이들이 '전따(전교생에게 따돌림 당하는 학생)’를 향해 폭력적 언행을 서슴없이 내뱉는 집단폭력에 가담한 것과 다를 바 없었다.
 
'좌'로 89도 기울어진 운동장
 
이 에피소드 뿐만이 아니다. 돌이켜보면, 대학 생활 내내 나는 좌파가 되기에 충분한 사회 분위기와 여건 속에 놓여있었다. (여기서 말하는 좌파란 대한민국 정설인 '자유주의 시장경제’에 반대 혹은 부정적 태도를 견지하는 것을 의미한다.) 광우병 파동으로 법의 테두리를 벗어난 폭력시위는 정당화되었고, 청와대는 마치 '떳떳하지 못해서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무력한 존재로 비춰졌다. 오히려 해외 각국의 비난에도 꿋꿋하게 핵실험을 감행하는 북한의 깡(?)이 더 나아 보이기까지 했다.
 
친구들과 '26년’ 등의 반체제 영화를 보고 대한민국 국민임을 개탄하기도 했다. 지하철을 오가며 손쉽게 들을 수 있었던 팟캐스트 강의는 스스로를 지성인이라 착각하게 했다. 김어준의 나꼼수와 주진우 현대사를 자주 들었는데, 참 재미있었다. 쉬운 설명이 귀에 쏙쏙 박혔다. 대다수 사람에게 직장상사 뒷담과 옆집 싸움구경이 재미있는 것처럼, 출연자들의 기득권 때리기에 머리를 쓰지 않아도 키득거릴 수 있었다. 정부를 손가락질 하면서 상대적으로 내가 도덕적으로 무결한, 소위 '더 깨끗한' 사람 같은 자부심까지 덤으로 생겼다.
 
'대학생이 됐으니 정치에도 관심을 가져볼까?’라는 마음에 인터넷에 검색하면 나오는 추천도서는 온통 좌파 일색이었다.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 장하준 교수의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김어준의 『닥치고 정치』.. 뇌가 백지장 같았던 당시엔 그게 좌파적 이데올로기가 씌워진 책인지 알 턱이 없었다. 책의 그럴듯한 전개에 빠져들었고, 너나할 것 없이 책을 찬양하니 그게 '진리’인 줄 알았다.

   
▲ 대한민국은 '친일파가 세운 나라', '정경유착이 만연한 나라' 등 악질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있다. 대한민국 부정의 역사만을 바라보는 자들이다./사진=연합뉴스

 
수강했던 교양강좌도 심각했다. <정의와 사회> 수업에선 대한민국을 민주주의가 미완성된 국가라고 평가했다. 이명박 대통령을 '가카새끼 짬뽕’이라며 SNS에 대통령 풍자 이미지를 올린 판사가 법원장으로부터 경고를 받았으니, 대한민국은 여전히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 그 근거였다. 최근 모 국회의원 실에서 주최한 박근혜 대통령 그림전시와 다를 바 없는 '비상식’에 불과했지만, 그땐 고개를 끄덕였다.

<한국 근현대사> 교수님은 이승만 대통령이 우리 민족에게 분단의 숙제를 남긴 대통령이라고 말했다. 김구가 이 나라를 세웠어야 한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 어떤 역사 강의에서도 이승만 대통령이 한반도 인구 77%가 공산주의 국가를 원했던 혼돈의 시기에, 이 땅의 절반만이라도 '자유’의 세계로 인도한 훌륭한 대통령이라고 가르쳐주지 않았다. 그런 강의를 했던 교수님들이 요즘 참여연대 강사 혹은 공중파 토론방송의 좌파패널로 열심히 참여하고 계신다. 이렇게 한국 사회는 좌로 89°쯤 기울어져있다. 좌파가 안 되면 이상한 세상이다.
 
반공에 눈뜨다
 
빨갛게 물들어 가던 내 머릿속을 기적처럼 바꿔 놓은 건 보석 같은 책 한권이었다. 2009년 출간된 『반대세의 비밀, 그 일그러진 초상』이다. 여기서 말하는 '반대세’란 '반(反)대한민국 세력’을 의미한다. 학창시절 장래희망이 첩보요원이었다. 국가안보에 대한 관심도 조금은 있었지만, 솔직히 어린 시절 즐겨보았던 007 첩보영화의 영향이 컸던 것 같다. 취업에 대한 고민이 깊어가던 대학 3학년, 서점에서 안보관련 도서를 훑어보고 있었다.

그 중 『반대세의 비밀』이라는 흥미로운 책 제목에 눈길이 갔다. 책장을 넘길수록 머리를 한 대 얻어맞는 기분이 들었다. 그 동안 '세련된’ 생각인 줄 알았던 나의 사고가 모두 '좌익’ 사상에 뿌리를 두고 있었다니! 심지어 세습독재 권력이 국민을 굶겨 죽이는 북한과, 그런 북한을 추종하는 세력이 대한민국 안에서 끊임없이 활동하고 있었다니! 반신반의하며 읽은 책 덕분에 그간 몰랐던 한반도 내 좌익 공산주의의 역사, 그리고 오늘날 대한민국 좌경화의 주범인 NL 주사파의 존재에 대해서 알게 됐다. 반공의식이 싹튼 순간이다.
 
사고의 전환을 선물한 또 다른 책이 있었다. 이영훈 교수님의 『대한민국 역사』다. 투철해진 반공의식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의 출발과 발자취가 썩 달갑진 않았다. 대한민국은 '친일파가 세운 나라’, '정경유착이 만연한 나라' 등 악질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공산주의도 물론 싫지만 친일파와 부도덕한 재벌이 이끌어 온 줄 알았던 한국역사에 온전한 자랑스러움을 느끼긴 어려웠다. 그랬던 나에게 『대한민국 역사』는 '대한민국 긍정의 역사’를 일깨워줬다.

지금껏 나는 대한민국을 부정하는 세력의 입맛에 맞게 재구성 된 한국 현대사에만 노출되어 있었다는 사실에 또  한번 충격을 받았다. 한국 현대사는 결코 '민주주의’ 쟁취를 위한 독재 정권과의 투쟁의 기록이 아니었다. 1948년 새롭게 시작한 대한민국은 '자유 이념’을 완성시켜 나가기 위한 토대를 차곡차곡 쌓아 올렸고, 기적적으로 선진국의 문턱까지 왔다.

   
▲ 1948년 건국된 대한민국은 우남 이승만 초대 건국대통령이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토대를 쌓고 박정희 대통령이 시장경제를 일으켜세웠다.
 
자유의 문을 두드리다
 
이때까지만 해도 보수의 가치, 대한민국이 선택한 우파의 가치가 뭔지 몰랐다. 관심이 없었다는 표현이 더 적합하다. 단지 나라를 사랑하는 애국청년이 되었을 뿐이다. '나라와 민족을 사랑하는 뜨거운 마음’이면 충분한 줄 알았다. 정작 내 가족과 이 사회를 풍요롭게 한 '자유주의 시장경제’에 대한 이해는 없었다. '어떠한’ 정체성을 지닌 나라이기에 내가 사랑하기에 충분한지에 대한 고민이 부족했던 것이다.
 
그랬던 내가 놀라운 이끌림에 의해 자유경제원을 알게 되었다. 여기서 대한민국을 있게 한 자유의 가치, 우파의 가치가 뭔지 알아가고 있다. 덕분에 대한민국을 사랑함에도, 끝까지 헤어 나오기 어려웠던 '찬란한 조선’과 '민족’이란 강력한 마취제에서도 이제는 해방됐다. 진정한 근대적 자유인이 되어가고 있다. 사회보단 개인이, 평등보단 자유가 지켜지는 대한민국을 꿈꾼다. 이 길이 대한민국을, 국민 개개인을 미래에 더 잘 먹고 잘 살게 할 것이라는 확신이 있다. 더 많은 청년들이 나와 공감했으면 하는 바람으로 매일 출근한다. /황정민 자유경제원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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