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 지속가능성 고려하지 않은 인기영합 과잉복지
   
▲ 오정근 건국대 금융IT학과 특임교수, 한국금융ICT융합학회 회장
기본소득제도의 논의배경과 문제점
 
I. 기본소득의 개념
 
기본소득제도란 일을 하든 안 하든, 소득이 높든 적든 상관없이 정부가 모든 국민에게 동일한 현금을 지급하는 제도다. 이런 의미에서 일정 복지에 대해, 예를 들어 무상보육 무상급식처럼, 소득의 고하를 불문하고 혜택을 주는 다양한 여러 무상 보편적 복지를 단순화해 전면 확대 시행하는 것과 같은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II. 기본소득의 논의 배경
 
원래 기본소득제도 도입의 논의 배경은 첫째로 저성장으로 일자리가 줄어들면서 임시직 일용직이 늘어나는 등 저소득계층이 확대1) 되고 있는 가운데 이들에 대한 다양한 복지제도에도 불구하고 복지사각지대가 존재해 여전히 기본적인 생계를 위협 받는 계층이 존재한다는 점 때문이다. 한국의 경우 복지제도는 빠른 기간 내에 상당히 발전되어 선진국 못지 않은 제도를 갖추고 있다. 복지의 종류별로 보나 생애주기별로 보나 거의 대부분 망라되어 있다.
 
   

   
▲ 표. 한국의 복지제도

이 밖에도 세제면에서도 저소득계층에 대해서 부의 소득세로 소득을 보전해 주는 근로장려금(EITC) 제도도 있다.  단독가구는 1300만원 이하이면 최대 70만원, 홑벌이가구는 2100만원 이하이면 최대 170만 원, 맞벌이가구는 2500만 원 이하이면 최대 210만 원이 지급된다. 2016년 138만 가구에 1조 280억 원이 지급되었다. 이와 같은 선진국 못지 않은 복지제도와 조세제도를 갖추고 있음에도 복지혜택을 받아야 할 계층을 발굴하지 못하거나 법률상으로는 부양의무가 있는 자녀가 있지만 부자간 연락두절 등 가정사정으로 인해 복지사각지대가 여전히 존재하는 문제점을 보이고 있다.

둘째는 기존의 복잡다기한 공적 사회보장제도와 전달체계에 따른 과도한 행정력과 복지 누수현상 때문이다. 한국의 경우 아직 완전히 가구별 소득이 전산화되지 못해 다른 수입이 있는데도 장기간 기초생계비 지원을 받는다든지 각종 복잡다기한 복지제도로 중복수혜 과다수혜 등 누수현상이 심각한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이와 같은 기존의 복잡다기한 공적 사회보장제도가 대부분 정리하고 기본소득으로 통일해서 지급하면 복잡다기한 복지 전달체계에 따른 행정력을 절약할 수 있고 복지 누수현상을 줄이는 장점이 주장되고 있다.

그러나 최근 한국에서 대선주자들에 의해 제안되고 있는 기본소득은 공적 사회보장제도는 그대로 둔 채 추가적으로 기본소득을 지급한다는 주장으로 재정의 지속가능성은 고려하지 않은 다분히 선거를 앞 둔 인기영합적인 복지포퓰리즘으로 문제가 적지 않다2). 또한 한국에서는 노동시장의 경직성이 심해서 상용근로자와 임시·일용직 간의 임금격차가 두 배 이상 나고 (2015년 월평균 상용근로자 338만원, 임시·일용직 근로자 150만 원; 고용노동부 사업체노동력조사결과) 있는 가운데 상용근로자의 해고가 거의 불가능한 실정에서 이러한 문제는 외면한 채 기본소득이 양극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인 것처럼 논의되고 있는 문제점이 있다.

셋째는 4차 산업혁명의 진전에 따른 실업증가 우려다. 4차 산업혁명의 진전으로 인공지능(AI)이 보편화될 경우 지치지 않는 로봇이 단순반복업무는 물론, 경우에 따라서는 정확한 분석을 토대로 현재를 진단하고 미래를 전망하는 전문서비스 직종까지 로봇이 인간의 노동을 대체할 가능성이 높아질 전망이라는 것이다. 이 경우 급격한 일자리 감소에 대비해 기본소득을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50여 년 전 컴퓨터의 등장이 인간의 일자리를 감소시킬 것으로 전망했었으나 오히려 컴퓨터를 활용한 새로운 일들이 더 많이 창출되면서 그러한 우려는 기우에 그치고 만 것처럼 앞으로도 새로운 차원의 일자리들이 더 많이 창출되어 그러한 우려는 기우에 그칠 가능성도 있다. 다만 새로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따라가지 못하는 계층의 디지털디바이드 문제에 대해서는 경제사회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아울러 인공지능이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하는 경우에도 무차별적인 기본소득 보다는 여전히 소득세나 법인세를 기반으로 공적 사회복지 제도로 대처가 가능할 수도 있다. 최근 이와 관련해 인공지능시대를 대비한 기본소득이나 사회복지 강화의 재원마련을 위해 로봇세를 도입하자는 주장도 대두되고 있으나 이제 인공지능의 개발을 시작하려고 하는 한국에서는 잘 못하면 인공지능의 개발에 부담을 주어 4차 산업혁명에 낙후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으므로 신중을 기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 기본소득제도의 가장 큰 문제점은 재정지속가능성이다. 특히 한국의 경우 기존의 복잡다기한 복지제도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복지제도에 추가해 기본소득을 도입하자는 일각의 주장은 재정파탄을 조기에 초래해 미래세대에 엄청난 재앙을 가져올 것으로 전망된다./사진=연합뉴스

II. 기본소득 도입 사례
 
기본소득은 논의는 무성하지만 실제로 도입된 사례는 많지 않다. 기본소득과 가장 유사한 사례로 언급되는 미국 알래스카주의 영구기금배당(Permanent Fund Dividend)은 석유 등 천연자원을 매각한 수익으로 1976년 영구기금(Alaska Permanent Fund)를 조성, 1982년부터 연령대와 상관없이, 1년에 한 번 아무 조건 없는 일정액의 배당금을 받고 있다. 동 배당금은 넓은 영토와 적은 인구(약 74만 명)로 인해 거주민들에게 SOC 등 적정한 사회인프라를 제공하는 것이 어려운 지리적 특성을 고려한 반대급부에 해당한다. 이러한 배당제도를 경제, 사회, 지리적 측면이 상이한 우리나라와 비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최근 핀란드의 중도우파 정부는 실업률을 낮추기 위해 기본소득제도의 본격적 시행에 앞서 올 2017년 1월 1일부터 2018년 12월 31일까지 2년간 기본소득제도의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실업 수당을 받는 사람 중 무작위로 2천 명을 선발해 매달 560유로(약 70만원)의 조건 없는 기본소득을 지급하고 이들의 행동 변화를 관찰해 보고자 하는 것이다.  핀란드 정부가 이 실험을 통해 주로 확인하고자 하는 것은 기본소득제도가 복잡하고 비대해진 기존 사회보장제도를 대체할 수 있는지, 실업자들의 노동시장 참여 활성화를 유도할 수 있는지 여부다.

기본소득 파일럿 프로젝트가 실시된 지 약 두 달이 된 핀란드에서도 최대 노총인 중앙노총(SAK)이 “기본소득은 무용한 프로젝트”라며 “작동 가능하지도 효과적이지도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일카 카우코란타 중앙노총(SAK) 경제부장은 지난 10일 <블룸버그>에 “기본소득 프로젝트는 잘못된 방향으로 난 사회정책”이라며 “높은 수준의 고용 없이, 포괄적인 사회 보장을 위한 재원 마련은 가능하지 않으며 오히려 일할 동기를 떨어트려 노동력을 약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기본소득제 실험이 좌절된 나라는 스위스다. 스위스는 18세 이상 모든 성인에게 매달 2500스위스프랑 (약 300만 원)을 지급하고 어린이·청소년에게도 650스위스프랑 (약 78만 원)을 주겠다는 안이었다. 2016년 6월 국민투표에 부쳤으나 투표자의 76.7%가 반대해 부결됐다. 현지 언론들은 반대표가 많았던 이유로 높게 책정된 기본소득 금액과 이에 따른 재원 마련의 불확실성을 꼽았다. 여기에다 기존 사회보장제도를 기본소득제로 대체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스위스 국민은 '현상유지’를 선택한 것이다.

한국에서 2014년부터 전체 노인 중 70%에게 매월 일정액을 지급하고 있는 기초연금이 비록 전체 노인에게 지급되지는 않고 있지만 다른 부대조건 없이 지급된다는 점에서 기본소득에 가까운 개념이다.
 
III. 기본소득제도의 문제점
 
기본소득제도의 가장 큰 문제점은 재정지속가능성이다. 특히 한국의 경우 기존의 복잡다기한 복지제도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복지제도에 추가해 기본소득을 도입하자는 일각의 주장은 재정파탄을 조기에 초래해 미래세대에 엄청난 재앙을 가져올 것으로 전망된다.  흔히 한국의 국민부담율과 복지지출 수준의 적정성을 볼 때 OECD가 발표하고 있는 국민부담율 (GDP에 대한 조세부담율+사회보장기여금율)과 공공사회적지출의 GDP에 대한 비율을 보기도 한다. 그러나 OECD 국가의 통계를 가지고 한국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가를 상대적으로 비교하는 방식에는 두 가지 큰 오류가 있다. 

하나는 복지역사가 길게는 100여 년 가까이 되는 선진국에 비해 한국은 복지제도 도입역사가 짧아서 아직 국민연금 등 일부 연금의 경우에는 본격적인 수급자가 나오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흔히 복지성숙도가 낮다고 한다. 그러기 때문에 당연히 복지지출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을 수 밖에 없다. 이런 역사적 특성을 도외시 한 채 복지지출비율이 상대적으로 낮다고 해서 복지지출을 늘리면 나중에 연금수급자가 본격적으로 나오기 시작하면 한국 재정은 파탄이 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아래 그림을 보면 OECD 국가평균 공공사회적지출/GDP 비율은 안정적으로 증가하고 있는데 비해 한국은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점이 이러한 현상을 반영하고 있다.

   
▲ 그림. OECD와 한국의 공공사회적지출/GDP 비율의 증가 추이. /자료=OECD 2015, 한국보건사회연구원 2015.

다른 하나는 소득수준의 차이다. OECD 34개 회원국의 통계가 가능한 2013년 1인당 국민소득은 OECD 평균이 40,863 달러인데 비해 한국은 25,975 달러로 34개 회원국 중 23위 중하위권에 속하는 수준이다. 이처럼 낮은 소득수준이 국민부담과 복지수준에 어떤 영향을 가져오는지 쉽게 이해하기 위해 간단한 예를 하나 들어 보자.

인구 100명의 작은 국가가 두 개 있다. 한 국가는 1인당 소득이 1억 원으로 전체 국민소득이 100억 원인 선진국이다. 다른 국가는 1인당 소득이 3000만 원으로 전체 국민소득이 30억 원인 중진국이다. 선진국에서는 국민부담율이 20%만 돼도 20억 원의 재원이 마련되어 20명의 은퇴 노인들이 1인당 1억 원씩의 노령연금으로 일을 할 때와 다름 없는 풍족한 노후를 즐길 수 있다. 반면 중진국에서는 국민부담율이 똑 같이 20%인 경우 재원은 6억 원 밖에 되지 않아 똑 같이 20명의 은퇴 노인들의 1인당 노령연금은 3천만 원 밖에 되지 않아서 상대적으로 노후가 풍족하지 않게 된다.

더 큰 문제는 선진국에서는 1인당 1억 원 소득 중 20%를 세금으로 내고도 8000만원의 소득이 있어 재직자들의 생활도 문제가 없어 세금을 더 내고 은퇴 후에 더 받는 고부담 고복지도 가능한 반면, 중진국에서는 1인당 소득 3000만 원 중 20%를 세금으로 내면 남는 소득이 2400만원 밖에 되지 않아서 재직자들의 생활도 넉넉지 않아서 부담률을 낮추어 달라고 주장하게 되고 특히 저소득층은 한 푼도 낼 돈이 없다고 아우성치면서 부담률이 낮아지게 된다.

은퇴노인들은 은퇴노인들대로 생활이 안된다고 연금을 올려달라고 아우성 치게 되게 되어 포퓰리즘 정치와 결탁되면 재정이 악화되어 재정위기가 오게 된다. 이것이 중진국에서 선진국으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겪게 되는 선진국 고비다. 이 고비를 슬기롭게 극복하지 못하면 재정위기로 다시 후진국으로 추락하게 된다. 소득주준의 차이를 간과한 단순한 비율의 상대적 비교가 이런 큰 함정이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이런 한계를 안은 채 단순히 한국의 국민부담율과 복지지출 비율을 OECD 평균과 비교하면 한국은 지금은 중부담 저복지국가에 속한다. 앞에서 예로 든 바로 중진국에 해당하는 경우다. 여기에 앞에서 지적한 복지성숙도, 즉 아직 연금수급자가 본격적으로 등장하지 않은 점을 보정하기 위해 연금수급자가 본격적으로 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2050년의 복지지출비율을 가지고 상대적인 비교를 해 보면 한국은 2050년 공공사회적지출/GDP 비율이 2014년의 10.4%에서 25.9%로 급증해 현재의 제도로도 중부담 고복지국가임을 알 수 있다. 중부담은 고복지는 현재의 제도로도 재정위기를 피하기 힘들 것이라는 점을 시사해 주고 있는 부분이다.
 
   
▲ 그림. OECD 주요국의 국민부담율과 공공사회적지출 비중(주: 2013년 기준, 공적사회적지출은 2014년)./자료=OECD, 공적사회적지출통계, 2014, IMF, IFS, 국민소득통계, 2014.

이런 소득수준의 차이가 내포하고 있는 상대비교의 한계점을 보정하기 위해 2013년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에 대한 OECD 회권국들의 1인당 국민소득 배율을 구한 다음 이를 이용해 2013년 OECD 회권국의 국민부담율과 공공사회적지출 비율을 조정하는 표준화 작업을 한 후 그 결과 나온 OECD 회권국의 국민부담율과 공공사회적지출 비율을 한국의 비율과 상대적으로 비교해 보았다.

이 경우 2014년은 중부담 중복지, 2050년은 중부담 고복지가 될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소득수준과 복지성숙도를 교정한 경우에 한국은 현재 이미 중부담 중복지국가이고 국민연금수급자가 본격적으로 나오기 시작하는 2050년에는 중부담 고복지국가로 이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2050년에는 고복지 국가로 재정부담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흥미로운 점은 이 방법의 경우에 현재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남유럽국가들이 한국과 함께 고부담 고복지국가 군에 포함되어 있다는 점이다. 즉 자국의 소득수준을 고려하지 않은 채 포퓰리즘에 편승해 고복지를 시행해 국가들은 모두 재정위기를 겪고 있다는 점과 한국도 국민연금 수급자가 본격적으로 등장하는 시기에는 재정위기가 예상된다는 점을 시사해 주고 있다고 하겠다. 한편 독일 영국 등 재정안정국을 보면 중부담 중복지로 개혁하는 방향이 바람직함을 시사해 주고 있다.
 
   
▲ 그림. OECD 주요국의 국민부담율과 공공사회적지출 비중. (한국 2013년 소득=1 기준 각국의 소득배율로 2013년 부담률과 지출비중 조정) 주: 2013년 기준, 공적사회적지출은 2014년. /자료=OECD, 공적사회적지출통계, 2014, IMF, IFS, 국민소득통계, 2014

이러한 복지구조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현재 잠재성장률이 하락하고 세수증가는 둔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에 따라 복지지출규모/GDP 비율(%)은 2030년: 11%, 2040: 17%, 2050: 30%로 증가하고 현재 31% 인 복지지출의 예산 대비 비중은 2030: 44%, 2040: 68%, 2050: 120%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복지지출이 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0%를 넘는 경우 다른 부문의 예산운용이 어려워지면서 재정위기가 올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국회예산정책처도 “장기재정전망”(2014)에서 2033년 이후에는 국채발행으로 국가채무를 갚을 수 없는 재정파탄이 올 수도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기존의 복지제도에 대한 개혁은 없이 예산의 10%에 해당하는 막대한 기본소득을 도입하겠다는 주장은 재정파탄을 그만큼 앞당기겠다는 주장이나 다름없다.
 
   
▲ 그림. 한국의 복지지출의 대GDP와 예산 대비 비율 전망./자료=복지지출규모, 안종범(2011)

둘째, 재원조달이 뒷받침되지 않고 있다. 최근 기본소득을 제기한 한 대선후보는 소요예산 43조 6천억 원 중 28조 1천억 원은 기존 정부 예산 구조조정과 재벌·대기업에 대한 법인세 강화, 조세 감면제도 개선, 초고액소득자 소득세 강화 등 증세로 충당하고 토지배당 15조5000억원은 '국토보유세’를 신설해 땅에 세금을 매겨 거둬들인 뒤 이를 전 국민에게 똑같이 나눠주겠다는 구상을 밝히고 있다.

기존 정부예산 구조조정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는 박근혜정부가 이미 보여주고 있다. 박근혜정부는 '증세 없는 복지’를 주장하며 기존 예산의 구조조정을 주장했으나 사실상 어려운 가운데 복지지출은 확실한 것이어서 결국 2013~15년 간 연평균 49조 원에 달하는 막대한 국채부채만 증가시키고 있는 실정이다.

물론 이 중에는 경기부양을 위한 재정지출, 국민주택채권발행 등에 의한 부채증가분도 포함되어 있어 이러한 부분을 제외하더라도 30조 원 내외는 복지지출에 따른 부채증가분일 것으로 추정된다. 국토보유세는 토지소유에 대해 이미 재산세를 내고 있어 이중과세이고 사유재산권 침해소지와 이미 위헌판결이 난 종합부동산세와 같이 위헌소지가 크다3). 이와 같은 증세는 종국적으로는 생산비용을 증가시켜 국가경제의 대외경쟁력 하락으로 연결된다.

이런 문제로 인해 새로운 복지제도 입법시 페이고 원칙을 도입해서 재원조달방안을 의무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 있게 제기되고 있다. 한 번 약속한 복지지출은 확실한데 재원조달 방안은 불분명할 경우 결국 국가부채를 증가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 인구의 고령화로 지금 도입된 복지제도 만으로도 중장기적인 재정건전성을 담보하기 어려운 실정인데 선거 때 마다 우후죽순 경쟁적으로 등장하는 인기영합주의적 복지제도 도입은 페이고원칙을 도입해 사전에 차단해 재정건전성을 높이고 세대간 갈등요인을 사전에 차단해야 한다.

셋째, 복지에 대한 인식의 문제이다. 경제가 활력 있게 성장하면서 양질의 일자리를 많이 창출해서 고용문제와 같은 경제사회문제를 줄이고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경제주체 모두가 열심히 공부하고 일하고 기업하는 사회적 기풍이 중요하다. 열심히 공부하지 않고 일하지 않고 기업하지 않아도 열심히 하는 누군가가 부담하는 세금으로 충당되는 국가의 재정에 의존해 적당히 잘 살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만연하거나 심지어 반기업정서 등 앞서 가는 계층에 대한 적대감이 존재하는 국가가 발전할 수는 없다.

 더욱이 국가와 미래세대를 생각하는 진정한 정치인보다 이러한 현상을 선거 때마다 부추기는 인기영합적인 정상배들이 등장하고 지지를 받을수록 그 국가와 미래세대의 장래는 암울할 수 밖에 없다. 갈수록 세금을 부담하는 계층은 줄어들고 해외로 이탈하면서 경제는 갈수록 위축되는 반면 그 결과 일자리는 줄어들어 국가재정에 의존하는 계층은 확대되는 모순적인 악순환이 반복되어 경제사회문제는 더욱 악화되는 경로를 따라가는 국가들이 오늘날 남미나 남유럽국가들이다. 한국도 이미 변곡점을 넘어선 것이 아닌가 우려된다.

복지의 기본원칙은 첫째, 보충의 원칙이 적용되어야 한다. 보충의 원칙이란 일차적으로 개인이 열심히 일하고 그래도 기본적인 생계유지가 어려운 저소득계층에 대해 사회안전망으로 보호해 주어야 한다는 원칙이다. '자조(自助)적인 복지’라고도 한다. 둘째, 중장기적 재정지속가능성을 언제나 기본으로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다음 세대에 엄청난 재앙을 가져다 준다는 것을 가까운 남유럽재정위기에서 배우고 있다. 셋째, 현금퍼주기 복지(welfare)보다는 일하는 동기를 유발하는 “일하는 복지”, “근로촉진형 복지”(workfare)여야 한다는 것이다.

한 때 복지선진국으로 부러움의 대상이 되었던 서유럽의 많은 국가들이 90년대 복지개혁을 거치면서 직업훈련이나 심지어 일을 조금이라도 한 증거를 가져올 때 실업급여를 지급하는 제도로 이행하고 있다. 국민기초생활보장급여, 실업급여 등은 장기간 급여를 지양하고 복지(welfare)는 그저 주는 공짜라는 인식에서 벗어나 근로촉진형 근로복지(workfare)제도로 개편해야 한다.

일과 복지를 연계하기 위해, 국민기초생활보장급여는 일정기간이 지난 후에는 일부라도 근로소득이 있는 경우에 급여를 지급하는 등 근로연계성을 강화하고, 실업급여는 직업훈련과 연계한 적극적 노동정책을 강화하고, 독일이 하르츠개혁(2003)에서 도입한 것처럼 인력난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 취업권고와 거부시 급여를 중단하는 등 보다 적극적인 근로촉진형으로 바꾸어 일과 복지가 조화를 이루는 방향으로 개선해야 한다. 근로소득과 연계해 근로소득이 늘지 않으면 복지급여가 줄어들도록 설계해서 복지의존성을 줄여 나가야 한다. 독일처럼 복지는 '자조에 대한 원조’라는 인식의 확산이 필요하다.

한국에서는 현재도 복지지출 중 무상복지의 비율이 61%에 달해 재정건전성과 재정지속성이 담보될 수 없으므로 이를 낮추는 방향으로 복지제도를 구조조정해야 할 입장이다. 보편적 복지항목 모두를 처음부터 다시 점검해 과도한 보편적 복지는 선별적으로 개혁해야 한다. 기초생활보장제도는 생계급여 의료급여 주거급여 등 전체급여 수준이 중소기업 임금수준을 고려해서 책정되어 구인난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의 취업이 기초생활보장수급보다 낫도록 하고, 무작정 10년이 넘어도 계속 지급하기 보다는 일정 기간이 지난 뒤에는 일부분이라도 근로소득이 있는 경우에 지급하는 근로연계방식을 도입해 비용부담을 줄이고 탈수급율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

이처럼 지금도 무상 보편적 복지의 비율이 과도해서 불과 20~30년 후 미래세대의 재정위기를 우려해야 되는 상황에서 아직 복지선진국에서도 도입하지 않고 있는 무상 보편적 복지의 완결판이라고 할 수 있는 기본소득제도를 논한다는 것은 미래세대에 재앙이 될 인기영합정책이라고 할 수 밖에 없다.

넷째, 무엇보다 기본소득은 근로의 가치를 훼손한다는 점에서 윤리적으로도 심각한 비판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소득 자체를 정부가 책임지겠다는 발상은 근로를 통한 소득의 가치를 전면 부정하고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저해하는 반시장주의적인 접근이다. 또한 기본소득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질수록 실업이 장기화되는 한편, 개인의 근로능력도 퇴화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가 일하는 사람과 일하지 않는 사람을 동일하게 대우하는 것만으로도 심각한 갈등과 혼란이 불가피하다. 최고의 복지국가로 손꼽히는 나라 핀란드는 실업률이 최근 15년 사이 최고 수준인 9.5%로 치솟은 상태다. 하지만 실업자들이 복지수당으로 충분한 생활이 가능해 실업률이 떨어지기 힘들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다섯째, 선진국에서는 오히려 노동조합이 기본소득 도입에 반대하고 있는 실정이다. 독일에서도 독일노총(DGB) 등 주요 노동계가 오래전부터 반대 의사를 밝혀 왔다. 소규모 노조들도 기본소득에 반대한다. 독일 금속노조 IG메탈은 지난 1월에만 해도 독일 일간지 <벨트>에 기본소득이 “사회적이지도 경제적으로 합리적이지도 않다”고 밝혔고 프랑크 브시르스케 독일서비스부문노동조합연맹(Ver.di) 위원장은 “재정 충당이 어떻게 가능하겠는가.

낮은 수준의 기본소득은 이미 기본소득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독일경제조사연구소(DIW)의 2014년 연구에 따르면, 독일 노동조합들이 기본소득에 반대하는 주요 이유는 첫째, 기본소득이 노동조합의 협상력을 상실하도록 위협할 것이며, 둘째 고용보장을 약화시키는 보다 유연한 노동시장을 만드는 도구로서 사용될 수 있다고 본다. 독일 기본소득네트워크의 공동대표 카트야 키핑의 좌파까지 입장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는 실정이다.

스위스의 주요 노동조합들도 오랫동안 기본소득 반대 입장을 밝혀 왔다. 지난해 6월 5일 기본소득 도입에 관한 주민투표를 앞두고도 스위스에서 가장 큰 스위스노총(SGB) 대표단은 조합원들에게 반대를 추천했다. 스위스노총이 기본소득에 반대하는 이유는 “좋은 의도지만 잘못된 시도”이며 “무조건성은 유감스럽게도 허상일 뿐”이라고 한다. SGB 홈페이지에 게시된 다니엘 람페르트 경제부장의 칼럼에 따르면, 기본소득이 사회복지를 대체할 경우 복지혜택이 더 열악해질 수밖에 없다고 경고한다.

스위스 사회복지 모델은 연령, 질병, 사고, 실업 등을 겪는 당사자에 대한 연대적 지원을 기초로 운영되고 있는데 만약 일반 개인에 대한 무조건적인 기본소득으로 사회복지가 대체되는 경우 이들 위험으로부터 당사자 개인을 보호할 수 없다는 것이다. 결국 스위스 국민투표는 찬성 23%, 반대 76.9%로 기본소득제도 도입을 부결시켰다. 결국 기본소득이 장밋빛 청사진과는 다르게 근로조건과 사회복지를 후퇴시켜 근로자에 대한 '트로이 목마’가 될 것이라는 우려와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 복지지출비율이 상대적으로 낮다고 해서 복지지출을 늘리면 나중에 연금수급자가 본격적으로 나오기 시작하면 한국 재정은 파탄이 날 수 밖에 없다./사진=연합뉴스

IV. 맺음말
 
정치권에서 표심을 의식해 재정지속가능성과 재원조달방안도 담보되지 않은 가운데 '자조적인 복지’ '일하는 복지’의 근간을 무너뜨리고 실업률 개선도 확실치 않아서 아직 선진국에서도 도입되지 않고 있는 기본소득을 내세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는 국민들의 합리적 판단력을 흐리게 하고 사회적 혼란을 야기하면서 미래세대에 엄청난 재앙을 남겨줄 뿐이다.

제4차 산업혁명과 같은 기술충격의 대안으로서 기본소득을 도입하자는 것은 결국 노동력을 상실시키고 기본소득이라는 약물에 의존해 살아가자는 주장과 다를 바 없다. 한번 노동력을 상실하면 다시 노동시장으로 돌아가기가 힘들어 생산가능인구 감소와 더불어 잠재성장 하락요인으로 작용한다는 것이 노동력 이력현상 (hysterisis)이라고 해서 이미 학계에서는 이론적으로나 실증적으로 정립된 견해다.

여론조사결과도 기본소득에 우호적이 아닌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이 2016년 7월 21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기본소득에 '반대한다’는 의견이 75.3%에 달했다. '찬성한다’는 20.6%에 그쳤다. 2017년 2월 21일 매일경제신문이 여론조사기관 메트릭스(대표 조일상)에 의뢰해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지난 17~18일 '대선주자 주요 공약 여론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를 한 결과 기본소득 부분에서 여야 대선주자들의 기본소득제 도입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무책임한 기본소득 주장은 극단적 포퓰리즘이자 유토피아적 정책구상에 불과하다. 우파가 사회복지를 줄이기 위해 만들어낸 기본소득 개념을 이제 좌파에서 이용하려 하고 있다.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 /오정근 건국대 금융IT학과 특임교수, 한국금융ICT융합학회 회장
 

1) 성장률 1%에 6~7 만 명의 일자리가 창출되는 것으로 실증적으로 분석되고 있는데 1962~1991년 30년간 연평균 9.7%를 고성장을 지속하던 성장률이 1992년부터 2011년 까지 연평균 5.4%,의 중성장기를 거쳐 2012년부터 연평균 2.7%의 저성장기에 진입하면서 2016년 말 임시직 일용직 650만 명, 영세자영업자 400만 명 등 저소득층이 증가하고 있다.
 
2) 이재명 성남시장은 △일정 계층에게만 지급하는 생애주기별 배당·특수배당, △전 국민에게 지급하는 토지배당으로 구성된 기본소득 공약을 제시했다. 먼저 생애주기별 배당과 특수배당은 유아(0~5세), 아동(6~11세), 청소년(12~17세), 청년(18~29세), 노인(65세 이상) 등 특정 연령대 및 농어민과 장애인에게 각각 연 100만원을 지급하겠다는 계획이며 토지배당은 모든 국민에게 연 30만원씩 지급한다는 계획이다.

소요액은 43조 6천억 원으로 생애주기별 배당·특수배당 재원은 기존 정부 예산 구조조정과 재벌·대기업에 대한 법인세 강화, 조세 감면제도 개선, 초고액소득자 소득세 강화 등 증세로 충당하고 토지배당은 '국토보유세’를 신설해 땅에 세금을 매겨 15조5000억원을 거둬들인 뒤 이를 전 국민에게 똑같이 나눠주겠다는 구상이다.
 
3) 2003년 10월 29일 정부가 '부동산 보유세 개편방안'에 따라 종합부동산세 법안을 마련하면서 2005년부터 시행된 종합부동산세는 토지 및 건물 소유자들을 대상으로 주소지가 속한 지방자치단체가 관할구역의 토지 및 건물을 대상으로 세금을 부과하는 현행 재산세와 별도로, 국세청이 일정 기준을 초과하는 토지와 주택 소유자들의 전국 소유 현황을 분석해 누진세율을 적용해 부과하는 국세로 원래는 토지에만 부과하기로 하였다가 나중에 주택까지 대상에 포함시켜 2005년 시행당시의 과세대상자는 주택의 경우에는 국세청 기준시가로 9억 원 초과, 나대지의 경우에는 공시지가로 6억 원 초과, 빌딩·상가·사무실 등의 부속토지의 경우에는 공시지가로 40억 원을 초과하는 경우 해당되었다.

2009년 현재, 개인별 합산시 6억원(1세대1주택자의 경우엔 9억)이상의 주택을 소유한 자나 토지의 경우 종합합산토지는 5억, 별도합산토지는 80억을 초과한 자의 경우에 종합부동산세의 과세대상에 해당한다. 2005년 시행시 개인별로 합산해 부과하던 것이 2006년 세대별 합산으로 변경되었지만, 2008년 말 세대별 합산 부분이 위헌판결을 받았고, 1주택자에 대해 종합부동산세 부과는 헌법 불합치 판정이 내려졌다. 이에 다시 개인별 합산으로 재변경되었다.


(이 글은 자유경제원 현안해부 게시판에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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