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설립 결혼 이주여성 돕기…신바람 나는 일터이자 희망 삶터로 자리매김
국민대통합위원회에서는 매년 국민통합 우수사례를 발굴·전파하기 위하여 전국 지자체와 민간단체 등에서 추진하는 국민통합 활동사례 중 우수사례를 선정하여 국민통합 활동에 대한 동기부여와 분위기 확산을 꾀하고 있다. 그 성과물로 2016년 '국민대통합위원회 우수 사례집'이 발간됐다. 사례집은 국민대통합위원회가 취재하여 이를 바탕으로 작성된 것이다. 미디어펜은 국민대통합위원회의 우수사례 원고를 매주 1회(목요일), 총 25회에 걸쳐 연재한다.[편집자 주]

[4]마음의 벽을 허무는 나눔(25)-전라남도 영광군 톤래삽협동조합 이주여성들이 함께 만들어 가는 코리안 드림

코리안 드림, 현실이 되다!

전라남도 영광군에는 아주 특별한 협동조합이 있다. 결혼이주여성들이 직접 조합비를 마련하여 설립한 '톤래삽협동조합'이다. 코리안 드림을 품고 한국으로 시집을 왔지만 한국인 남편의 무능력과 경제적 어려움 앞에서 한때 모든 것을 포기하고 좌절했던 그들. 그러나 협동조합에서 함께 일하고 함께 살아가면서
경제적 자립도 이루고 삶에 대한 자신감도 조금씩 되찾고 있다. 이제는 수익금을 가지고 지역사회를 위한 봉사와 기부에도 참여하면서 도움을 받는 입장이 아니라 도움을 주는 당당한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다.

   
▲ 톤래삽협동조합 설립.

   
▲ 필리핀 태풍 피해 이재민 돕기 판매사업.

고향 톤래삽을 그리워하며

캄보디아 씨엠립을 여행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한번쯤은 꼭 들르는 곳, 톤래삽(Tonle Sap). 바다처럼 거대한 호수인 그곳은 언제부터인가 캄보디아를 상징하는 또 하나의 관광 아이템이 되었다. 그런데 캄보디아에서 나고 자랐지만 고향을 떠나 톤래삽을 그리워하며 타향살이를 하는 이들이 있다. 전남 영광군의 톤래삽협동조합에서 함께 일하는 결혼이주여성들이다. 톤래삽협동조합 설립과 운영에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전라남도 영광군다문화가족지원센터 고봉주 센터장은 톤래삽협동조합의 설립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던 결혼이주여성들 16명이 각자 마중물과도 같은 20만 원의 조합비를 마련해서 함께 2013년 8월 톤래삽협동조합을 설립했습니다. 캄보디아 출신 여성들이 많아서 협동조합 이름을 톤래삽으로 했죠. 현실은 힘들지만 열심히 일해서 언젠가 가족들과 함께 톤래삽으로 여행을 다녀오고 싶다는 애틋하고 소박한 꿈을 담은 것입니다."

사실 톤래삽협동조합이 있는 전라남도 영광군에는 한국으로 시집을 와서 가정을 꾸렸다가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해 결혼생활을 유지하지 못한 결혼이주여성들이 많이 있다. 경제적 어려움은 물론이고, 코리안 드림을 안고 건너 온 땅에서 생각지도 못한 각박한 현실을 만나니 정신적인 고통도 만만치 않다. 경제적 어려움과 정신적 고통이라는 이중고 속에서 생계를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처음 한국에 올 때는 몰랐는데 시집을 오고 보니, 남편은 중증질환이 있어서 생업을 갖지 못하는 사람이었어요."

"고향에 계신 부모님께 매달 20만 원 생활비를 보내드리기로 약속을 하고 시집을 왔는데, 한 번도 보내드리지 못했어요."

이렇게 결혼이주여성들의 애환과 아픔은 결코 적지 않다. 어떻게 하면 그들이 경제적 어려움에서 벗어나 한국에서 적응하고 살아갈 수 있을까? 그러한 고민에서 시작된 것이 톤래삽협동조합이었던 것이다. 누구보다 결혼이주여성들의 아픔과 처지를 잘 알고 깊이 공감하는 고봉주 센터장은 결혼이주여성들의 상황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 고향에 돈도 부쳐 드리지 못하다 보니 무력감과 좌절감에 빠진 분들이 많았습니다. 그분들에게 필요한 것은 누군가의 일시적인 도움이나 시·군에서 펼치는 복지정책이 아니라 경제적 자립을 이루는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경제적 자립을 이뤄야 한국에서 자긍심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을 테니까요."

이렇게 톤래삽협동조합은 결혼이주여성들의 애환과 그들을 도우려는 따뜻한 마음, 다문화가정에 대한 편견을 넘어 한국 사회에서 함께 살아가고자 하는 의지가 합해져 탄생한 것이다.

   
▲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성금 전달.

   
▲ 전남대 캄보디아 유학생 방문.

톤래삽협동조합은 일터이자 삶터

"조합에서 받은 월급을 모아 고향에 계시는 친정아버지 암 수술비를 마련해 보내 드렸는데, 아버지가 눈물을 흘리셨습니다. 지금 저는 정말 행복합니다."

"남편과 살 때는 생활비가 하나도 없어서 고향에 돈을 부쳐 드리지 못했는데 요즘은 매월 20만 원씩 친정엄마에게 부쳐 드리고 있어요."

코리안 드림을 안고 한국에 건너온 결혼이주여성들. 그들의 꿈은 거창한 게 아니다. 소박한 바람이다. 허망하게 부서졌던 그들의 코리안 꿈이 요즘 톤래삽협동조합에서 하나씩 이뤄지고 있다.

현재 톤래삽협동조합은 한국인 장애인 두 명과 결혼이주여성 10명, 총 12명이 유기농 수제 찰보리빵, 수제 자연 요거트, 치즈, 모싯잎송편 등을 생산·판매하여 수익을 내면서, 자신들의 힘으로 경제적 자립의 발판을 일궈가고 있다. 함께 일하며 자신들의 힘으로 이뤄가는 코리안 드림에 대해 한 조합원은 이렇게 말한다.

"경제적 어려움에 힘들어 하던 저희들이 모여 협동조합을 만들고 이렇게 좋은 제품들을 생산하고 판매하여 많은 수익금을 낼 수 있다는 것이 정말 신기해요. 이제는 저희가 무엇인가 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생겨서 매일 기분 좋게 일해요."

조합원인 그녀들이 받는 월급은 대략 140~150만 원 정도이다. 그리 많은 금액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 돈이 그들의 코리안 드림을 현실로 만들어 주고 있는 것이다. 그들은 무엇보다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고 고향에 있는 친정 부모님께 생활비를 보내 드릴 수 있는 것에 대해서 가장 만족하고 있다. 이들에게 톤래삽협동조합은 가장 든든하고 신바람 나는 일터이자 삶터이다. 이곳에서 그들은 돈을 벌고 삶의 자신감을 되찾아 가고 있다.

   
▲ 취약계층 이주여성 사랑의 쌀 전달.

   
▲ 보리빵 제조 장면.

받은 만큼 다시 베풀다

톤래삽협동조합이 설립 후 자리를 잡기까지 도와 주신 분들이 많이 있다. 우선 협동조합은 한빛원자력본부를 비롯하여 현대아산재단, 함께일하는재단, 한국수출입은행 등 각 기관과 복지재단 등으로부터 교육비와 시설비 등을 지원 받아 협동조합의 제품 생산에 필요한 기술교육과 함께 최신식 설비를 갖추게 되었다.

2014년 8월에는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예비 사회적기업으로 지정을 받았으며, 2015년 5월에는 전라남도형 예비사회적기업으로 지정을 받았는데, 그것을 계기로 정부의 재정지원을 받아 본격적인 협동조합의 면모를 갖출 수 있었다. 고봉주 센터장은 이렇게 말한다.

"우리 톤래삽협동조합을 도와주신 손길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저희도 지역사회를 위해 무언가를 하고자 수익금의 일부를 심장병 환자들과 소아암 등 난치병을 앓고 있는 다문화 아동의 치료비 지원, 또 다른 이주여성을 위한 일자리 창출 지원 등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2013년에는 필리핀 태풍 피해 친정부모 돕기 자선바자회 수익금 560만 원을 기부하기도 하였으며, 2014년에는 세월호 유가족 돕기 자선바자회를 열어 그 수익금 450만 원을 기부하기도 하였다. 2014~2015년에는 네팔 지진피해 친정부모 돕기 자선바자회 수익금 780만 원을 기부하기도 하였다. 또한 지역의 어르신들을 정기적으로 찾아뵙고 보은의 인사를 통해 효를 실천하고 있다.

비록 가진 것은 많지 않지만 오히려 감사하는 마음으로 사회를 위해 나누고 헌신하는 톤래삽협동조합 사람들. 그들은 경제적 자립은 물론이고, 나눔과 봉사를 통해 진정한 보람과 삶의 의미를 찾아가고 있다. 마음의 벽을 허물고 나눔을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끝]
[미디어펜=편집국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