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연기·일감 부족 등 여파로 침체
1조6900억 스타토일 프로젝트 사활
[미디어펜=김세헌기자] 국제유가가 완만한 상승세를 보이면서 조금씩 살아나는 해양플랜트 시장에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국내 조선업계 대형 3사(빅3)의 움직임이 분주해지고 있다.

   
▲ 경남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전경

조선 빅3는 그동안 해양플랜트 인도 연기 등으로 지난 몇 년간 적자를 냈다. 하지만 최근 해양플랜트 프로젝트가 다시 진행되고, 이들 업체의 해양플랜트 사업이 밀려있지 않은 관계로 수주에 청신호가 켜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4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조선 빅3가 현재 집중하고 있는 것은 노르웨이 석유회사 스타토일(Statoil)이 발주 예정인 대형 해양플랜트다.

스타토일은 최근 북해 유전 요한카스트버그(Johan Castberg) 개발 프로젝트에 투입될 FPSO(부유식 원유 생산설비) 건조를 위해 입찰을 진행 중이다. 국내 조선업체 중에서는 유일하게 삼성중공업에 상부플랜트(T/S, Topside) 입찰 참여 제안서를 보냈다. 

스타토일은 노르웨이의 두 회사(Kvaerner, Aibel)와 삼성중공업, 싱가포르의 한 회사(Sembcorp) 등 4곳에 입찰참여 제안서를 보냈는데,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도 입찰참여를 희망했지만 제안서를 받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업계에서는 이번 상부플랜트 입찰에 국내 조선 빅3 가운데 삼성중공업만 초대받은 것은 스타토일의 다른 개발 프로젝트에서도 삼성중공업이 상부플랜트 건조에 참여하고 있다는 점이 감안된 것이란 시각이 일반적이다. 상부플랜트 공사는 선체·거주구 공사에 비해 규모가 크고 중요한 공사로 꼽힌다.

삼성중공업 등 제안서를 받은 업체는 입찰서를 오는 8월까지 제출하게 되며, 입찰 결과 발표는 내년 상반기에 이뤄질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앞서 스타토일은 지난 3월 1차로 선체(Hull)와 거주구(Living Quarter) 입찰 진행에서는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국내 조선 빅3 모두에 입찰 제안서를 보낸 적이 있다.

FPSO의 선체와 거주구 입찰에는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국내 조선 빅3 외에도 싱가포르의 조선업체 2곳(Sembcorp, Keppel) 등 5개 회사가 입찰참여 제안을 받았다.

   
▲ 경남 거제 대우조선해양 선박건조장 현장

이들 업체는 다음 달 중순까지 입찰서를 제출해야 하며, 선체와 거주구에 대한 입찰 결과는 오는 11월 나올 전망이다.

스타토일의 상부플랜트 건조 계약 체결을 위한 입찰에서 제외된 현대중공업은 스타토일의 프로젝트 총괄 담당자에게 공식 항의서한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현대중공업은 선체·거주구 공사에는 예정대로 입찰에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스타토일의 이번 프로젝트는 해양플랜트 사업과 관련해 조선소가 모든 책임을 지는 EPC(설계·조달·시공 일괄처리) 방식이 아닌, 조선사들이 제작만 수행하는 구조다. 때문에 리스크는 적으면서 일감 확보에는 많은 도움이 되는 것으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선체와 거주구, 상부플랜트를 합한 발주 규모는 약 15억달러(1조6899억원)가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데, 이번에 발주되는 FPSO는 추후 매장량 5억5000만∼6억5000만배럴로 추정되는 북해 유전 요한카스트버그 개발 프로젝트에 투입된다.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저가 수주를 경계하는 분위기가 형성된 상황에서 입찰이 이뤄져 가격으로 경쟁하긴 어려웠을 것"이라면서 "납기 준수를 위한 재무 건전성과 과거 해양플랜트의 건조 경험 등이 고려된 것 같다"고 했다.

조선업계에서는 당초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조선 빅3가 이번 수주를 따내기 위해 그 어느 때 보다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했다.

현대중공업은 해양 일감이 남아 있지 않은 상태이고, 삼성중공업도 올해 일감의 대부분이 인도될 예정이었기 때문이다.

유동성 위기로 금융당국과 채권단으로부터 신규 추가 자금 지원을 받게 되는 대우조선해양도 상반기 안에 해양플랜트 수주잔량의 상당 부분을 인도할 예정인데다, 올해 해양 부문 수주 목표 달성이 당장 절박한 처지에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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