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 기자]KBS와 MBC 노조의 총파업이 지난 4일 시작한 이후 열흘을 넘겼지만 노사가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평행선을 달려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협상의 전제조건으로 방송사측은 업무 복귀를, 노조는 경영진 퇴진을 내세운 상태라 별도의 출구 전략이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총파업 장기화를 막기 위해 단기적으로는 방송통신위원회의 직권 조사를 통해 양사 내부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확인하면서, 동시에 장기적으로 국회에 계류 중인 방송법 개정안을 논의해 조속히 통과시켜야 한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KBS MBC 및 EBS 등 공영방송 채널 전부에 대해 정권으로부터 독립된 방식의 지배구조를 만들어 정치개입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방송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앞서 KBS 노사 갈등은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가 고대영 KBS사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등 총파업 투쟁에 나서면서 본격화됐고, MBC의 경우 지난 1일 검찰이 김장겸 MBC사장의 부당노동행위 의혹과 관련해 체포영장을 발부하면서 가속화됐다.

사태를 진정시키기 위해 KBS는 "공정성에 문제 없었다"며 고용노동부에 긴급조정을 요청했고 MBC는 부당노동행위가 없었다고 밝혔으나, 양사 노조측은 지난 박근혜정부 당시 세월호 사건에서 최순실 국정농단 게이트에 이르기까지 보도국 등 경영진의 압력으로 취재현장에서 공영방송 기자로서의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노조에 따르면, 박근혜정부가 들어선 후 KBS와 MBC는 지시를 따르지 않거나 자사 보도를 비판한 기자 및 PD들에 대해 인사위에 회부해 징계하거나 해고하는 등 불법전보를 통해 보도국 밖으로 내보냈고 이들의 빈자리를 다른 직원들로 채웠다는 제보가 잇따르고 있다.

   
▲ KBS와 MBC 노조의 총파업이 지난 4일 시작한 이후 열흘을 넘겼지만 노사가 합의점 없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사진=연합뉴스


KBS·MBC 총파업 사태를 두고 여야간 대립각도 선명해지는 모양새다.

자유한국당은 '공영방송 장악 문건'의 진상을 규명하자고 나섰고 더불어민주당은 "前정부 9년간의 방송장악 기도까지 파헤치는 국정조사라면 수용하겠다"며 맞받아친 가운데, 국민의당은 한국당을 향해 '방송장악' 공세 말고 방송법 개정에 동참할 것을 촉구했다.

파업사태 장기화로 인한 결방 등 시청자가 체감하는 방송 차질의 여파는 점차 커지고 있다.

KBS·MBC 양 방송사의 각종 제작 프로그램 본방이 결방되거나 촬영 취소되고 재방송이 이어지면서 MBC 광고단가는 80% 선으로 하락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정권교체기마다 거듭된 KBS·MBC의 내부 갈등을 그치게 하려면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이 해법의 단초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반복되는 공영방송 파행 사태를 막기 위해서는 청와대 직영방송처럼 운영되어 온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에 정치권이 적극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노사 어느 한쪽이 포기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는 가운데 방송법 개정안 통과를 위한 여야 합의 등 국회의 입법움직임이 뚜렷해질지, 이러한 과정에서 '공정성'과 '독립성'이라는 공영방송 역할에 대한 논의가 생산적으로 펼쳐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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