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 기자]좁은 수로에서 급유선과 충돌해 전복되어 15명의 사망자를 낸 낚싯배 사고를 두고, 안전불감증의 총체적 사례였던 세월호 사건으로부터 아무런 교훈을 얻지 못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전복 후 실종되었다가 사망한 것으로 밝혀진 낚싯배 선주는 앞서 2015년 9월 15명의 사망·실종자를 낸 돌고래호와 마찬가지로 무전기와 위치추적기가 있는 무선통신장비(VHF-DSC)를 꺼놓고 운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출항한지 5분만에 선창1호(9.77t)는 급유선인 명진1호(336t)의 부주의로 충돌했지만, 무선통신장비가 꺼져있어 사고 발생 후 조난신고도 보내지 못했다.

2년 전 추자도 해역에서 전복된 돌고래호 또한 무선통신장비를 끈 상태로 운항하다 변을 당했다.

낚싯배는 입출항시 및 낚시구역 위치를 어업통신국에 보고해야 하지만 선창1호는 출항 당시 어업통신국과 교신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해상안전을 위해 무선통신장비 교신기록에 대한 낚싯배들의 위반 사례를 적발해 처벌해야 하나, 관계당국인 어업통신국과 해경은 각각 통보-조사 역할을 나누어 맡고 있어 책임을 서로 떠넘기는 상황이다.

적발 후 자격정지하는 처벌조항이 있지만 어업통신국의 통보와 해경의 적극적인 조사가 없어, 돌고래호 사고 후 지난 2년간 보고의무를 위반해 실제로 처벌이 이뤄진 사례가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뿐 아니다. 이번 영흥도 낚싯배 사고에서 2시간40분이라는 가장 오랜 시간을 버티다 극적으로 구조된 생존자 3명의 경우, 뒤집혀진 객실 내 에어포켓에서 방수 스마트폰으로 위치지도까지 캡처해 보냈어도 해경이 "지금 어디냐"는 질문만 30분간 반복해서 물어봤다고 6일 전해졌다.

   
▲ 명진15호 선장 전모(37)씨와 갑판원 김모(46)씨는 3일 오전 6시5분 인천시 영흥도 남서방 1마일 해상에서 9.77t급 낚싯배 선창1호를 들이받아 낚시꾼 등 15명을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사진은 5일 인천시 서구 북항 관공선부두에 정박한 급유선 명진15호에서 중부지방해양경찰청과 인천해양경찰서 관계자들이 현장감식을 하는 모습./사진=연합뉴스

이번 사고에서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한 인천해경 영흥파출소 고속단정(리브보트)에는 구조요원이 없어 골든타임을 1시간 가까이 허비했다.

사고해역 담당인 인천구조대가 출동지령(6시6분)이 내려진지 1시간30분이 지나 현장에 도착해 수중수색을 시작한 이유도 구조장비가 미비해 육로로 먼 길을 돌아오느라 그랬다.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인 급유선 명진1호의 '좁은 수로' 운항 또한 세월호와 마찬가지인 경제적 이유로 대부분의 급유선들에게 비일비재한 것으로 드러났다.

급유선이 사고 해역인 영흥수도를 돌아가면 2시간이 더 걸려 운송비용이 2배 이상으로 대폭 상승하기 때문에 급유선사로서는 좁은 수로로 위험한 항행을 무릅쓸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전국에는 현재 급유선 640여척이 운항 중이다. 20년째 제자리걸음인 운송수수료로 인해 영세한 급유선사가 대다수인 것으로 나타났다. 

인천지검은 5일 업무상과실치사상 및 업무상과실선박전복 혐의로 명진15호 선장 전모(37)씨와 갑판원 김모(46)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이들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는 6일 오후2시 인천지방법원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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