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 기자]110억 원 뇌물 수수 및 350억 원 횡령을 비롯해 조세포탈에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국고손실·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등 14개 혐의를 받고 있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23일 새벽 구속됐다.

지난해 3월31일 직권남용 및 뇌물 혐의 등으로 구속된 박 전 대통령에 이어 1년여 만에 이 전 대통령도 구속됨에 따라 지난 1995년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구속 후 23년 만에 두 명의 전직 대통령이 동시 수감되는 일이 재연됐다.

박근혜-이명박 두 전직 대통령은 구속수감된 채 각각 1심 선고, 기소를 기다리는 처지로 전락했다.

774억 원 재단 강제출연 및 433억 원 뇌물 등 총 18개 혐의로 받아온 박 전 대통령은 구속연장 후 사선변호인단 총사퇴와 접견 거부 등 재판 보이콧을 이어가고 있다.

23년 전인 1995년 11월16일 노태우 전 대통령은 재임 당시 기업인 30명으로부터 2359억 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서울구치소에 구속수감됐고, 노 전 대통령 구속 후 17일 만인 12월3일 전두환 전 대통령이 12.12 군사반란과 비자금 혐의로 안양교도소에 구속수감됐다.

노태우-전두환 두 전직 대통령은 1996년 4월 각각 징역 17년 형과 무기징역을 확정받았으나, 1997년 12월 특별사면되면서 2년간의 수감생활을 마쳤다.

이 전 대통령이 노태우·전두환·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헌정사상 4번째로 구속된 불명예를 안게 되고 두 전직 대통령의 동시 수감까지 재연되자, 이명박-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해 보수 진영에서 반성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보수 원로들은 이에 대해 성찰과 반성이 필요하고 이제라도 보수의 가치를 제대로 세워야 한다고 목소리를 모았다. 복거일 소설가는 "보수의 두 지도자가 이념이 무엇인지 몰랐고 부실했다. 두 전직 대통령들의 곤경과 관련해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에 대한 성찰과 반성이 철저해야 한다"고 밝혔고, 좌승희 서울대 전 초빙교수는 "진정한 보수 정치가 없었던 대한민국에 보수의 가치를 제대로 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만 법조계는 이 전 대통령이 다른 전직 대통령들과 달리 수사선상에 올라갔던 조카부터 부인까지 일가가 범죄사실에 깊이 관여한 정황이 드러나, 이들도 공범으로 사법처리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보았다.

조카인 이동형 다스 부사장은 다스 비자금 조성 및 횡령 과정에 적극 개입한 혐의를 받고 있는 피의자 신분이고, 이 전 대통령의 큰형이자 이 부사장의 부친인 이상은 다스 회장은 참고인 신분이지만 다스 비자금 조성과 차명재산 형성에 관여한 의혹을 받고 있다.

   
▲ 110억원대 뇌물 수수와 340억원대 비자금 조성 등 혐의로 구속영장이 발부된 이명박 전 대통령이 23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자택에서 나와 서울동부구치소로 향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 전 대통령의 둘째형 이상득 전 의원은 민간 8억원 및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1억원 수수에 연루되어 있어 불법자금 수수 혐의 피의자로 검찰 조사를 받았다.

맏사위 이상주 삼성 전무는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으로부터 뇌물을 건네받아 이 전 대통령에게 전하고 이팔성 전 회장의 연임 청탁에 개입한 것으로 나타나 검찰 수사 과정에서 참고인에서 피의자로 신분이 바뀌었다.

아들 이시형 다스 전무는 참고인 신분이면서 이 전 대통령 차명재산 관리를 비롯해 다스 장악·관련업체 자금지원·차명주주 배당금 횡령 의혹을 받고 있다.

부인 김윤옥 여사는 이팔성 전 회장으로부터 청탁성 현금 3억5000만 원과 1230만 원 상당의 의류를 받아 이 전 대통령에게 전한 것으로 조사됐고, 다스 법인카드를 개인용도로 총 4억 원 가량 써서 횡령 혐의에도 연루됐다.

검찰 관계자는 이 전 대통령 일가에 대한 사법처리 가능성에 대해 "사건 수사가 아직 종결된게 아니고 필요한 내용이 있다면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법조계는 검찰이 혐의 주범인 이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수사에 나선 이상 이들에 대한 사법처리 검토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검찰은 입감 절차를 거쳐 서울동부구치소 독거실(독방)에 수용된 이 전 대통령에 대해, 경호 문제를 고려해 박 전 대통령 당시와 마찬가지로 조만간 담당 부장검사들을 보내 조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지난 14일 이 전 대통령을 소환 조사한 서울중앙지검 수사팀 송경호 특수2부장과 신봉수 첨단범죄수사1부장이 가게 될 가능성이 크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 전 대통령이 최근까지 계속 검찰 수사를 '정치 보복'으로 규정했고 법원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까지 불출석했다는 점에서 자신에게 불리할 수 있는 추가조사 요구에 응하지 않을 가능성이 관건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이 전 대통령 개인 입장으로서는 검찰 수사에서 자신과 정반대 입장에서 불리한 진술을 쏟아낸 'MB 집사'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금고지기' 이병모 청계재단 사무국장·김희중 전 부속실장·김성우 전 다스 사장·권승호 전 전무·이영배 금강 대표 등과 향후 법정 공방을 벌일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 2007~2008년 수사와 달리 이 전 대통령이 다스와 무관한 인물이 아니라 실제 소유주라는 정반대의 결론을 내놓은 검찰에게 결정적 진술과 물증이 쏟아진 상황에서 이 전 대통령이 혐의를 계속 부인하고 측근들에게 떠넘기려는 태도를 고수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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