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소 판결 확정되어도 다시 난민 신청할 수 있는 구조…가짜 난민들의 '절차 남용' 가능성 높아
[미디어펜=김규태 기자]제주도 예멘 난민 사태와 관련해 대대적인 반대 여론이 여전한 가운데, 한국에 머무르기 위해 난민법의 맹점을 파고들어 소송을 제기하는 '가짜 난민' 재판이 속출하고 있어 또다른 우려를 낳고 있다.

현행 난민법에 따르면 패소 판결이 확정되어도 당사자가 재차 난민 신청을 할 수 있어 법적으로 이를 막을 수 없다.

난민법에 따르면 총 5단계 심사가 가능한데, 최근 제주도에 들어온 예멘인 486명이 인정 심사에 들어간 것처럼 1차로 출입국관리청에 난민 인정 신청을 했다가 거부당하면 난민위원회에 이의 신청을 할 수 있다.

이의 신청이 기각될 경우 3심까지 가는 소송에 들어갈 수 있다. 소송을 마칠 때까지 이들은 '난민 신청자' 자격으로 체류할 수 있고 3심에서 패소 판결이 확정되어도 난민 신청을 재차 할 수 있어 똑같은 소송을 2차례 3차례 더 할 수 있다. 소송 횟수나 기간에 대한 제한이 없어서 소송을 모두 거친 후 처음부터 다시 난민신청을 해도 받아준다.

난민법 제5조 제6항에 따르면, 난민신청자는 난민인정 여부에 관한 결정이 확정될 때까지(난민불인정결정에 대한 행정심판이나 행정소송이 진행 중인 경우에는 그 절차가 종결될 때까지) 국내에 체류할 수 있다. 

법조계는 이에 대해 "증거 없이 주장만 하는 경우가 많아 재판을 맡은 판사들이 진짜 난민을 가려내기 위해 직접 해당 국가 상황을 따로 검색해 알아보기도 한다"며 "신청자들이 지능적으로 시간을 끄는 등 브로커가 개입했을 소지가 크다"고 지적했다.

법관 출신의 한 법조계 인사는 이에 대해 "난민 신청자가 연달아 불출석한 뒤 재판 기일 지정을 신청하는 기간만료를 눈앞에 두고 법원에 신청서를 내는 경우도 봤다"며 "소위 '가짜 난민'들의 주장을 판사들이 샅샅이 확인하고 검증하느라 진짜 난민을 놓치기 일수이고 다른 사건을 소홀히 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실제로 서울행정법원이 지난해 다루었던 전체 사건 1만870건 중 난민 사건은 3143건으로 29%를 차지했다. 단일 사건으로는 가장 많은 수치이고, 난민법이 시행됐던 2013년 당시 행정법원이 다루었던 296건에 비해 10배 이상 늘었다.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 자료에 따르면, 난민관련 행정소송은 2014년 423건을 기점으로 2015년 1220건 및 2016년 3161건으로 폭증했고, 난민 불인정 결정에 불복해 이의신청을 하는 자는 2014년 1751명·2015년 3265명·2016년 5350명에 이르고 있다.

법원의 이러한 난민 사건 처리 상황에 따라 앞으로 난민 신청자들이 더 늘어날 경우 더 큰 혼란이 우려되고 있다.

사법정책연구원 이혜영·표현덕 연구위원은 이와 관련해 지난 1월 발행한 '난민인정과 재판 절차의 개선방안' 보고서에서 "난민인정 심사와 난민재판은 신뢰할 만한 자료나 증거가 거의 없는 상태에서 주로 신청인의 진술에 의존해 박해 가능성을 판단한다"며 "난민 신청자가 오로지 체류기간 연장과 취업허가만을 받을 목적으로 난민인정 신청을 할 수도 있어서 난민인정 심사와 난민재판은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운용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특히 보고서는 "공정한 (난민 심사) 절차는 여러번 심리를 거친다고 보장되는 것이 아니다"라며 "난민 인정 및 재판 절차는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설계되어 운영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체류기간 연장 및 취업허가를 목적으로 신청하는 자들로 인해 절차가 남용되지 않기 위해 현재와 같이 모든 난민 사건을 일률적으로 접근하지 말고, 승소 가능성이 낮거나 남용 가능성이 높은 유형의 신청에 대해 보다 신속한 절차로 처리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서울행정법원이 지난해 다루었던 난민 신청 사건 중 신청자가 난민으로 받아들여진 경우는 6건(0.2%)에 불과했다. 법원이 심판했던 사건 중 99% 이상이 난민 불인정으로 결론났다.

정부와 국회가 향후 어떠한 법개정을 통해 난민인정 및 재판 심리의 질을 비롯해 절차적 효율성과 공정성 등을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 사진은 2017년 9월12일 사법정책연구원과 대한국제법학회 공동주최로 열린 '난민의 인권과 사법' 학술세미나 전경./자료사진=사법정책연구원 페이스북 공식페이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