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문제 해결책 아냐…기업에 '자유' 허하라
'경제력집중' 허상서 벗어나 '공정경쟁' 힘써야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재벌 총수일가 전횡 방지 및 소유·지배구조 개선이라는 국정과제를 실천하기 위해 공정거래법 전면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공정거래법이 제정 된지 38년이 흐른 지금, 경제 환경 변화에 따른 개정이 불가피한 것은 사실이지만 개정 방향이 기업 활동을 옥죄는 대기업 규제, 독과점규제, 불공정거래행위 규제 등에 편중돼 있어 기업의 성장을 방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상태다. 이에 미디어펜은 공정위의 개정안에 포함된 △사익편취규제 적용대상 확대 △순환출자규제 강화 △금융보험사 의결권 제한제도 강화 △대기업기반 소속 공익법인 규제 △지주회사 제도 개편 등 기업을 옥죄는 개편안에 대해 분석해보고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공정거래법 개정안 왜 문제인가⑤]'규제 일변도'로 퇴보한 개정안…해법은?

[미디어펜=조우현 기자]38년 만에 발표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하 공정거래법)에 대한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공정거래법의 당초 목적인 △경쟁질서 보호 △경쟁을 통한 시장의 개방성과 계약 정의의 보장 △소비자 효용의 극대화 추구와 달리 기업의 손발을 묶어버리는 '규제 일변도'로 퇴보했다는 지적이다.

경제전문가들은 시장 환경 변화로 공정거래법 개정이 불가피하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해당 개정안이 기업 활동을 통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기업에 대한 규제는 최소한으로 줄여 자유로운 기업 활동이 가능해지도록 하고, 경쟁을 촉진시켜 활발한 시장 거래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오른쪽)이 지난 5월 10일 오전 서울 남대문로 대한상공회의소 체임버 라운지에서 열린 정책간담회에서 윤부근 삼성전자 부회장과 대화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31일 공정위에 따르면 신봉삼 공정거래위원회 기업집단국장은 "우리 경제는 상위 대기업집단으로의 경제력 집중 현상이 심화되고 있고, 특히 총수일가의 사익편취, 편법적 지배력 확대 등 폐해가 근절되지 않고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재벌 총수 일가의 전횡 방지 및 소유·지배구조를 개선하겠다는 국정과제와 맥을 같이하는 발언이다.

때문에 공정거래법 개정안 역시 총수 일가 등 대기업의 경제력 집중을 억제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있다. 공정위는 개정안을 통해 △총수일가의 전횡방지를 위한 법적 기반 마련 △총수일가 사익편취 행위 및 부당 내부거래 근절 △총수일가 편법적 지배력 강화 방지 △금산분리 원칙 준수를 하는 것이 목표라고 발표했다.

공정위의 이 같은 목표에 대해 일각에서는 "기업의 손발을 묶는 데 혈안이 돼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재벌 개혁'이라는 반기업정서에 함몰돼 경제 성장은 고려하지 않고 기업을 옥죄는 데만 집중했다는 비판이다. 또 이 같은 규제가 공정위의 존재 목적인 소비자 효용에 도움이 되는 것인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된 상태다. 

'규제' 문제 해결책 아냐…기업에 '자유' 허하라

공정위는 공정거래법 개정의 근거로 '경제력집중'을 예로 들었다. 기업집단에 편중된 부를 해소시키기 위해 총수일가 등 기업집단을 규제해야 된다는 주장이다.

주진열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기업집단의 '경제력집중'만 부각시켜 잘못된 것처럼 몰아가는 것은 잘못됐다고 비판했다. 주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경제력집중에 대해 문제 제기가 시작된 것은 1970년대"라며 "이 시기는 한국 경제가 급성장하고 절대적 빈곤이 해결된 시기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학과 교수는 30일 페이스북을 통해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대해 "규제가 문제해결책이라고 믿는 바보들의 행진"이라며 "규제하면 규제하는 대로 세상이 돌아갈 것이라는 착각은 바보들이나 가능한 사고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공정위가 규제 권한 강화가 '개혁'이라고 믿는 것에 대한 비판이다.

'경제력집중' 허상에서 벗어나 '공정경쟁' 힘써야

전문가들은 경제 성장을 위해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공정위 본연의 역할인 '공정거래 활성화' 방안에 맞춰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실제로 세계 100여개국이 집행하고 있는 공정거래법은 '자유로운 경쟁'을 위한 법으로 통용되고 있다. 다만 한국의 경우 본래 법 취지와 달리 대기업을 규제하는데 사용되고 있어 개정이 시급하다.

최준선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누군가가 건강하기 때문에 또 다른 누군가가 병드는 것이 아니듯, 누군가가 부자이기 때문에 다른 누군가가 가난해졌다고 믿지도 않는다'는 영국 보수당의 강령은 마땅히 공정거래법 개정에서 구현돼야 한다"며 "규제와 통제는 줄이고 기업이 자유로울 때 최선의 결과를 가져온다"고 강조했다.

현진권 전 자유경제원 원장은 "공정거래법의 핵심은 '공정경쟁 활성화'"라고 강조했다. 그는 "시장경제의 핵심요소는 경쟁이고, 기업의 경쟁으로 이로 인해 소비자가 낮은 가격에 좋은 물건을 선택할 수 있는 것"이라며 "경쟁이 없으면 선택도 없다"고 설명했다. 공정위 본연의 역할인 공정경쟁에 힘써야 한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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