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으로 번진 병특 논란…국회 국방위 '형평성에 문제'·문체위 '완전폐지는 성급' 신중론
[미디어펜=김규태 기자]2018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손흥민 선수 등 축구 및 야구 한국대표팀이 금메달을 따내 병역특례의 혜택을 거머쥐자, 국위선양을 기준으로 병역특례 자격을 주는 병역법 제도를 두고 형평성 시비가 일면서 정치권으로 논란이 번지고 있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4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여러 측면을 고려해 국민의 지혜를 모아 가장 합리적인 개선 방안을 내달라"며 병역법 개정 필요성을 당부했고,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국회 국방위 간사)은 "국민들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 공정했는가를 중요시한다"며 다른 세계대회 성적도 반영해 100점 만점 기준으로 병역 면제를 검토하는 '점수 누적제'를 제안했다.

하 의원은 앞서 지난 7월 국회 국방위에서 "클래식음악 대회는 병역 특례 대상이지만 대중음악은 제외되어 있다"며 해외에서 괄목할만한 인기를 끌고 있는 방탄소년단(BTS)을 거론한 바 있다.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번 병특 논란이 벌어지자 "메달 수상으로 예술체육요원으로 편입된 사람이 지도자 자격으로 군복무를 대체하는 개정안을 발의할 예정"이라며 병역법 손질에 나설 뜻을 밝혔다.

병역 특례 논란은 과거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이 열릴 때마다 '국제경기에서 국위를 선양했다는 이유만으로 왜 사실상의 병역 면제를 받아야 하냐'는 여론이 자주 일었다.

실제로 지난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에만 국한해 '월드컵 축구경기에서 16위 이상의 성적'으로 확대되어 병역특례에 대한 고무줄 잣대가 입방아에 올랐고, 4년전 인천아시안게임 후 열린 국정감사에서는 당시 나지완 선수가 부상을 숨기고 야구대표팀에 합류해 병역회피용이라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이를 규정한 예술체육요원 특례는 지난 1973년 '국위 선양과 문화창달에 기여한 예술체육 특기자에게 군복무 대신 예술체육요원으로 복무하게 하자'는 취지에서 도입됐는데, 일각에서는 45년 전 만들어진 국위선양 기준과 달리 지금의 눈높이가 달라졌다는 이유를 들며 공정성과 형평성 모두 잃었다는 문제제기도 나오고 있다.

병무청은 이에 대해 3일 "병역자원이 부족한 상황에서 병역특례 제도를 적용하는 것이 형평성에 맞는지부터 검토할 것"이라며 "예술체육 병역특례를 전체적으로 재검토할 계획"이라고 언급했고, 국방부는 "향후 관계기관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신중론을 피력했다.

당초 병역 특례를 포함한 대체복무제를 2022년까지 단계적으로 폐지하는 방안을 추진하던 국방부는 이번 논란으로 병역법 개정 목소리가 커지자 문화관광체육부와 협의체를 만든 후 여론 수렴에 들어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다만 예술체육 병역특례를 포함한 대체복무 폐지안은 국방부가 다른 정부부처를 비롯해 청와대와의 협의 외에도 국회와 논의를 거쳐야 한다.

국회에서는 현행 병특 제도 관할인 국방위원회와 병특 당사자들과 관련된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사이에 다른 기류가 흘러나오고 있다.

안규백 국회 국방위 위원장은 4일 한 언론과의 통화에서 "병특제도는 40여년 전 만들어진 제도로 국민소득 3만달러가 넘는 현 시점에 맞지 않는다"며 "형평성 문제가 있다. 좀 더 엄격한 기준으로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언급했고, 이날 안민석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장은 CBS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병특 완전폐지에 대해 신중론을 폈다. 안민석 위원장은 "은퇴 후 재능 기부 등 공공 기여방식을 통해 모두에게 득이 되도록 해야 한다"며 "폐지가 능사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병역 자원 감소라는 벽에 부딪힌 국방부가 병특 제도에 대한 여론을 감안해 시대에 맞게끔 공정하고 합리적인 방법으로 어떤 결정을 내릴지 주목된다.

   
▲ 2018 아시안게임 일부 선수들의 병역특례 혜택에, 국위선양을 기준으로 특례 자격을 주는 병역법 제도를 두고 형평성 시비가 일면서 정치권으로 논란이 번지고 있다./사진=미디어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