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동준 기자]‘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THE BUCK STOPS HERE)’라는 글을 남기고 미국으로 떠났던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다시 한국 땅을 밟는다. ‘국가주의’ 등 가치를 내세우며 출범한 김병준 비상대책위원회도 바빠진 모양새다.

홍 전 대표는 1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바다낚시 하는 사진을 올린 뒤 “모든 근심, 시련, 갈등을 태평양 바다에 내던져 버리고 다시 내 내라로 돌아간다”는 글을 남겼다. 출국 당시 추석 전 귀국을 언급했던 홍 전 대표는 대한항공 KE018편으로 15일 인천공항에 도착할 예정이다.

“페이스북 정치를 끝내겠다”고 했지만, 페이스북을 통해 각종 현안에 대한 메시지를 던져온 홍 전 대표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정계복귀를 전망하는 시각이 많다. 대표적인 정치권 ‘빅 스피커’였던 홍 전 대표가 가져올 파급력에 이목이 쏠리는 상황. 야권의 한 관계자는 “홍 전 대표의 귀국은 어느 쪽으로든 한국당 비대위 체제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일단 비대위 수장인 김 위원장은 표정관리에 나섰다. 그는 11일 홍 전 대표에 대해 “평당원 중 한 분”이라며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고 밝혔다. 홍 전 대표의 영향력을 ‘평당원’으로 끌어내리며 당내 각종 사안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하는 행위를 차단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그러면서도 비대위는 사실상의 ‘액션플랜’을 마련하고 있다.

우선 비대위는 홍 전 대표를 비롯해 김무성 의원 등이 차기 전당대회에 출마하지 못하는 방안을 강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추석을 기점으로 실시될 ‘당무감사’가 인적청산의 신호탄이 아니냐는 해석에도 힘이 실린다. 물론 김 위원장 취임 이후 안정된 당 내부의 상황을 감안 할 때 대대적인 당협위원장 교체는 없을 것이란 견해도 있지만, 지금껏 “인위적인 인적청산은 없다”고 했던 김 위원장의 발언과는 대치되는 행보다.

이런 와중에 한국당 초·재선 의원 14명은 13일 ‘재창당 수준의 당 혁신 촉구를 위한 선언문’을 발표하며 “당협위원장직을 내려놓고 선당후사의 정신으로 백의종군하고자 한다”고 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비대위 핵심인사와의 사전교감이 있었던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홍 전 대표의 귀국에 앞선 ‘세(勢) 과시’ 성격이라는 것. 김 위원장은 선언문 발표 직후 “고마운 일”이라며 “당협위원장 임기제(1년)를 철저하게 적용하겠다”고 했다.

관련해서 김성태 원내대표는 14일 “한국당이 새롭게 변화하고 혁신하기 위한 희생을 마다하지 않겠다는 충정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며 사전교감설에 선을 그었지만, 당무감사를 시작으로 인적청산에 불이 붙을 경우 계파갈등이 재연될 조짐이 나타나는 양상이다. 야권의 또 다른 관계자는 “청산 강도에 따라 내홍의 정도도 달라지지 않겠나”라고 했다.

   
▲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사진=자유한국당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