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보육 대상 4만3000명 '차액보육료 전액지원' 위해 각 자치구에 '비용 45% 부담' 전가해
   
▲ 박원순 서울시장은 10월27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2018 서울 복지박람회'에서 "내년부터 국공립 어린이집과 민간 어린이집 보육료간 차액을 전액 지원해 실질적인 무상보육을 실천하겠다"고 밝혔다./서울시


[미디어펜=김규태 기자]정부의 고교 전면 무상교육 및 사립유치원 국공립화 추진에 이어 서울시가 '어린이집 완전 무상' 정책을 내놔 '세금 퍼주기' 논란 등 무상보육 실험에 대한 비판이 커질 것으로 관측된다.

무상복지 지속가능성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을 제외하면 지방자치를 통한 복지실험의 확산이라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지만, 반대로 자치구에게 비용(한해 450억원 예산으로 추정)의 45%를 의무적으로 전가하는 시비보조사업 방식이라 예산 확보 측면에서 논란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전망된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 27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2018 서울 복지박람회'에서 "내년부터 국공립 어린이집과 민간 어린이집 보육료간 차액을 전액 지원해 실질적인 무상보육을 실천하겠다"고 밝혔다.

국공립이나 민간 관계없이 정부 예산으로 어린이집에 보육료를 지원하고 있지만, 추가로 민간어린이집에서 교사 인건비 등 명목으로 학부모에게 부과하는 보육료가 차액보육료다.

서울시가 밝힌 무상보육 대상은 4만3000명이다. 민간어린이집을 이용하는 3~5세 육아 가구의 경우 월 6만8000원에서 8만3000원의 차액보육료를 내왔는데, 이를 시가 전액 부담하겠다는 얘기다.

박원순 시장은 지난 4월 서울시장 3선에 도전하면서 국공립 어린이집 비율 50% 달성을 비롯해 민간어린이집 이용시 차액보육료 지원 등 실질적인 무상보육 실현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관건은 이번 발표로 무상보육 대상 4만3000명에 대한 차액보육료 전액 지원을 위해 여기에 들어가는 예산 중 55%는 서울시 부담이지만, 나머지 45%는 서울시 각 자치구 25개구에서 의무적으로 부담한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어린이집 완전 무상'의 취지와 별개로 서울시가 제시한 비용 부담 방식 때문에 박 시장의 '생색내기'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앞서 박근혜 전 대통령은 대선공약으로 유아교육 및 보육에 대한 완전국가책임제를 한다고 발표해놓고 실제로는 국고보조사업으로 각 지방자치단체에 부담을 지운 바 있다.

특히 강남구 용산구 마포구 서초구 성동구 등 10개 자치구는 이미 추가경정예산안 편성 등을 통해 자체적으로 차액보육료을 지원해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나머지 15개 자치구의 반발 여부와 예산 확보 가능성이 서울시의 어린이집 무상보육 실험의 성패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서울시의회와 각 자치구에서는 서울시가 지난 2015년부터 차액보육료를 55% 지원하기 시작했지만 계속해서 '차액보육료를 전액 지원하라'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한 어린이집 관계자는 이에 대해 "일부 민간 어린이집들이 차액보육료를 인상할 수밖에 없는 실정으로 인해 부모들 부담 또한 해마다 조금씩 늘어나게 됐다"며 "국공립어린이집은 현실적으로 부족하면서 민간어린이집의 경제적 부담이 늘자 무상보육 정책이 지속가능하지 않을 것이라는 비판도 있어왔다"고 전했다.

그는 "서울시 이외의 다른 시도의 경우 어린이집 차액보육료를 전액 혹은 일부 지원해주고 있다"며 "지금까지는 어느 지역 어떤 어린이집을 다니느냐에 따라 보육료 차이가 발생해 형평성 논란이 있었는데 이를 서울시가 자치구에 45% 부담을 전가해 전부 지원해주겠다고 선포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서울 한 사립대의 행정학과 교수는 서울시의 어린이집 완전무상 정책에 대해 "재정 확장과 무상복지 확대를 통해 일부계층 실질소득을 높여 소득주도성장을 이루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발상과 그 궤를 같이 한다"며 "자치구에서의 예산 마련 현실과 탑다운 방식의 탁상공론은 다를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복지의 딜레마는 추가로 베풀기는 쉬워도 줄이기는 어렵고 결국 돈 문제로 귀착된다"며 "부모 능력조차 따지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보육예산을 뿌리는 나라는 많지 않다. 현행 무상보육의 취지는 이상적이지만 재정 여건상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결함이 크다"고 밝혔다.

서울 25개 자치구의 재정자립도는 평균 29.3%다. 일반회계예산 중 지방세 등 자체수입으로 충당하는 비율이 30%도 채 되지 않는다.

서울시의 '어린이집 전면 무상' 추진이 재정 문제 및 각 자치구의 반발 없이 순항할 것인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