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폐쇄성에 내부고발 의존…'교권침해보다 인권보호 우선' 곳곳에 CCTV 설치해 증거 확보해야
지난해 9월5일 장애우 학부모들이 무릎을 꿇는 이른바 '무릎 호소 사건'으로 한동안 우리 사회가 떠들썩 했다. 서울시교육청이 17년만에 장애우들을 위한 특수학교를 강서구에 건립하겠다고 발표하자 지역주민의 강력 반발로 상황이 악화됐던 것이다. 사회적약자인 장애인들은 정부와 사회가 최선을 다해 보살펴야 할 이들이다. 정부가 발달장애 및 중증 중복장애에 대해 평생케어 대책을 마련했지만 아직도 갈 길은 멀기만하다. 미디어펜은 '아름다운 동행' 연재를 통해 장애우들의 교육 실태와 현황을 조망하고, 교육권 회복을 위한 제언과 사회 공동체 의식을 고취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아름다운 동행-무릎호소1년⑥]장애인 특수학교 교육권 회복하기

[미디어펜=김규태 기자]"안전의 보루로 믿어왔던 특수학교는 이제 위험한 폭력의 도가니가 됐다. 이제 장애학생들은 어디로 가서 교육 받아야 하나."

지난달 22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열린 '특수학교 폭력사태에 대한 긴급기자회견'에서 서울인강학교 학부모 대표 박혜숙씨가 장애학생 부모 80여명 앞에서 외친 말이다.

학대·운영비리로 이사장·원장 등 핵심인사들이 지난 2013년 유죄 판결을 받고 이사진 전원이 2015년 교체된 인강재단이지만, 재단 산하 서울인강학교에서 사회복무요원들이 지난 6~9월 장애학생들을 무차별적으로 상습구타했다는 의혹이 새로이 제기되자 긴급기자회견이 열린 것이다.

아이들로 인해 평생을 살얼음판 위에서 살고 있는 모든 장애우 부모들에게 특수학교는 꿈이다.

장애아를 위한 전문 유치원, 통합 어린이집이나 특수학교가 부족해 일반학교 특수학급에 보내는 것이 최선이기 때문이다.

특히 장거리 통학과 과밀학급 등 소소한 문제는 산적해있지만, 정작 학교가 부족해 자기 아이를 특수학교에 보내려는 학부모들이 을의 입장이 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여건과 맞물려 특수학교의 폐쇄성을 비롯해 내부 고발에 의존해야 하는 실정으로 인해 자기 표현을 하지 못하는 장애학생들이 인권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한 법조계 인사는 "교권침해보다 인권보호를 우선시해 학교 곳곳에 CCTV를 설치해 증거를 확보해야 한다"며 "실제 법정까지 사건이 가게 되어도 지금까지는 집행유예 비율이 높아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판도 크다"고 전했다.

앞서 교육부는 지난 7월17일 시도교육청 협의회를 갖고 전국의 모든 특수학교 175교를 대상으로 장애학생 성폭력 등 인권침해 실태를 조사하기로 했고, 실태조사 정례화 방안 및 특수교사 자격 미소지자에 대한 대책 등에 대한 논의를 나눴지만 갈 길은 멀다.

지난달 22일 긴급기자회견에서도 장애학생 부모들은 "이런 사건이 터질 때마다 전수조사 실시, 학교구성원 인권교육 등 몇가지 대안을 제시해왔으나 이번에는 그런 대안만으로 그쳐서는 안 된다"며 "정부는 학부모들이 폐쇄회로(CC)TV 설치까지 요구하는 엄중한 상황을 직시하고 근본적인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부는 일명 '도가니' 사건 이후 장애학생 인권보호 방안을 마련해 추진해왔지만 현실 개선은 요원하다.

지난 2014년부터 강원도 태백의 특수학교 교사가 지적장애 여학생 3명을 수년간 성폭행했다는 신고가 7월 접수되어 경찰이 수사에 나선 끝에 구속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고, 3년 전에는 2015년 충남 천안의 한 특수학교에서 지적장애 여학생 7명을 성폭행하거나 성추행한 교사에게 징역 15년의 실형이 확정됐다.

   
▲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사회복무요원의 장애학생 폭행사건이 벌어진 서울 도봉구 서울인강학교를 지난 10월8일 방문해 학부모와 간담회를 가졌다. 사진은 서울인강학교 입구./연합뉴스

장애가 있는 학생을 상대로 성폭행을 벌였다는 점에서 일명 '도가니' 사건으로 불린 광주 인화학교 성폭력 사건 이후 지난 2011년 국회는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을 개정해 아동과 장애인 성폭력 범죄에 대한 처벌을 강화했다.

당시 국회는 장애 여성 및 13세 미만 아동을 대상으로 한 성폭행 범죄 형량을 각 7년, 10년으로 높였고 공소시효도 폐지했으며 장애인 보호교육 시설 직원이 장애인을 성폭행하면 법정형 2분의1까지 가중처벌하도록 했다. 

교육부는 전국 특수교육지원센터 199개소 산하에 202개 인권지원단을 운영하고 있지만, 지원단은 매월 1회 이상 관내 학교를 돌아다니면서 학생들을 직접 만나지 않고 담당자 위주로 실태를 파악하는 수준이다.

지난달 22일 열린 긴급기자회견에서 학부모들은 특수학교의 공립화와 학교 내 CCTV 설치를 골자로 여러가지 방안을 요구했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전국특수학교학부모협의회·전국통합교육학부모협의회가 주축이 된 이들은 특수학교 종사자·일반학교 특수교사·통합교사 등 관계자 대상 인권교육 실시 의무화, 학교 배치 사회복무요원에 대한 관리방안 마련, 특수교육 기관에 대한 학교폭력 전면 실태조사, 피해 장애학생 조사 및 보호 방안 수립, 학교 관계자 및 교육청 담당자 징계, 사건 진상규명 및 관련자 처벌 등을 촉구했다.

김남연 전국장애인부모연대 부대표는 이에 대해 "특수학교는 시설을 갖추면서 사회복지법인이 운영한다"며 "교육부 제재나 서울시 제재도 받지 않는 이러한 형태의 특수학교들을 모두 국립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윤종술 전국장애인부모연대 대표 또한 "가장 큰 문제는 극도로 폐쇄되어 있는 사립특수학교"라며 "다른 학교로 순환되는 공립과 같은 구조가 아니라 한번 임용되면 평생 그 학교를 다니기 때문에 동료 선후배 교사끼리 폭행을 묵인하기 쉬운 구조적 문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학부모들이 언제라도 살펴볼 수 있도록 특수학교를 개방하거나 외부인이 학생 인권을 감시하게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교육부가 발표한 '2018 특수교육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전국의 특수교육 대상자는 9만780명이다.

사회에서 가장 보호받아야 할 장애학생들의 안전과 인권 보호를 실질적으로 보장할 수 있는 대책이 시급하다.

   
▲ 일명 '도가니' 사건으로 불린 광주 인화학교 성폭력 사건 이후 지난 2011년 국회는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을 개정해 아동과 장애인 성폭력 범죄에 대한 처벌을 강화했다./영화 도가니 스틸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