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의 '포용적 성장·동반성장' 가능하지 않아"…수출과 내수 동반 진작해야
   
▲ 2019년 기해년(己亥年) 새해 아침이 밝았다. 2018년은 여느 해보다 다사다난이라는 말이 가슴 깊이 와 닿는 한 해였다. 정치에 발목 잡힌 경제 경고음이 연일 울렸다./사진=미디어펜


[미디어펜=김규태 기자]"문재인 정부는 지난 1년간 수출만 하도록 놓아두고 내수가 살아날 기회를 죽여왔다. 현 상황에서 정부가 목표로 삼고 있는 포용적 성장이나 동반성장은 가능하지 않다. 어떻게 해야 할까. 수출 대기업을 포함해 모든 기업이 투자할 수 있도록 '투자의 자유'를 허해야 한다."

좌승희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 이사장은 2019년을 하루 앞둔 12월31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새해 한국경제 최악의 시나리오와 그 해법에 대해 "지역, 분야에 관계없이 더 열심히 투자하도록 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한국은행·미국 연방준비은행·한국개발연구원(KDI)를 거쳐 한국경제연구원·경기개발연구원 원장을 역임했던 좌승희 이사장은 한국비교경제학회·한국규제학회·한국제도경제학회·전국시도연구원협의회 각 회장과 KDI 국제정책대학원 초빙교수를 맡았고 우리나라 기업경제·성장전략 분야의 석학으로 꼽힌다.

한국경제가 처한 난국

좌 이사장은 지금의 경제 난국에 대해 "지난 1년간 문재인 정부가 목표로 삼은 포용적 성장과 정반대의 양극화가 확실시된다"며 "지금과 같은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강행하면 양극화가 더 심화될 것이라고 예상된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언론에 나온 주요 경제지표(2017년말 정부가 제시했던 2018년 목표치와 실제 결과와의 비교 수치)를 언급하면서 "목표치가 4%였으나 수출이 6.1% 늘어 많이 늘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국내 설비투자는 마이너스 1%를 기록했다"며 "건설투자 또한 0.8% 성장 예상치에서 오히려 마이너스 2.8%로 돌아섰다"고 설명했다.

좌 이사장은 "수출은 늘고 있는데 국내투자가 마이너스 성장한다는 것은 양극화의 결정적 증거"라며 "수출을 하고 나서 수출에서 나오는 수입이 국내투자로 환원되어야 수출 때문에 압박 받던 내수가 살아난다"고 지적했다.

좌 이사장은 이어 "수출과 내수가 동반성장하는 것이 일어나야 하는데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은 여러 문제가 있지만 한마디로 얘기하면 수출을 많이 하는 기업이 국내에 적극 투자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경제정책의 가장 큰 문제점에 대해 좌 이사장은 "노사관계와 최저임금 문제, 정부의 대기업 압박 등 이 모든 것이 투자를 어렵게 하는 결과를 갖고 온다"며 "수출 증가에도 불구하고 기업 고용에 대한 압박이 이어지면서 국내 내수 서비스도 동반성장할 수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그는 "오늘 알려진 경제지표 실제 결과가 의미하는 바는 내수 압박에 양극화 현상이 심해진다는 것"이라며 "지난 1년간 기업들이 열심히 해서 수출했지만 재투자가 이루어지지 않았고 고용도 늘지 않아 자영업자들도 못 살아난 것"이라고 분석했다.

좌 이사장은 "문재인 정부가 목표로 삼은 포용적 성장이나 동반성장은 가능하지 않다"며 "지난 1년간 문재인 정부는 내수가 살아날 기회를 죽여왔다"고 밝혔다.

   
▲ 새해에는 갈라파고스 규제를 혁파해야 한다. 기업의 기를 살려야 한다. 갈등을 씻고 통합으로 가는 치유의 시간이 절실하다. 사진은 좌승희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 이사장./사진=미디어펜

2019년 가장 절실한 해법은

'새해 2019년 경제정책에 어떤 혜안, 해법이 절실한가' 질문하자 좌 이사장은 "투자를 할 수 있도록 수출 대기업은 물론 모든 기업들에게 투자의 자유를 허해야 한다"며 "지역과 분야에 관계없이 더 열심히 투자하도록 해야 한다. 그것이 내수와 중소기업을 살릴 것"이라고 답했다.

특히 올해 한국경제 최악의 시나리오를 묻자 좌 이사장은 "대한민국 경제는 현재 사실상 0% 성장 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며 "정부가 돈을 뿌리고 공공 고용을 늘리는 등 이상한 방법을 써서 겨우 유지하는 것인데 민간의 성장 가능성은 0%"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의 한국경제는 정부가 재정의 힘으로 떠받치는 경제"라며 "수출이 내수 투자로 이어지지 않기 때문 2019년 성장이 더 내려갈 것이고 분기별 성장률 0%가 나오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고 관측했다.

좌 이사장은 당장 눈앞의 생존경쟁 기로에 서있는 기업들에게 "투자하지 않도록 유도하는 정부로부터 역풍을 맞아가면서 투자한다는 것은 대단히 어렵다"며 "그러나 살 길을 찾지 않을 수 없다. 기업이라는 것은 주어진 여건 속에서 최선을 다하는 존재다. 뭔가 투자를 해야 한다. 기술개발도 그렇고 국내시장도 그렇고 해외도 그렇고 정부가 계속 이런 식으로 나오면 해외에서라도 살 길을 찾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다만 좌 이사장은 우리나라 강성 노조에 대해 "지금은 오히려 노조가 제대로 정신을 차려야 하는 때"라며 "노조 활동이 이렇다면 지구상 어느 나라에서도 기업이 살아남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노조와 기업은 같이 가야 한다. 노조만 살고 기업이 죽어서는 안된다"며 "상식이 비상식이 되는 세상 속에서 노조가 정신을 차려야 한다. 지구상 어느 기업을 살펴보든 노조가 득세해서 일류기업으로 성장하고 이를 유지하는 경우는 없다"고 말했다.

또한 "근로자가 받아왔던 핍박? 대한민국 근로자들, 특히 (민주노총·한국노총 등) 노조에 가입되어 있는 근로자들이 많지도 않다"며 "지난 30년간 10%도 안되는 그들의 임금 상승율을 보면 근로자들에 대한 복지는 끝없이 향상됐고 그들에게 혜택이 되는 경제발전을 해왔다. 우리나라가 그동안 기업이 근로자를 착취했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덧붙였다.

정부 경제정책, 나아가야 할 방향은

좌 이사장은 기업과 노조에 이어 문재인 정부에게 "기업들이 '어떻게 국내에 투자할 수 있을까' 적극 고려하도록 인센티브 매커니즘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좌 이사장은 "정부가 기업들에게 새로운 투자 바람이 불도록 만들어야 한다"며 "첫번째 과제는 정부이고 둘째는 노조다. 정부가 기업의 살 길을 마련해줘야 대한민국 경제가 선순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좌 이사장은 "지난 박정희 시대에 왜 동반성장이 가능했을까. 당시에는 기업이 국내에 투자하는 것을 전폭 지원했다"며 "지금은 수출을 안 하느니 못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가 상식 이하의 경제정책을 펴고 있다"며 "이러한 정책으로는 동반성장이든 포용적 성장이든 절대 가능하지 않다. 역사가 얘기하고 경제이론이 그렇게 얘기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