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 8일 오전 10시 '기업 옥죄는 금융규제' 주제로 포럼 개최
"기업 주주총회 열리는 3월, 배당정책 등 금융규제 실상·문제점 논의"
[미디어펜=조우현 기자]최근 국민연금이 “기업의 주식 배당률을 높이라”고 강요하는 것에 대해 주주와 기업 간 거래에 정부가 개입할 논리적 근거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자발적인 민간 거래에 정부가 규제를 가할 여지가 없다는 것이다.

경제 전문가들은 8일 오전 10시 서울 중구 서울특별시의회 의원회관 회의실에서 '기업 옥죄는 금융 규제: 배당정책'을 주제로 열린 미디어펜 제10차 기업경제포럼에서 “많은 기업들이 주주총회를 갖는 3월을 맞아 배당정책 규제의 실상과 문제점에 대해 논의해보고자 한다”며 이 같이 입을 모았다.

   
▲ 미디어펜이 8일 오전 10시 서울 중구 서울특별시의회 의원회관 8-1 회의실에서 '기업 옥죄는 금융 규제: 배당정책'을 주제로 제10차 기업경제포럼을 개최했다. /사진=미디어펜 제공

발제를 맡은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배당이 많으면 주주들의 기분은 좋아진다”며 “주주에게 넉넉한 배당을 결정을 한 전문경영자도 압도적인 지지를 받아 연임에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기업에게 독이 되는 ‘과도 배당’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과도 배당이란 엘리엇이 현대자동차와 현대모비스에 요구한 것처럼 작년 당기 순이익의 3배가 넘는 배당을 요구하는 것과 같은 배당을 말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과도한 배당의 문제점으로 △투자여력 소진으로 인한 위기 대응 불가능 △신용등급 하락 △과도한 조세부담 △단기주주에게 유리한 투기판 △대주주와 외국인 몫 확대 △외압에 의해 강요된 배당률 결정 등을 꼽았다.

   
▲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가 8일 오전 10시 서울 중구 서울특별시의회 의원회관 8-1 회의실에서 개최된 제10차 기업경제포럼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최 명예교수는 “배당정책은 기업가치 제고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기업 내부적으로 수익성뿐 아니라 투자정책과 자금조달정책을 복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산업구조, 경쟁기업, 사회적 요구 변화, 정부 정책 방향과 회사의 수익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된다는 것이다.

이어 ”배당하지 않은 기업이 나쁘다거나, 무배당이 반드시 좋다는 극단적인 주장은 옳지 않다”며 “배당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강압적 분위기가 나쁘다”고 지적했다. 기업의 자율성 억압해선 안 된다는 비판이다.

   
▲ 김승욱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가 8일 오전 10시 서울 중구 서울특별시의회 의원회관 8-1 회의실에서 개최된 제10차 기업경제포럼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토론자로 참석한 김승욱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일각에서 제기된 ‘사내유보금을 풀어 배당을 늘리라’는 주장을 언급하며 “사내유보금은 현금보유율과 다르다”고 설명했다. 그는 “사내유보금의 일부는 현금으로, 나머지를 투자할 경우 둘 다 사내유보금”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유보’라는 단어를 사용해 투자나 임금 인상, 배당 등 기업이 해야 할 일을 하지 않고 회사 내부에 미뤄둔다는 느낌을 주거나, ‘금’이라는 단어가 붙어 ‘사내유보금=현금’으로 오해받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사내유보금에 대한 권리는 주주의 몫”이라며 “강제 배당은 오히려 빈부격차를 크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주주 또는 외국인 지분이 높은 종목의 경우, 배당이 증가하면 오너와 외국인 몫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가 8일 오전 10시 서울 중구 서울특별시의회 의원회관 8-1 회의실에서 개최된 제10차 기업경제포럼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는 “기업이 배당을 하는 이유 중 하나는 ‘신호효과’ 때문”이라며 “배당을 함으로써 기업이 이익을 잘 내고 있고, 충분한 배당을 실시할 정도로 건강하다는 것을 과시해 시장에 좋은 신호를 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장기적으로 기업 성과가 좋으면 주가가 오르게 돼 있다”며 “굳이 배당을 통해 주가를 올리지 않아도 주가는 기업 가치를 잘 반영한다고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이익을 지속적으로 내고,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기업은 고배당을 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배당까지 간섭하려는 분위기를 외부에서 감지할 경우 한국 기업에 대한 평가가 나빠질 수 있다”며 “간섭 자체가 부정적 신호효과를 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현명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 현진권 자유경제포럼 대표가 8일 오전 10시 서울 중구 서울특별시의회 의원회관 8-1 회의실에서 개최된 제10차 기업경제포럼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현진권 자유경제포럼 대표는 “주주는 배당을 통해 경제적 이윤을 얻을 수도 있지만, 기업이 배당을 줄여 그 돈으로 투자를 하고 수익을 올려, 그것이 기업의 가치 상승으로 연결된다면 자연히 주식 가격이 상승하고, 그로 인해 경제적 이윤을 얻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배당은 주주와 기업 간의 사적인 거래”라며 “이 자발적인 거래 질서에 정부가 규제로 개입해야 할 논리가 전혀 없다”고 꼬집었다. 또 “정부의 잘못된 개입은 기업의 가치를 하락시키고, 결과적으로 국가 경제를 퇴보시키는 정책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 대표는 “더욱이 배당은 대표적인 이중과세가 붙는 자본소득”이라며 “비교적 고소득 주주의 입장에선 배당을 더 받을 경제적 유인이 낮은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배당은 순수 민간 거래일 뿐 ‘착한 배당수준’이나 ‘악한 배당수준’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미디어펜=조우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