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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펠탑·자유의 여신상·노팅힐…문화예술을 활용한 장소 마케팅
쇠퇴한 도시 지역경제 활성화 한 몫…국내 성공사례는 서울한방진흥센터
승인 | 편집국 기자 | media@mediape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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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승인 2019-03-14 09:5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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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병희 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장소 마케팅은 특정 장소나 도시 공간을 사람들이 상품처럼 선호하도록 장소의 가치를 높여 고객을 유치하는 마케팅 활동이다. 장소를 관리하는 기관이나 단체에서 장소에 알맞게 상품을 개발해 관광객이나 시민들에게 매력적인 곳으로 알리는 것이다.

프랑스 파리의 에펠탑, 미국 뉴욕의 자유의 여신상, 영화로 유명한 영국의 노팅힐 거리, 중국의 옛 정취가 남아있는 후통(胡同, 베이징의 옛 골목), 인도의 타지마할 같은 관광 명소가 장소 마케팅의 대표적 사례이다.

장소 마케팅은 기존 도시의 퇴락한 이미지를 바꾸고 지역 경제를 활성화시킨다. 이때 장소의 정체성과 가치를 알릴 수 있는 마케팅 기획력이 중요하다. 장소 마케팅 전략이란 장소의 정체성을 기획하고 알리는 방법을 모색하는 과정이다.

즉, 목적지에 쉽게 갈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거나 간단한 약도를 제공하고 대중교통 수단을 이용할 때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지도 알려 주어야 한다. 주차장, 버스정류장, 기차역, 호텔, 레스토랑, 쇼핑센터 같은 편의시설이 인근에 있는 문화예술기관이나 단체는 도시 외곽에 있는 기관과는 다른 마케팅 전략을 기획해야 하고, 마찬가지로 그 반대의 경우에도 마케팅 전략을 다르게 짜야 한다.

   
▲ 스페인의 빌바오구겐하임미술관 전경. /사진=김병희 교수 제공

 
장소 마케팅은 대체로 쇠퇴한 공업도시의 이미지를 재구축함으로써 경제를 활성화시킬 수 있다는 대안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시작되었다. 스페인의 바스크주 빌바오시에 있는 빌바오구겐하임미술관(Museo Guggenheim Bilbao)도 쇠퇴한 공업도시에 다시 활력을 불어넣은 대표적 사례다.

랜드마크 건축물 하나가 그 도시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는 현상을 가리켜 '빌바오 효과(Bilbao effect)'라고 하는데, 이 용어는 빌바오구겐하임미술관을 개관한 이후 침체된 지역 경제가 다시 활력을 되찾은 데서 유래했다.

19세기부터 1970년대 중반까지 스페인의 바스크주 빌바오시는 거대한 철강 도시로 이름을 날렸지만 1980년대부터 실업률이 30%까지 높아져 쇠락하기 시작했다. 바스크주와 빌바오시 관계자들은 도시 마케팅 차원에서 랜드마크 건물을 짓기로 했다.

달팽이 모양으로 유명한 미국 뉴욕의 구겐하임미술관의 사례를 연구해 빌바오 도심을 가로지르는 네르비온 강변에 미술관을 짓기로 결정했다. 바스크주 정부는 1억 달러의 기금을 마련해 구겐하임재단으로부터 미술관 분관을 유치하는데 성공했다. 프랭크 게리(Frank Gehry)가 설계한 이 미술관은 1993년 착공해서 1997년에 개관했다.

이 미술관은 아래보다 상부가 넓은 나선형의 원통형 흰색 콘크리트로 지어진 6면체 건물과 16층의 정방형 격자 건물로 구성되어 있다. 물고기 모양을 한 곡선의 외관은 마치 물 위에 떠있는 배처럼 보이는데, 네르비온 강물에 건물 전체가 반사되는 광경이 마치 한 폭의 풍경화 같다. 스테인리스 강철로 연결된 유리 천장에서부터 바닥까지 자연광이 비치고, 아래위 어느 쪽에서 보든 360도로 활짝 펼쳐지는 실내 공간감도 탁월하다.

티타늄 패널로 제작한 건물 자체가 명작이라는 평판을 얻기도 했다. 미술관 하나를 보기위해 해마다 1백만명 이상이 인구 40만명에 불과한 빌바오시를 찾는다고 한다. 그에 따라 지역 경제도 다시 활력을 되찾았다는 사실을 부연 설명할 필요가 없을 터. 개관 6년 만에 투자비를 모두 회수한 이 미술관은 연간 약 1000억원 이상의 수익을 올리고 있다. 미술품 전시 공간을 또 다른 건축예술작품으로 승화시킨 빌바오구겐하임미술관은 장소 마케팅 전략에 성공한 대표적인 사례로 꼽을 수 있다.

장소 마케팅에 성공한 국내 사례로 서울한방진흥센터를 들 수 있다. 한방(韓方)은 우리나라의 전통 의학을 집약시킨 단어다. 서울특별시 동대문구에 자리 잡은 서울약령시는 한약재의 주산지인 강원도와 교통 연결이 편리해지면서 1960년대부터 한약재를 취급하는 전문시장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오랜 역사에도 불구하고 서울약령시는 전형적인 노후 도심이라는 낙후된 이미지가 있었다. 서울시 동대문구청은 장소 마케팅의 일환으로 약령시의 환경을 개선하고 이 센터를 건립했다. 한방에 어울리도록 외관을 한옥형으로 짓고 내부 시설도 조형미를 살려 완성한 다음, 2017년 10월에 서울한방진흥센터를 개관했다.
 
   
▲ 서울한방진흥센터의 야경과 족욕체험장. /사진=김병희 교수 제공

서울한방진흥센터는 흑색 벽돌과 목재 및 기와가 조화롭게 어우러진 지상 3층 규모의 한옥형 외관이 인상적이다. 전통적인 건축 양식에서 마당과 마루를 중시하듯 마당을 채광이 잘 되도록 배치하고, ㄷ자 형태의 마루가 마당을 감싸도록 설계해 안정감을 높였다.

이 센터에는 서울약령시 한의약박물관, 한방이동진료실 겸 한방체험실 보제원, 족욕체험장, 약선음식체험관, 한방카페(별관), 한방뷰티숍, 한방상품홍보관 같은 다양한 시설이 있어 한의약 복합 문화 체험시설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족욕체험장에서는 한약재를 푼 따뜻한 물에서 족욕도 할 수 있어 방문객에게 인기가 높다.

센터를 운영하는 과정에서는 지역 상인회와 약령시협회 같은 지역 사회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반영했다. 장소 마케팅에 성공하려면 장소에 적합한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 센터에서는 문화체험 이벤트를 정기적으로 마련해 시민들이 한방 문화를 즐길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했다. 문화예술을 체험하는 행사의 일환으로 아트콜라보 체험 기획전, 한방 바캉스, 우리가족 힐링 한방, '한방에 놀자' 같은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되었다. 

적극적인 장소 마케팅 활동을 인정받아 이 센터는 '2018 대한민국 국토대전' 역사문화건축 분야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했다. 조선시대의 구휼기관이었던 보제원(普濟院) 터에 건립된 이 센터는 도심의 퇴락한 이미지를 현대적 이미지로 변화시키고 지역 경제의 활성화에도 기여한 장소 마케팅의 좋은 사례이다.

앞으로 한방 체험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한약재를 활용한 한류 음식(K·Food)을 새롭게 개발하는 노력도 필요해 보인다. 이런 내용을 스마트한 홍보 콘텐츠로 제작해 국내외에 알린다면, 서울한방진흥센터와 서울약령시 일대가 세계인의 가슴 속에 한방(韓方)의 메카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높다.

이와 같은 장소 마케팅 활동은 문화예술 마케팅의 8P 요인인 장소의 가치가 얼마나 중요한지 일깨워주는 실천 행동이라고 하겠다. /김병희 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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