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상징 담긴 곳·스포츠 행사 연계 시너지 효과 커
   
▲ 김병희 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장소 마케팅 활동은 문화예술작품을 고객에게 전달하는 일련의 과정이다. 작품의 유통을 촉진하는 마케팅 본래의 기능을 넘어서, 공연이나 전시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문화예술작품을 지역사회의 관광 축제 상품으로 연계하는 프로그램도 가동한다.

장소 마케팅을 하려면 먼저 장소의 정체성을 정립한 다음, 공연장과 전시장에 쉽게 갈 수 있다는 사실을 강조해야 한다. 약도를 제공하는 것은 기본이고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지도 알려야 한다. 장소 마케팅의 일반적인 방법은 다음과 같은 4가지가 있다.

먼저, 지역을 알리는 홍보물을 활용해 장소 이미지를 강조하는 방법이다. 미국의 아츠 브룩필드(Arts Brookfield)의 사례는 미국 맨해튼 지역의 홍보물을 활용해 장소 마케팅에 성공한 경우이다.

브룩필드부동산회사(Brookfield Office Properties)에서는 세계금융센터를 비롯한 맨해튼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올림피아 앤 욕(Olympia and York) 부동산회사에서 1988년부터 운영해오던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1996년에 인수했다. 그 후 지금까지 뉴욕에 있는 브룩필드 건물 25곳에서 '아트 브룩필드'라는 주제의 공연과 전시를 수백 회씩 기획해 일반인에게 무료로 제공했다.

브룩필드부동산회사는 자사의 건물을 문화예술 애호가의 공용 공간으로 제공하기도 했다. 휴스턴, 덴버, 로스앤젤레스, 토론토, 캘거리 같은 다른 도시의 브룩필드 건물에도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확대했다. 2001년 9·11 테러 이후에는 지역사회의 재건을 위해 마련된 '강에서 강으로 축제(River to River Festival)'에도 적극 참여했다.

해마다 6월에서 7월까지 30일 동안 열리는 이 축제에서는 브룩필드 건물 4곳을 비롯한 28개의 공연장에서 150여회의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이 회사는 이처럼 지역을 알리는 홍보물을 활용하는 장소 마케팅 활동을 적극적으로 전개함으로써 브룩필드의 인지도와 선호도를 높였다.

   
▲ '아트 브룩필드' 포스터와 공연 장면. /사진=김병희 교수 제공

또한, '문화의 거리' 같은 문화예술 특구를 지정하는 방법도 있다. 중국 베이징의 다산쯔(大山子)798 예술특구, 타이베이의 타오위엔중정예술문화특구(桃園中正藝文特區), 우리나라 경기도 파주시의 헤이리 문화지구 같은 곳에서는 문화예술 특구를 지정하는 방법을 써서 장소 마케팅 활동을 전개했다.

미국 뉴멕시코주의 산타페 캐니언로드(Canyon Road) 화랑특구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사례다. 남부 로키산맥 7000 피트에 있는 이곳은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수도로 알려져 있다. 20세기 초반까지는 광산촌이었다. 폐광으로 폐허가 되자 예술가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현재 약 7만여명이 거주하는 이곳에 300여개의 화랑과 화상(畫商)이 있다.

이곳의 미술시장은 미국에서 뉴욕 다음으로 큰 규모인 연간 2억 달러 이상이다. 산타페에는 바탄기념박물관(Bataan Memorial Museum), 현대미술관(Center for Contemporary Arts), 조지아오키프박물관(Georgia O’Keeffe Museum)을 비롯해 20여개의 박물관과 미술관이 있어, 해마다 100만 명 이상의 관광객이 찾고 있다.

다음으로, 역사적 상징이 담긴 건물과 장소를 보존하는 방법이다. 오스트리아에서는 모차르트의 고향인 잘츠부르크를 음악의 도시로 선정해 관리하고 있다. 영국에서는 극작가 셰익스피어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그의 고향 마을인 스트랫퍼드어폰에이번(Stratford-upon-Avon) 지역 전체를 박물관으로 지정했다.

그곳은 에이번 강가에 있는 아름다운 소도시다. 셰익스피어의 생가, 셰익스피어가 말년을 보낸 대저택 뉴 플레이스, 강변에 있는 왕립 셰익스피어극장을 비롯해 마을 곳곳에 대 작가의 흔적이 남아있다. 셰익스피어의 생가 마당에는 무대를 설치해 지금도 날마다 그의 작품을 공연하고 있다. 역사적 상징이 담긴 건물과 장소를 보존하면 장소 마케팅 활동을 전개하면서 관광 상품으로 연계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 연극 공연 중인 셰익스피어 생가에서 필자 (2016). /사진=김병희 교수 제공

마지막으로, 스포츠 행사를 유치하고 활용하는 방법이다. 올림픽이나 월드컵 같은 스포츠 행사에서 문화예술 활동을 전개하는 것인데, 올림픽문화예술축제가 대표적이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서는 처음부터 문화예술 올림픽을 지향했다. 조직위원회는 올림픽의 축제 분위기를 조성하고 평창을 알리기 위해 올림픽과 패럴림픽 기간에 축제, 교육, 엔터테인먼트 같은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문화예술 행사는 공연, 전시, 인문·체험, 교육, 축제, 올림픽 현장 프로그램 같은 6가지 종류로 나눠 진행되었다. 프로그램의 하나인 '평창겨울음악제'에서는 세계적인 음악가 정명화 정경화 자매가 예술 감독을 맡았다. 피아니스트 손열음, 바이올리니스트 강주미, 국악인 안숙선 명창도 협주 무대에 참여했다.

이밖에도 '케이팝 월드 페스타', '테마 공연 천년향', '파이어 아트 페스타 2018', '라이트 아트쇼 달빛호수' 같은 창의적인 공연 및 전시 활동이 진행되었다. 스포츠 행사를 유치하고 활용하는 장소 마케팅 활동을 전개함으로서, 평창이라는 도시 이름은 보다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이미지, 매력적인 시설물, 기반시설, 인력은 장소 마케팅에 필요한 4가지 기본 수단이다. 이미지와 매력적인 시설물은 방문객을 늘리는데 있어서 필요한 수단이다. 문화예술기관이나 단체의 이미지와 매력적인 시설물은 소비자의 방문 의사를 결정하는데 영향을 미친다. 기반시설은 공간에 대한 소비자의 만족도에 영향을 미친다.

인력은 문화예술 공연이나 전시에 관련된 모드 서비스의 접촉점이다. 이미지, 매력적인 시설물, 기반시설 같은 기본 수단도 중요하지만, 문화예술기관이나 단체의 구성원 모두가 하나의 목소리를 내야 장소 마케팅에 성공할 수 있다. 어떤 기관이나 단체에 하부 조직이 많을 경우에도, 핵심 메시지를 같은 목소리로 전달해야 장소 마케팅의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 /김병희 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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