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식회계 규명도 안되어 본말 전도된 왜곡수사
수사중 피의사실 공표 '낙인 찍기' 여론몰이 계속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검찰이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의혹과 관련해 삼성전자 부사장급 3명을 증거인멸 지시 혐의로 잇달아 구속하는 등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그 출발점인 분식회계에 대한 규명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본말이 거꾸로 된 행태를 보여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회계처리에 대한 적정성 판단은 감독당국도 여러차례 혼선을 빚은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이에 대한 규명을 뒤로 미룬 검찰이 주변상황을 명분으로 삼아 분식회계로 결론을 내린 채 사건을 파고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검찰은 지난 15개월간 21차례 삼성그룹 전반에 대한 압수수색을 감행하면서 무죄추정의 원칙을 배제하고 수사중 피의사실 공표를 다반사로 벌여 법조계의 지탄을 받고 있다.

법조계는 서울중앙지검 등 담당검사와 관계자들이 삼성바이오와 관련된 수사진술과 증거물들을 노출하고 이를 일부 언론들이 받아 미확인 내용을 무차별적으로 보도하는 것에 대해 우려를 금치 못하고 있다.

   
▲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의혹과 관련해 증거인멸을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는 이모(56) 삼성전자 부사장이 6월5일 구속됐다./사진=연합뉴스

한 현직검사는 6일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정권의 최종표적이 이재용 삼성 부회장일 것이라는 세간의 평이 크게 다를 것 없다"며 "증거인멸 부분을 정리하는 대로 수사의 중심축을 분식회계로 옮겨 결국 경영권 승계에 대한 수사로 나아갈 것"이라고 관측했다.

그는 "증거인멸 수사 때문에 본안 수사를 뒤로 미뤄놓은 격인데 결국 앞뒤가 전도된 행태"라며 "신병 확보 및 소환 조사를 통해 '윗선' 규명을 의도대로 끌어내려고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검찰 출신의 한 법조계 인사 또한 "검찰은 계속해서 정권의 개를 자처하고 있는 것인가"라며 "사건을 보고 범인을 잡으려는 것이 아니라 범인을 누군가로 상정해두고 사건의 실체를 재구성하고 있다"고 개탄했다.

그는 "오죽했으면 삼성측이 검찰의 흘리기와 이를 받은 일부 언론의 추측성 보도에 대해 지난달 23일 '진실규명 초기단계임에도 불구하고 유죄라는 단정이 확산되고 있다'며 공식적으로 우려하는 입장을 내놓았을까"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수사관들이 한달에 한번 이상 삼성 계열사를 급습한 셈인데, 압수수색 과정에서 별건수사의 빌미를 잡기도 쉽고 이 부회장을 겨냥한 표적수사로 볼수밖에 없다"며 "삼바 수사로 임직원 수백명이 검찰 조사를 받는 상황에서 회사 경영이 정상적으로 이뤄진다면 오히려 이상하다"고 지적했다.

검찰이 근거 없는 표적수사를 벌이고 있다는 점은 이 부회장의 1심 및 항소심 재판에서 수십차례에 걸쳐 공방이 오갔고 이에 대해 재판부 또한 '삼성 승계와 합병 비율 이슈에는 연관성이 없다'고 못을 박았다는 점을 보면 확연히 드러난다. 

한 현직판사는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삼성바이오 상장 특혜 의혹 등 이번 검찰수사 쟁점은 이미 이재용 부회장 재판에서 특검이 꺼내들었던 사안"이라며 "스모킹건으로서의 증거가치를 인정받지 못한 자료를 다시 꺼내든 격"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금융감독원 등 금융당국은 삼성바이오 회계처리에 대해 3번이나 판단을 바꿨다"며 "검찰이 언제까지 본말이 바뀐 수사를 이어갈지 모르겠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