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중견기업 사후관리기간, 7년 단축 외에 달라진것 없어
기업인들 "이럴 바에는 회사 매각"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오는 11일 내놓을 가업상속공제 개편안에서 중소중견기업의 사후관리기간을 기존 10년에서 7년으로 단축하는 것 외에 달라진 것 없는 최종 조율안을 발표할 것으로 밝혀 '반쪽 처방' 논란을 빚고 있다.

당정은 이번 개편안을 발표한 후 국회 법안 심의과정에서 추가 논의를 가질 전망이지만 지나치게 엄격한 기존 상속공제 요건이 크게 바뀌진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당정이 10일 밝힌 바에 따르면 현재 10년인 사후의무 이행기간을 7년으로 줄이면서 업종 변경 범위의 경우 한국표준산업분류상 소분류에서 중분류로 넓히고 대분류내 유사업종도 일부 가능하도록 확대하기로 했다.

   
▲ 4월2일 열린 고위 당정청 회의에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사진=더불어민주당

하지만 상속후 10년간 고용 100% 유지조건(총액인건비 기준 추가)도 그대로이고, 기업인들이 가장 큰 관심을 쏟았던 '연 매출 3000억원 미만' 상속공제 대상조건 또한 여당 일부가 이를 5000억~7000억원까지 확대하자고 요구했지만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는 기존 조건을 고수했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 '가업상속 및 자본시장 과세체계 개선 태스크포스'는 기재부에 기업 매출액 기준을 5000억원으로 확대하고 공제한도도 늘리자고 요청했지만 기재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도 이를 변경할 계획은 없다며 선을 그은 바 있고, 기재부 관계자는 10일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세제 혜택 기준도 마찬가지"라며 "아직까지 정부는 정규직 비정규직 문제, 정규직 채용 유지와 같은 조건을 생각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 기업인들이 실제 상속세를 납부하는 비율인 실효세율은 세계 최고수준이다. 일본 12.95%, 독일은 21.58%, 미국은 23.86%이지만 한국은 28.09%에 달한다.

상속세 최고세율은 65%까지 높아진다. 이에 따라 기업규모가 클수록 상속세를 내기 위해 지분이나 자회사 매각에 나서 기업 경영을 왜곡할 뿐더러 상속세를 내는데 쓸 배당을 늘려 장기적인 투자여력이 훼손되고 있다.

작은 기업이 처한 상황도 녹록치 않다. 양도세 부담에 민감할 뿐더러 업황이 좋지 않아 지분매각도 용이하지 않다는 고충이 빗발치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중소·중견기업들은 자산용도를 변경하거나 물적분할을 통해 회사 자체를 매물로 내놓는 추세가 커지고 있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지난달 28일 열린 상속세제 개선토론회에서 "가업상속공제제도가 있지만 요건이 까다로워 실제 현장에서 활용이 어렵다"며 "중소기업은 기업가정신 계승과 체화된 노하우·기술전수라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기 어려워 매각을 고민하는 상황이 발생한다"고 밝혔다.

세계 최고수준의 상속세가 버겁다는 기업인들의 아우성을 문재인정부가 언제까지 외면할지 우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