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성 "발포 명령자 등 가해자 찾아내 과거사 완전히 청산해야"
반대 "이 사안만 특별히 가중처벌? 압수수색 이용 초법적 발상"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3일 집권여당 더불어민주당이 일명 5·18 왜곡처벌법(5·18 민주화운동 등에 관한 특별법)과 진상규명법(5·18 민주화운동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추진하기로 하자 법조계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5·18 망언·왜곡 발언에 대한 형사처벌 필요성에 공감하지만 기존 법으로도 처벌이 충분할 뿐더러 개정안에 적시된 형량은 형법상 과도한 처벌로 법의 형평성을 해친다는 지적이 크다.

또한 헌법상 영장청구는 검사 재량인데 5·18 진상규명 조사위원회(진상조사위)에게 사실상 '영장 청구권'을 부여하는 등 초법적 발상이며, 법 개정안을 확대 적용하면 모든 분야에서 표현의 자유와 개인정보 침해 여지가 있다는 비판까지 나온다.

다만 법조계 일각에서는 개정안을 통해 진짜 가해자를 밝혀내 과거사를 청산하자는 기존 특별법 취지를 살릴 수 있다면서 그간 관련법이 제대로 실행되지 못했다고 평했다.

   
▲ 이해찬 대표가 3일 오전에 열린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민주당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5.18 특별법 개정안 통과 의지를 밝혔다./사진=더불어민주당

앞서 정부 차원의 진상 규명은 1988년 국회 청문회를 시작으로 지난 2018년 국방부 조사까지 모두 9차례 이어졌다.

177석 슈퍼여당인 민주당 입장은 단호하다. 헬기사격·민간인 학살·암매장 등 여러 의혹에 대해 논란이 끊이지 않는 것은 사회적 손해이고, 특별법을 통해 확실한 결론을 내자는 입장이다.

서울지방변호사회 소속 한 법조인은 4일 미디어펜과의 인터뷰에서 "왜곡처벌법은 1995년 제정된 이래로 제대로 시행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많다"며 "당시 누가 시민을 향해 총을 쐈고 실질적인 발포 명령자를 찾아내는 등 가해자를 찾아내 과거사를 완전히 청산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더욱이 앞선 국회에서 진상규명 조사위원회 권한이 법안 통과 과정에서 대폭 축소되고 이와 맞물려 5·18과 관련된 왜곡 발언과 망언이 쏟아져 나왔다"며 "왜곡 폄훼 발언을 강력히 처벌해야 한다는 여론은 여전하다. 그간 국방부와 법무부 등 관계기관이 개인정보를 이유로 자료제출에 소극적인 경우가 많았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가해자 처벌이 없는 피해자 보상은 피해자들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다"며 "이번에 새로이 출범한 21대 국회가 피해자들의 망가진 삶, 그들의 눈물을 진심으로 닦아주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익명을 요구한 부장검사 출신 법조인은 이날 본지의 취재에 "다른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명예훼손 형량은 5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이다. 5·18 관련 사안이면 왜 더 무거운 처벌을 받아야 하는가"라고 반문하면서 "동일한 명예훼손 행위에 대해 형량을 달리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자료제출에 대한 영장청구권에 대해서도 "5·18 조사위원회의 진상조사는 검찰의 사법수사가 아니라 행정조사"라며 "범죄혐의가 있다고 인정되면 수사의뢰를 통해 검경의 사법수사로 전환되고 이후 일반적인 수사절차로 진행하는 것이 우리 법체계인데 행정조사를 하는 과정에서 검찰의 압수수색을 이용하겠다는 초법적 발상"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그는 "대한민국에는 이미 명예훼손죄에 대한 처벌 과정이 일목요연하다"며 "5·18 특별법 개정안을 계기로 앞으로는 특정사안에 대해 명예훼손을 가중처벌하는 법을 일일이 만들 것이냐"고 밝혔다.

민주당은 의원총회를 통해 두 특별법 개정안이 당론으로 최종결정되면 소속 의원 177명 전체의 이름으로 공동발의할 계획이다.

개정안은 5·18 비방·왜곡·날조·허위사실 유포에 대해 예술·학문·보도의 경우 처벌하지 않도록 했던 예외조항을 삭제했고, 7년 이하 징역이나 7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신문·방송·출판물·전시물·토론회·집회 등 모두 예외는 없다.

특히 개인정보를 이유로 자료제출을 거부하지 못하도록 하고 정부기관이나 개인이 진상조사위의 자료제출 요구를 거부할 경우 압수수색영장을 청구할 수 있게 했다. 기존 법에서는 이를 거부해도 '범죄혐의가 현저하다고 인정될 때' 영장을 의뢰하도록 했지만 개정안에서는 이를 뺐다.

또한 내란죄 적용이 애매했던 관련 범죄를 저지른 현장지휘관과 병사들을 공소시효 없이 처벌할 수 있는 내용도 적시했다.

향후 5·18 특별법이 어느 수준까지 개정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