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회피·세법 전문가…n번방·마스크 사건 구속영장 발부
법조계 "불구속 수사원칙과 기업범죄 등 이슈 도마 위"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삼성 합병 의혹으로 수사를 받고 있는 이재용(52) 삼성전자 부회장이 재차 구속의 갈림길에 섰다.

이재용 부회장 구속 여부를 손에 쥔 사람은 오는 8일 구속영장실질심사를 심리하는 서울중앙지방법원 원정숙 부장판사(46·사법연수원 30기)다.

원 부장판사는 지난 2월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로 부임했는데, 여성으로서 역대 두번째 영장전담판사다.

구미여고·경북대를 졸업하고 1998년 사법시험에 합격해 2001년 대구지방법원 판사로 법관 생활을 시작한 원 부장판사는 중앙지법·동부지법에서 민사·행정사건을 두루 맡았고, 한국세법학회 활동을 하는 등 조세회피·세법 전문가이기도 하다.

원 부장판사는 지난 3월과 4월 각각 n번방 사건과 관련해 주범인 '박사' 조주빈과 박사방 공범 최모 씨의 구속영장을 발부했고, 4월에는 코로나 사태와 관련해 불법마스크 제조 혐의를 받는 마스크 제조업체 대표 이모 씨의 구속영장을 발부하기도 했다.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중국 출장을 마치고 5월 19일 김포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법조계는 이번 이재용 사건에서 원 부장판사의 영장 발부 여부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고등법원 부장판사 출신의 한 법조인은 5일 미디어펜과의 인터뷰에서 "앞서 이재용 삼성 부회장이 2017년 1월 처음 구속될 때와는 여러모로 상황이 다르다"며 "검찰이 삼성측의 수사심의위원회 소집 요청에도 불구하고 영장 청구를 강행한 것은 영장 발부에 대한 자신감이 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가능하지만 반대로 수사심의 요청에 놀라 전격적으로 밀어붙였다고도 볼 수 있다"고 전했다.

그는 "검찰은 이번 영장 청구로 이재용 부회장의 정당한 권리를 무력화했다"며 "지금까지 2차례 소환조사를 받으면서 검찰이 가진 패를 다보였을텐데 당사자의 강력한 혐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구속영장이 발부될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지시하거나 보고 받은 적 없다는 이 부회장 입장을 검찰이 어떻게 깰지가 관건"이라며 "검찰이 이번 영장심사에서 제출하는 증거문건에 따라 원 부장판사의 고심이 짙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앞서 두 차례에 걸친 영장심사에서 각 영장전담 판사들은 고심 끝에 결론을 내렸다. 이번도 다르지 않을 것"이라며 "이번 구속영장 청구서 분량이 수사기록 400여권을 합하면 총 20만 페이지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토해야 할 분량이 만만치 않다"고 덧붙였다.

서울지방변호사회 소속 한 법조인은 이날 본지의 취재에 "검찰이든 윤석열 검찰총장 개인으로서든 지난 1년 반 넘게 이어온 직접수사의 정당성을 입증하기 위해서도 영장 청구라는 강수는 불가피했다"며 "영장이 청구됐기 때문에 이미 삼성측의 수사심의위 요청은 끝난 사안"이라고 밝혔다.

그는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이번 심리에서 효과적으로 쟁점과 증거를 판단하고 구속 여부를 정할 것"이라며 "불구속 수사원칙과 기업범죄에 대한 엄단 등 여러 이슈가 다시금 도마에 오르게 됐다"고 평가했다.

다만 그는 "구속영장 청구 사유인 '범죄의 중대성'을 입증할 물증이 가장 큰 관건"이라며 "지시 및 보고를 입증할 삼성 내부문건이 증거로 나올 경우 '증거 인멸의 우려' 가능성을 영장 발부 판단에 고려할 수 있다"고 보았다.

오는 8일 오전 10시30분 서울 서초구 서울법원종합청사 서관 321호 법정에서 이 부회장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이 열린다.

양측간 쟁점에 대해 원 부장판사가 어떤 결론을 내릴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