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 "범죄 성립 다툼 여지…도주·증거인멸 우려 없어"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오는 8일 오전 10시30분 서울 서초구 서울법원종합청사 서관 321호 법정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이 열린다.

이재용 부회장 구속 여부를 손에 쥔 사람은 영장실질심사를 심리하는 서울중앙지방법원 원정숙 부장판사(46·사법연수원 30기)다.

이날 영장심사에서는 '구속수사가 필요하다'는 서울중앙지법 수사팀과 '혐의가 없을 뿐더러 구속 사유도 없다'는 변호인단 간에 치열한 법정 다툼이 벌어질 전망이다.

법조계는 이 부회장 구속 여부에 대해 대체적으로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구속 여부를 가를 쟁점으로 '이 부회장이 보고 받고 직접 지시했나'를 검찰이 입증하냐에 달렸지만, 그 정황이 확인되더라도 '증거인멸 우려가 있나' 추가로 판단해야 한다는 관측이다.

또한 영장발부 사유인 '범죄의 중대성'도 변수이고, 다른 사건과의 형평성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고등법원 부장판사 출신의 한 법조인은 7일 미디어펜과의 인터뷰에서 "형사소송법(70조)에 따르면 구속 사유로 일정한 주거지가 없거나 증거인멸 염려가 있거나 도주 염려가 있는 경우가 꼽힌다"며 "엄밀히 말하면 이재용 부회장은 어떤 경우에도 해당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 부회장과 삼성측은 수십차례의 압수수색과 소환조사를 받았다"며 "아직도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는 검찰측 주장은 비상식적이고 이해하기 힘들다"고 밝혔다.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중국 출장을 마치고 5월 19일 김포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부장검사 출신의 한 법조인은 이날 본지의 취재에 "합병 분식회계 의혹과 관련해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삼바) 사장이 앞서 2차례 구속을 면한 것을 보면 영장 발부는 쉽지 않다"며 "실제로 당시 법원은 '범죄 성립 여부에 다툼의 여지가 있고 증거가 수집되어 있는 점, 주거 등에 비춰 구속 사유를 인정하기 어렵다'며 기각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단언컨대 영장 발부 가능성은 지극히 낮다"며 "범죄의 중대성과 다른 유사 사건과의 형평성을 고려하면 이 부회장의 방어권을 보장해줘야 한다"고 언급했다.

한 대형법무법인에서 기업인수합병 전문변호사로 있는 L씨(45) 또한 이날 본지 취재에 "이미 1년 6개월간 수사해온 사안이다. 오히려 수사망이 확대되어 수십차례 압수수색과 관계자 소환조사가 이루어졌는데 이제 와서 구속영장을 청구한다는게 납득 가질 않는다. 직접적인 물증이 있더라도 구속해야 할 사유로 충분하냐가 문제"라고 평가했다.

그는 "핵심은 이 부회장이 의혹에 관여했나와 지시-보고를 직접 주고 받았느냐이지만, 주가 조작이라는 검찰측 프레임은 그것 자체가 주관적이고 자의적인 판단으로 읽힐 수 있다"며 "당시 회계처리가 국제회계기준에 부합하는 것이었는지 여부를 전문가들과 증시 반응으로 누구나 이해할 수 있다"고 밝혔다.

8일 구속영장실질심사에서 최전선에 설 양측의 창과 방패 모두 전현직 '특수통' 검사들이다.

삼성 의혹 수사를 이끄는 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 이복현 부장검사는 공인회계사 자격을 갖춘 대기업 수사전문가로 꼽힌다. 론스타펀드·태광그룹 비자금·국정농단 사건 수사를 두루 거쳤다.

이 부회장 변호인단에는 방위사업비리·부패범죄 특별수사단장을 역임한 김기동 전 부산지검장, 중앙지검 특수부에 몸담았던 이동열 전 서부지검장·최윤수 전 국정원 차장이 포진해있다.

'뉴삼성' 부흥을 위해 애쓰고 있는 이 부회장에 대해 재판부가 어떤 결론을 내릴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