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수수색 50여차례·관계자 소환조사 430여회
법조계 "일종의 사기행위 범죄성립 어렵다"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 여부를 놓고 8일 서울중앙지법 법정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이 열렸다.

검찰과 변호인단이 창과 방패로 맞붙은 가운데 양측은 구속사유 쟁점을 놓고 첨예하게 부딪힐 것으로 전망된다.

구속사유는 대개 주거지 불명·증거인멸 우려·도주의 우려이지만, 이 셋 모두 지난 1년 7개월간 50여차례 압수수색과 관계자 소환조사 430여회를 겪은 이재용 부회장에게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 법조계 중론이다.

다만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영장을 발부할 수 있어 법조계는 그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검찰은 이번에 구속영장 청구서와 함께 수사기록 20만쪽을 제출해 이 부회장 구속에 사활을 걸었다는 평가다. '불법 승계' 프레임을 고수하고 '구속수사가 필요하다'는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해 법정에서 범죄 혐의 소명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중국 출장을 마치고 5월 19일 김포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익명을 요구한 부장검사 출신의 한 법조인은 8일 미디어펜과의 인터뷰에서 "검찰이 확보했다는 삼성 미래전략실 내부문건이 스모킹건으로 작동할 가능성이 있다"며 "다만 그 내부문건이 범죄 혐의를 상당수 입증하더라도 이것이 증거인멸 우려로 이어지긴 힘들다. 이미 검찰은 방대한 증거와 진술을 확보한 상태라 결국 사안의 중대성이 문제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법원은 범죄의 중대성을 폭넓게 함께 고려해 피의자 구속 여부를 결정하는데 구속 사유를 기계적으로 적용하면 영장을 발부하기 힘들다"며 "검찰이 이번에 영장을 친 시세조종 혐의는 별건수사나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검찰 프레임은 삼성이 조직적으로 이재용 부회장 승계를 위해 일종의 사기행위인 허위공시를 해 투자자에게 손해를 입혔다는 '분식회계' 프레임인데 애초에 현실과 맞지 않는다"며 "삼성바이오로직스(삼바)의 자산 재평가로 누군가 손해를 봤어야 범죄가 성립되는데 누가 피해를 봤나. 이 부회장만 이익을 본 것도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특히 그는 "애당초 자산 재평가는 국제회계기준을 따랐고 회계법인 동의와 금융감독원의 승인을 거쳤다"며 "피해자는 전무하고 이득을 본 사람은 이 부회장을 비롯해 다른 주주들, 외국 투자자, 세수 증가로 이익을 본 정부도 해당된다"고 강조했다.

또한 "지난해 분식회계를 주도했다는 혐의로 삼바 김태한 사장의 구속영장을 두번 쳤지만 기각됐다"며 "결국 사안의 중대성까지 가기 전에 범죄 혐의 성립부터 다툼의 여지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 대형법무법인에서 기업인수합병 전문변호사로 있는 L씨(45) 또한 이날 본지 취재에 "애시당초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이 의혹의 시발점"이라며 "그런데 법원은 지난 2017년 합병 무효 소송에서 '경영상 필요에 의한 합병이었고 법적으로 문제 없다'고 선고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재판부는 이미 해당 합병에 대해 합법적이라고 판단해 '불법 승계 작업'이라는 검찰 수사팀 주장과 정반대 결론을 내린 것"이라며 "미전실 내부문건에 대해 말들이 많지만 재판부가 보기에 고도로 악의적이라고까지 보일 정도로 완벽한 스모킹건(결정적 증거)를 제시하지 않는한 검찰은 범죄 혐의 소명조차 제대로 하기 힘들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날 구속영장실질심사에서 양측의 창과 방패 모두 전현직 '특수통' 검사들이다. 앞서 삼성이 "경영 정상화에 매진하도록 도와달라"는 이례적인 입장문까지 낸 가운데, 재판부가 어떤 판단을 내릴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