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부시 항명 파동…총장 권한 침해에 이의 제기해야"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에 맞선 윤석열 검찰총장의 거취가 주목을 받고 있다. 당장 윤석열 총장은 3일 오전과 오후 전국 고검장 및 검사장 회의를 갖고 의견을 듣는다.

법조계는 이날 회의에서 윤 총장이 일선 검사장들의 지지를 얻지 못하면 설 곳이 없다고 보고 있다. 다만 법무부가 추미애 장관의 이번 수사지휘에 대해 '윤 총장 거취를 논하는 것은 아니다'며 선긋기에 나서, 윤 총장 사퇴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도 나온다.

윤 총장 선택지는 지휘 불복 후 이의제기 등 반격이냐, 수사지휘를 거부하고 사퇴하지 않은채 '항명' 파동으로 가느냐, 수사지휘를 조건 없이 수용하되 자리를 지키냐, 지휘 수용 후 사퇴, 지휘 불복 후 사퇴 등 5가지로 좁혀진다.

원래 검찰은 행정부 소속 법무부 산하기관이지만 동시에 '준사법기관' 성격도 지녀 정치적 독립성을 존중받는다.

   
▲ 추미애 법무부 장관(왼쪽)과 윤석열 검찰총장./사진=연합뉴스
추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에 일선 검사들은 격앙된 분위기다. 김수현 부산지검 부장검사를 비롯해 정희도 청주지검 부장검사·박철완 부산고검 검사는 검찰 내부 온라인망 이프로스에 글을 올려 법무장관의 지휘에 우려를 표명하고 나섰다.

윤 총장이 참석하지 않고 대검찰청 기획관과 선임연구관 30여명이 모인 회의에서는 참석자의 90% 가까이 지휘권 발동이 총장의 일선 지휘·감독권을 침해해 위법 부당하다고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장검사 출신의 한 법조인은 3일 미디어펜과의 인터뷰에서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에 대한 법적 근거는 명확하다. 장관이 법이 규정한 권한을 행사한 수사지휘를 총장이 거부하는건 검찰청법 위반"이라며 "다만 이번 케이스는 좀 다르다. 불법 부당한 지휘에 대해 받아들일 수 없고 이의제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윤 총장에게 이의제기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며 "윤 총장 입장에서 사퇴 압박 의도를 노골적으로 수차례 드러낸 여권을 감안하면, 사퇴하고 나갈 경우 공수처 수사대상 등 최악의 상황에 처할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한 그는 "거부한 후 항명으로 갈 경우 난타전으로 치닫게 될 것"이라며 "검찰청법은 장관의 총장 지휘권을 보장하면서도 총장의 일선 지휘감독권을 보장하고 있다"며 "공정성을 보장하기 위해서라는 이유로 총장 권한을 침해하는 것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것으로 보인다"고 관측했다.

서울지방변호사회 소속 한 법조인은 이날 본지 취재에 "윤 총장이 장관의 수사지휘에 따르지 않을 경우 자리를 내놓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이미 최측근들이 지난 1월과 2월 대거 좌천되어 윤 총장이 할 수 있는 패는 거의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추 장관 입장에서 지휘권 발동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것"이라며 "다만 윤 총장 입장에서 '당부당을 잘 가려 기본적으로 원칙을 따라야 한다'고 말한 것을 감안하면, 윤 총장이 수용하되 끝까지 자기 자리를 지키면서 어떻게든 반격의 실마리를 잡으려고 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어 그는 "여러 말들이 오갈 수 있지만 '법무부 장관은 검찰 사무의 최고 감독자로서 일반적으로 검사를 지휘·감독하고 구체적 사건에 대하여는 검찰총장만을 지휘·감독한다'고 규정한 검찰청법 제8조를 벗어날 수 없다"며 "오늘 전국 검사장 회의에서 장관의 수사지휘가 위법적이라는 의견이 모아지더라도 윤 총장이 택할 선택지는 많지 않다"고 전했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이날 전국 검사장 회의 결과를 지켜보고 향후 수사 일정을 조율할 것으로 보인다. 윤 총장이 검사장 회의 후 어떤 선택을 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