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차원 조직적 불법행위나 지시·승인 있었나가 관건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수사 착수 1년 9개월 만에 400건 이상의 소환조사와 50여건의 압수수색을 이어온 검찰이 결국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52)과 전현직 삼성 임원 등 11명을 재판에 넘겼다.

수사를 맡아온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조사부(이복현 부장검사)는 1일 22페이지 분량의 보도자료를 내고 이들에게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를 비롯한 시세조종행위, 업무상 배임 등 혐의를 적용해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측 공소장은 133쪽, 수사기록만 21만 4000쪽 분량에 달한다.

이미 '국정농단 관련 피고인' 신분으로 3년 6개월째 재판을 받고 있는 이재용 부회장은 자신의 경영권 승계 의혹과 관련해 법정 다툼을 시작하게 됐다.

사태의 발단은 2015년 7월 17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안이 주주총회를 통과한 후 통합삼성물산이 출범한 것과 관련해, 이듬해인 2016년 6월 참여연대와 민변 등은 '합병 과정이 삼성전자 지배권 승계 목적이었다'고 주장하면서 이 부회장을 배임 및 주가 조작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것이 사건의 시발점이다.

   
▲ 사진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는 모습이다./사진=연합뉴스
법조계는 이번 사건이 불구속 기소로 시작되지만 사안이 복잡하고 각종 사실관계에 있어서 양측 입장이 첨예하게 달라 향후 수년간의 재판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쟁점은 몇가지로 정리된다. 먼저 주가 조작과 분식회계 등 그룹 차원의 조직적인 불법 행위가 있었는지 여부다.

특히 합병 결의 후 주주들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를 막기 위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두 곳의 주가를 함께 조직적으로 띄웠는지가 관건이다.

가장 큰 핵심 쟁점은 이러한 과정 모두 이 부회장의 지시나 승인을 거쳐 이뤄졌냐는 점이다.

이에 대해 삼성측은 "시세조종 등 불법 행위는 일체 없었고 이 부회장이 주가 관리를 보고 받거나 승인하지도 않았다"며 "합병은 관련 법 규정과 절차에 따라 적법하게 진행됐다"는 입장이다. 

검찰 수사팀은 이에 대해 삼성측이 합병 각 단계마다 투자자들을 상대로 거짓정보 유포를 비롯해 주요정보 은폐, 허위호재 공표, 주주 매수, 국민연금 의결권 확보를 위한 로비, 삼성증권 PB조직 동원, 자사주 집중매입을 통한 시세조종 등 각종 부정행위에 나섰다는 판단이다.

앞으로 열릴 1심 공판에서 이를 놓고 삼성측 변호인단과 치열하게 다툴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쟁점은 삼성바이오로직스(삼바)의 분식회계 의혹으로, 검찰은 삼바 역시 고의적인 분식회계로 판단하고 이에 이 부회장이 관여한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측은 이에 "회계사기 혐의 또한 국제회계기준에 그대로 따른 정상적인 회계처리"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삼성측 변호인단은 1일 입장문을 통해 "관련 증거들은 모두 구속 전 피의자심문이나 수사심의위 심의 과정에서 제시되어 철저하게 검토됐다. 다시 반박할 가치가 있는 새로운 내용은 아무 것도 없다"며 "검찰의 이번 기소가 왜 부당한지 법정에서 하나하나 밝히겠다"고 반박했다.

혐의를 초점으로 본 쟁점의 경우, 검찰이 16개 범죄사실로 구성한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놓고 창과 방패의 대결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자본시장법 혐의는 해당 법리가 매우 어렵고 입증이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이에 검찰이 삼성측 방어 논리를 깰 수 있느냐에 눈길이 쏠린다. 자본시장법을 폭넓게 해석하면 안 된다는 지적이다.

지난 6월 법원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이 부회장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하면서 그 이유로 "충분한 공방과 심리가 필요하다"고 밝힌 대목도 이 지점이다.

자본시장법 교과서를 집필한 법학 교수와 변호사, 회계전문가 등이 참여한 검찰 수사심의위원회에서도 거의 모든 위원들이 삼성측 입장에 손을 들었을 정도다.

실제로 수사심의위는 숙고 끝에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에게 사건 수사 중단 및 불기소를 권고하기도 했다.

검찰은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공소유지에 각별한 공을 들일 작정이다. 추미애 법무부장관의 이번 인사에서 새로이 신설된 서울중앙지검 특별공판2팀이 사건 공소유지를 맡는다.

앞서 삼성 수사에 참여했던 김영철 의정부지검 형사4부장이 공소유지를 책임지고, 대전지검으로 인사 이동하는 이복현 부장검사 등 팀장급이 참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열렸던 8차례의 수사심의위원회 권고안을 모두 수용했던 검찰이 이번 사건에서는 권고안을 정면으로 무시했다. 향후 법정에서 재판부가 어떤 판단을 내릴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