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내부 "이미 집단행동 들어간 것"…추미애 "검사들의 다양한 의견에 귀 기울여"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이환우 제주지검 검사를 향해 '커밍아웃해 주면 개혁만이 답'이라고 공개저격하자 촉발된 검사들의 분노가 연일 추미애 장관을 향해 가라앉지 않고 있다.

검찰내부망 '이프로스'에 최재만 춘천지검 검사가 '자신도 커밍아웃하겠다'는 글을 올렸고, 해당 글에 평검사들을 위주로 릴레이 댓글이 꾸준히 이어지면서 게시 닷새째인 이달 3일 오후 댓글 300개를 돌파했다.

법조계에서는 검사들이 사실상 실명으로 '온라인 연판장'을 돌리고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추미애 장관은 일단 이날 오후 3시경 대변인실을 통해 입장문을 내고 사태를 진화하려고 나섰다.

추 장관은 입장문에서 "검사들의 다양한 의견에도 귀 기울이고 있다"며 "대다수의 일선 검사들이 묵묵히 맡은 바 업무에 충실하며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음을 잘 알고 있고, 법무부장관으로서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담보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추 장관은 "검사들과 소통하며 검찰개혁을 완수하겠다. 검사들도 개혁의 길에 함께 동참하여줄 것을 기대한다"며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는 입장을 고수했다.

   
▲ 검사들의 집단 반발에 부딪힌 추미애 법무부 장관./사진=연합뉴스
검찰 내부 여론은 여전히 차갑다. 지방검찰청 소속 한 평검사는 이날 본지 취재에 "이번 주가 평검사회의 소집 등 집단반발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크다"며 "검사들의 내부 동요가 심각한데도 대통령은 침묵하며 법무부 장관은 면피하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총 2200명 검사 중 300명 넘게 검사들이 실명을 걸고 커밍아웃 댓글을 달았다"며 "전체 검사의 15%에 못 미치는 숫자지만 익명성을 고려하면 물밑 진짜 여론을 드러냈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추 장관이 강경 발언으로 맞대응하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향후 책임지는 방향으로 실효성있게 어떻게 하겠다는 행동을 발표한 것도 아니다"며 "알맹이 없는, 미사여구 성찬에 불과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또다른 지방검찰청 형사부 소속 평검사도 본지 취재에 응하면서 "나도 커밍아웃한 당사자"라며 추 장관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드러냈다.

그는 "외부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이 신임 부장검사 소집 교육 발언을 주목하고 있지만, 그건 일선 검사들의 자발적인 반발과 별개의 일"이라며 선 긋고 나섰다.

그는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이 검사 누구나 고개를 끄덕일 만한 이유가 아니지 않느냐"며 "핵심 피의자 말만 곧이곧대로 믿고, 그걸 진짜로 믿었는지 아니면 악용해서 검찰총장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려는 것이든 진짜 이유가 무엇이든 간에 납득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검사들을 저격한 청와대 청원이 50만을 넘든 100만을 넘든 우리가 사표내지 않으면 그만"이라며 "상부의 명백한 잘못을 지적한 평검사에 대해 장관이 직접 나서서 찍어누르는 행태는 독재국가에서나 볼 법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검찰개혁이라는 큰 명분에는 대부분 동의하지만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건강한 검찰 조직을 만들 수 없다는 위기의식이 여전하다. 자신들만 옳고 정의롭다는 아집도 문제"라며 "대통령과 장관 의중에 따라 인사권을 휘둘러 정권 관련 수사를 막고 틀어쥐면서 벌이는, '정치가 검찰을 덮어버리는 행태'는 우리 사법역사에 있어선 안될 일"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그는 "일부 평검사들 사이에서는 이미 집단행동에 들어간 것이나 마찬가지지만 평검사회의를 공식적으로 소집할 경우 친문 여론으로부터 역풍을 맞을 우려가 있어 조심스럽다는 의견도 있다"며 "지금처럼 양보 없는 대립이 계속되는 한, 추 장관이 어떤 말을 늘어놓아도 쉽사리 가라앉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찬반 논쟁이 치열한 가운데, 인사·지휘·감찰권을 남발해 '검찰의 정치화'를 노리는 추 장관의 행보가 앞으로 어떻게 끝날지 주목된다. 검찰개혁의 요체인 '정치적 중립성'을 오히려 훼손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