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지검 "중요 공공정책 감사과정 고발이라 배당"…대전지검 입장과 유사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월성 원자력 발전소 1호기 조기폐쇄 감사를 주도한 최재형 감사원장에 대해 23개 시민단체가 고발한 사건을 서울중앙지검이 공공수사1부에 배당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원전 감사의 후폭풍이 감사 대상인 청와대·산업통상자원부·한국수력원자력 수사에 이어 감사 주체인 감사원까지 이른 모양새다.

탈핵울산시민공동행동·녹색당 등 시민단체·정당 23곳(시민 147명)은 최재형 원장에 대해 직권남용·강요·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 혐의로 지난 12일 검찰에 고발했고, 고발장이 접수된지 6일 만인 18일 서울중앙지검은 공공수사1부(양동훈 부장검사)에 배당했다.

이들은 최 원장에 대해 "탈원전 정책을 공격할 목적으로 월성 1호기 감사에서 안전성과 주민수용성을 감사대상에서 제외하고 안전설비 비용을 고의로 누락하는 등 직권을 남용했다"며 "자신이 의도하는 결론에 맞지 않는 답변을 피조사자들이 할 경우 문답서에 반영하지 않거나 원하는 답변을 할 때까지 몇번이고 강압적인 조사를 반복했다"고 주장했다.

   
▲ 문재인 정권의 숱한 외압과 퇴진 압박 속에 월성1호기 조기폐쇄의 문제점을 밝히는 감사결과를 내놓은 최재형 감사원장. 앞서 최재형 감사원장은 국회 국정감사에서 "이렇게 심한 감사 저항은 처음"이라고 토로했다./사진=연합뉴스
앞서 감사원은 원전 조기폐쇄 결정의 타당성에 대해 판단을 유보했지만, 그 결정의 근거가 된 경제성 평가에 조작 등 문제가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에 국민의힘이 지난달 22일 관련자들을 대전지검에 고발하자, 대전지검 형사5부(이상현 부장검사)는 지난 5일 산업부·한수원·한국가스공사를 전격 압수수색하며 강제수사에 착수한 바 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문재인 정부를 곤혹스럽게 한 원전 조기폐쇄의 여파로 대전지검이 대통령비서실-산업부-한수원 간의 의사결정·지시 과정을 수사하자, 그에 대한 보복수사로 최 원장을 겨냥한 것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온다.

직접 청와대를 겨냥하고 나선 대전지검 수사를 놓고 여당은 물론 추미애 법무부 장관까지 나서 "정치적 목적의 편파 수사"라고 비판한 가운데, 친문 서울중앙지검이 최 원장 수사에 나서면서 양측 공방이 가열될 전망이다.

익명을 요구한 차장검사 출신의 한 법조인은 20일 본지 취재에 "추미애나 문재인, 이성윤 지검장의 영향력에서 완전히 벗어나 있는 대전지검이 원전 조기폐쇄 의혹과 관련해 직접 청와대를 겨냥하자 맞불 놓은 것 아니겠냐"며 "최 원장은 원전 감사 건으로 문재인 정권에 단단히 미운 털이 박혔다. 정권 레임덕을 막기 위해서라도 카운터파트에 대한 보복수사가 필요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중앙지검 공공수사1부는 자체적으로 범죄 혐의를 인지해 수사한다"며 "일종의 공안 사건을 장기간 수사하는 곳인데 최재형 원장 고발 사건은 형사부에나 맞지, 이러한 공공수사부 특성과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앞서 '보복수사' 논란이 일자 "국가기관인 감사원이 국가의 중요 공공정책에 관한 감사를 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일에 대한 고발이라 공공수사1부에 배당한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이러한 해명은, 지난 16일 입장문을 내고 청와대를 겨냥한 원전 조기폐쇄 수사에 대해 "원전 정책의 당부에 관한 것이 아니라 정책 집행과 감사 과정에서 공무원 등 관계자의 형사법위반 여부에 대한 것"이라고 밝힌 대전지검이 떠오르는 장면이다.

피고발 당사자인 최 원장은 지난 11일 양기대 민주당 의원이 자신의 직권 남용-강압적인 조사 의혹에 대해 의혹을 제기하자 "감사위원회 논의 과정에서 추가 수사를 통해 범죄가 성립될 개연성이 있다고 판단했다"며 "수사참고자료를 보내는 것은 감사위원회 의결이 필요한 사안은 아니나 감사위원들의 동의와 양해를 구했다"고 답했다.
 
특히 그는 이날 국회 예결위 전체회의에서 양 의원이 거듭 의혹을 제기하자 "고발할 정도의 구체적인 혐의 인정은 부족하다 할 경우 수사참고자료를 보내는 경우가 많다"며 "그런 말은 감사원에 대한 국민 신뢰를 훼손하는 것이고 그런 시각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선을 긋고 나섰다.

원전 조기폐쇄 사건에 대해 감사원이 검찰에게 넘긴 자료는 A4 기준 7000장에 달한다. 향후 중앙지검이 최 원장에 대해 어디까지 어떻게 수사할지, 그토록 입증하기 힘들다는 직권남용 혐의를 밝혀낼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