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 임기의 4분의 1…법원, 윤측 집행정지 신청 '기각' 가능성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윤석열 검찰총장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대립은 72년 헌정 사상 최초의 현직 검찰총장 징계 의결로 끝이 났다.

하지만 윤석열 총장은 정직 2개월 징계를 내린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 결정에 대해 16일 "임기제 검찰총장을 내쫓기 위해 위법한 절차와 실체없는 사유를 내세운 불법 부당한 조치"라며 법정 공방 등 불복을 예고했다.

윤 총장에 대한 징계는 추미애 장관의 제청으로 문재인 대통령이 재가하면 집행된다. 검사징계법에 따르면 대통령은 징계위 결정을 변경하거나 거부할 수 없다. 이르면 16일 문 대통령이 재가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 윤석열 검찰총장./사진=대검찰청 제공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징계위는 기존 예상보다 다소 수위가 낮은 정직 2개월이라는 결론을 내렸지만, 임명권자인 문 대통령의 정치적 부담과 악화된 여론을 감안하면 '최적'이라는 법조계 평가가 나오고 있다.

임기가 내년 7월 말까지인 윤 총장은 이번 징계위 의결로 향후 2개월간 '식물 총장'으로 전락할 전망이다. 문 대통령이 징계를 재가해 집행하면 정직 기간 동안 조남관 대검 차장검사가 총장 직무대행을 맡게 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앞서 예상되는 법정 공방 등 향후 추이에 대해 "절차에 따르면 될 문제"라고 밝힌 바 있다.

윤석열 표적수사…'정권 연루' 사건 규명 좌초?

향후 시나리오는 양측의 본격적인 소송전을 기본 전제로 하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를 통한 일명 '윤석열 표적수사'로 좁혀진다.

우선 각종 정권 연루 사건 수사로 위기에 처한 청와대 입장에서 사태 수습을 위한 시간을 벌었다는 평이 많다.

특히 이번 정직 2개월 의결로 윤 총장이 공수처 수사대상 1호가 될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는 법조계 시각이 커지고 있다.

지난 15일 문 대통령이 공수처법 개정안 공포안에 대해 긴급 재가를 내리면서 즉각 시행됐고, 조만간 공수처장 후보 추천 및 임명 등 준비 과정을 거쳐 공수처가 본격 출범한다.
 
공수처법에 따르면 고위공직자가 연루될 경우 현재 검찰에서 수사 중인 사건은 공수처로 이첩될 수 있다. 윤 총장은 '판사 문건' 작성을 지시했다는 이유로 직권남용 혐의 등 사건이 수사의뢰되어 있다. 공수처가 공식적으로 출범하자마자 윤 총장을 1호 수사 대상으로 삼을지 주목된다..

또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을 비롯해 월성 1호기 원전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 옵티머스자산운용 펀드 사기 사건 등 청와대 및 여권 인사들이 연루된 사건을 공수처가 가져갈 경우 기존 검찰 수사 때보다 속도를 내기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양측 소송전 양상은?

양측이 본격적인 소송전에 들어가는 것은 더 복잡한 시나리오를 그리고 있다.

윤 총장은 최우선적으로 징계위 결정 및 그에 따른 대통령의 징계 처분 집행에 불복해 집행정지를 신청할텐데, 이를 법원이 어떻게 판단하느냐다.

서울행정법원이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하면 윤 총장은 곧바로 직무에 복귀하고 추 장관과 문 대통령을 큰 타격을 입지만, 반대의 경우 소송하는 사이 윤 총장 임기가 다 지날 것으로 전망된다.

법조계는 대체적으로 정직 2개월이 윤 총장 개인에게는 치명적이지만 남은 임기 8개월을 놓고 보면 4분의 1에 불과해 법원이 집행정지 신청을 기각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헌법재판소가 이미 받은 사건을 어떻게 판단하고 결정할지도 또 다른 변수다.

윤 총장은 지난 4일 '법무부 장관 주도로 징계위원회를 구성하도록 한 검사징계법 조항이 위헌'이라며 헌재에 헌법소원을 냈다. 실제로 해당 조항은 민주당 주도의 법 개정을 거쳐 내년 1월부터 징계위에 대한 장관의 지명권 등 영향력이 전면 축소된다. 윤 총장은 헌재에 '징계 추진을 중단해달라'는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도 함께 냈다.

헌재는 지난 9일 헌법소원 본안과 가처분 신청 사건 모두 재판관 9명이 심리하는 전원재판부에 회부했다. 법조계는 헌재가 빠르면 2~3주 내로 결론낼 것이라고 보고 있다. 대부분 사건은 몇달씩 걸리지만 가처분 결정을 가장 빨리 내린 사례가 2~3주 이내였다.

헌재가 검사징계법 조항이 위헌이라고 판단할 경우 그에 따라 징계위를 운영해 윤 총장의 정직 2개월을 결정한 처분 자체가 무효로 된다. 다만 헌재가 윤 총장의 정직 기간 2개월 내에 결론을 내리지 않으면 향후 어떤 결정을 내리든 의미가 없게 된다.

소송전은 이제 시작이다. 윤 총장 측의 공세와 추 장관의 수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금태섭 전 의원은 이번 정직 2개월 결정에 대해 "비겁하고 무능한데 배짱도 없다"며 "검찰총장 정직 2개월이 검찰개혁인가"라고 반문하고 나섰다.

소송전이 이어지는 가운데 헌재와 법원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문 대통령이 그토록 부르짖었던 검찰개혁이 헌정 사상 초유의 검찰총장 정직 2개월이라는 꼬리표로 전락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