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급 적용' 관건…공직자 투기 수익 솎아 내는 보완입법, 정교하게 마련해야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29일 정부가 사전 미공개 정보를 악용한 공직자의 부동산 투기 근절을 위해 각종 대책을 내놓으면서 강력한 의지를 과시했지만, 입법 과제가 많아 난관이 예상된다.

공직자의 불법 동기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공직자 신분으로 징계나 처벌을 받더라도 이를 충분히 보상할 경제적 이득이다.

정부는 토지 등 부동산 투기를 통해 사익을 극대화하려는 이러한 유인을 차단할 방법으로 수익을 전액 환수하겠다고 밝혔다. 법조계에선 이 실현 가능성을 놓고 갑론을박을 펼치고 있다.

현행 법상으로 토지 수익에 대한 몰수나 추징 보전이 가능한 것은 부패방지법을 통해서다. 하지만 이를 위해선 공직자가 '업무상 비밀'을 이용해 토지 수익을 얻었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한다. 소급 적용이 안되는 영역이다.

   
▲ 3월 29일 열린 제 7차 공정사회 반부패정책협의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또다른 법은 농지법이다. 농지법에 따르면 농지를 소유한 자가 농업 경영에 이용하지 않는 경우 바로 처분 의무를 부과하고, 농지 처분을 불이행할 경우 이행강제금을 부과한다. 이 또한 농지를 농업 경영에 이용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

여기서 핵심은 소급 적용 여부다. 공직자들의 부동산 투기는 이미 벌어진 일이기 때문에, 투기로 얻은 수익 전부를 사후 환수하고 징벌해야 매듭 지을 수 있다.

헌법은 "모든 국민은 소급 입법에 의해 재산권을 박탈 당하지 아니한다"며 소급 입법에 대해 정면으로 부정하고 있다. 다만 대법원 판례는 공직자가 내부 정보를 이용해 투기한 경우 몰수 대상이라고 명시하고 있어서 헌법과 결이 다르다.

29일 대통령 주재 반부패정책협의회 후 기자단과의 질의응답에서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이에 대해 "기존 규정을 최대한 활용해 부당 이득을 최대한 환수토록 할 예정"이라며 "(소급입법 판단 근거와 관련해) 헌법재판소까지 질문을 구하진 않았고 법률전문가 등 관계부처 간 많은 논의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전혁희 국민권익위원장은 이날 질의응답에서 "대법원 판례에 이미 판시한 바 있다"며 "이 사안(소급입법)에 대해선 특별히 문제 제기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충분히 현행 법으로 규율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문제는 정부가 근거로 제시한 대법 판례에 따르면 공직자가 내부 정보를 이용해 투기했다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피의자로 지목되어 기소된 후 정식 재판에 들어갈 경우, 해당 피의자가 헌재에 헌법소원을 청구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재판정에서 자신이 정당하게 수익을 올렸다고 입증한다면, 그 수익을 환수하기 녹록치 않다. 헌법이 소급입법에 따른 재산권 박탈을 정면으로 부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불법투기 사건을 여러차례 맡았던 한 현직 부장검사는 30일 본보 취재에 "헌법 이념을 구현하는 목적에 따른 특별한 경우, 친일 반민족 행위자 같은 경우에만 소급 몰수가 가능하다"며 "헌법에서 규정한 소급 입법을 해결하지 않는한 실질적인 환수는 막혀있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입법 과정에서 여야가 힘을 합쳐 혐의에 적용할 법률 조항을 얼마나 정교하게 만들어내느냐가 가장 큰 관건이 될 것"이라며 "1차적으로 범죄 행위를 입증해야 하지만, 2차적으로는 그 범죄 행위 시점보다 나중에 만들어진 법조항을 소급 적용해야 하는 것을 명시해야 한다. 상당히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주사위는 던져졌다. 문재인 정부는 사활을 걸고 소급 입법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향후 당정이 어떻게 정교하게 입법안을 마련해 기존 맹점을 보완하고 다시는 공직자 투기가 발붙이지 못하도록 제도를 마련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