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진 이어 이상민 등 중진도 반대 가세…지도부, 30일 강행 처리 의지
노웅래 '속도조절론' 주장 vs 당 지도부, 과반수 의석 토대로 자신감 피력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집권여당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언론중재법) 개정안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커지면서 당 안팎의 반발이 고조되고 있다.

민주당 지도부는 지난 27일 관련 의원들이 모여 연석회의를 갖은 후에도 오는 30일 열릴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 의지를 재확인했지만, 고심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당 지도부는 재차 언론계 의견을 수렴한 후 30일 의원총회를 연다. 의총에서 언론중재법 처리에 대한 당 방침을 확정한다.

당 내부에서 대두된 것은 보완입법 등 '속도조절론'이다. 사실상 민주당을 제외하고 정의당·시민사회단체·언론계·법조계 등 대다수가 반대하는 상황이다.

   
▲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8월 27일 국회 당대표회의실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여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민주당 제공
노웅래·이용우·장철민·노기형 등 당내 중진 의원들은 27일 오후 국회에서 송영길 당 대표와 면담했는데, 이 자리에서 "설득력·공감대 없이 강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우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 관계자는 27일 오후 본보 취재에 "언론중재법 처리 시점을 조정함과 동시에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이나 1인 미디어 규제 등 또 다른 언론개혁 법안을 패키지로 본회의에 함께 상정해야 외부의 공감대를 높일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제안이었다"고 전했다.

그는 "핵심은 언론중재법 하나만 강행 처리하기에는 그 후폭풍이 우려된다는 지적이었다"며 "최종적으로는 의총에서 당의 방침을 정하겠지만 지금처럼 강행만 바라보기에는 상황이 녹록치 않다는 판단"이라고 밝혔다.

또다른 당 관계자는 28일 오전 본보 취재에 "당 지도부가 법안 강행 처리를 위한 명분쌓기에 치중한다는 지적도 있다"며 "반대로 이용우 의원이나 이상민 의원은 구체적인 수정 보완입법 내용을 밝히면서 개정안에 대한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송영길 당 대표는 이번에 중진 의원들의 의견을 청취하는 과정에서 '참고하겠다'고만 말해 별다른 입장을 추가로 표명한 것은 아니다"며 "아직까진 온갖 지탄을 받더라도 강행 처리해 할건 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기자협회·한국인터넷신문협회 등 언론 6단체는 본회의가 열릴 30일 국회 앞에서 반대 항의 시위를 예고했다.

민주당이 국민의힘의 반대를 무릅쓰고 거대 의석을 앞세워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최종 통과시킬 경우, 이들은 31일 기자회견을 열어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위헌심판소송 등 법적 조치에 대해 밝히고 곧장 실행에 옮길 계획이다.

현재 민주당 내에서 속도조절론 또는 반대 의견을 낸 의원은 적지 않다. 5선 이상민 의원을 비롯해 4선 노웅래, 재선 박재호·송기헌·조응천 의원, 초선 오기형·이용우·장철민 의원, 현 대선 경선 후보인 재선 박용진 의원 등이 꼽힌다.

앞서 박용진 의원은 26일 열린 당 정기국회 워크숍에서 "이번 법 개정이 새를 향해 던진 부메랑으로 돌아와 우리를 때리는 '개혁의 부메랑', 쇠뿔 바로잡으려다 소를 죽인다는 '교각살우'가 되지 않을지 생각해봐야 한다"면서 재차 반대 의사를 밝혔다.

당 지도부는 주말에 이르기까지 입장 변화가 없는 상황이다. 27일 한준호 원내대변인은 반대하는 비판 여론에 대해 "충분히 설득될 것"이라고 자신하기도 했다.

민주당이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그대로 밀어붙여 희대의 악법으로 자리매김할지 주목된다. 국회 본회의는 30일 오후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