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이후 여론조사 16건 중 '윤석열-안철수 단일화 적합도' 9건 분석
이재명·민주당 지지자들, 안철수로 '역선택'…최소 2.5배에서 8배까지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와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 간 표심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까지 약진하면서 야권 단일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지난 4일 이후 실시된 전국단위 대통령선거 여론조사 16건 중 윤석열 후보와 안철수 후보 간의 단일화 적합도(지지도)를 물어본 조사가 9건에 달했다. 본보는 이 9건의 결과 내역을 살펴보았다.

살펴본 결과, 하나로 좁혀졌다. 민주당 또는 이재명 후보를 지지하는 응답자들 중 다수가 윤 후보가 아닌 안 후보를 선택했다. 사실상의 '역선택' 현상이 확인된 셈이다.

안 후보를 선택한 여당측 지지자들과 윤 후보를 택한 여당 지지자들을 배율로 비교하면 최대 8배에 달한다(글로벌리서치 1월 5~6일 조사 결과).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왼쪽)와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적게 보아도 2.56배(한길리서치 1월 8~10일 조사 결과)에 달하는 것이 현실이다. 배율 중간값은 4~5배다.

이는 같은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지지층 또는 이재명 지지층을 비교해 봐도 마찬가지다. 거의 비슷한 배율의 격차를 본보가 제작한 표에서 확인할 수 있다.

원래 경제학 용어인 '역선택'은 정치권에서 선거철마다 등장한다.

A정당 지지자들이 B정당 경선에 개입해 고의적으로 약체 후보에게 투표함으로써 A정당에게 유리하도록 선거판세를 조작하는 행위를 말한다. 경쟁력을 갖춘 B정당의 특정 후보를 막기 위해서다.

윤 후보와 안 후보 중 누가 더 경쟁력을 갖췄는지 딱 잘라 말하긴 힘들다.

이번 여론조사 8건의 사례를 돌이켜 보면, 민주당 또는 이 후보를 지지하는 응답자들은 '윤 후보보다 안 후보가 상대하기 쉽다'고 생각할 수 있다는 결론이 도출된다. 다만 이는 가능성의 차원이지, 실제 효과가 확인된 것은 아니다.

   
▲ 이 표는 2022년 1월 4일 이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에 등록된 전국단위 전국대통령선거 여론조사 중 야권 단일화 후보에 대한 적합도(지지도)를 조사한 9건을 시간 순으로 정리한 것이다. 각 조사방법은 ARS 및 전화면접 비중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다. 각 여론조사의 오차범위는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1.8%(1건) 또는 ±3.1%(8건)다. 각 여론조사 결과는 공직선거법 및 선거여론조사기준에 따라 등록됐다. 각 조사에 대한 보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의 여론조사결과현황 게시판에서 확인할 수 있다. /표=미디어펜

민주당 선대위 관계자는 14일 본보 취재에 "야권 단일화 방정식이 갈수록 복잡해지는 모양새이지만, 이재명 후보는 개의치 않고 자신의 길을 묵묵히 갈 것"이라며 "오히려 단일화 보다 정권교체여론을 어떻게 누그러뜨리고 문재인정부와 차별화된 정권 재창출을 어필할 수 있느냐에 관심이 쏠린다고 볼 수 있다"고 전했다.

그는 "서민 생활, 국민 유권자들에게 피부에 와닿는 생활밀착형 공약을 꾸준히 선보이는 것도 이 후보 노력의 일환"이라며 "중도 선점이 문제가 아니라 최대한 많은 국민들에게 이 후보 자신의 경쟁력과 정책 실행력을 알리고 싶은 마음 뿐"이라고 밝혔다.

특히 그는 '역선택' 현상에 대해 "우리쪽 지지자 분들이 어떤 선택을 하는지 그 속내를 정확히 유추하긴 어렵다"며 "다만 윤 후보에 대한 비토가 그렇게 많다는 것은 윤 후보에 대한 비호감도가 높다는 것이고, 그것이 야권 단일화의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권리당원으로 지난 10년 넘게 당을 지지해온 박모 씨(49)는 이날 본보 취재에 "아무래도 이 후보가 상대하기 쉬운 쪽을 선호하지 않을까"라며 조심스레 말했다.

박 씨는 "5년전 19대 대선에서도 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고작 41% 득표율로도 넉넉히 대권을 거머쥐었다"며 "당시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가 각기 득표율을 나눠가졌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이번 대선에서도 지금과 같은 형국으로는 단 몇 %의 격차로 승패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며 "누가 야권 단일후보로 나서든 이 후보가 이길 수 있겠지만 좀 더 손쉬운 승부를 위해 안철수를 암암리에 지지할 수 있다고 본다"고 전했다.

수도권 지역 민주당의 한 지역위원장은 이날 본보 취재에 "대선이 두달도 안 남았다"며 "여론조사 외에는 딱히 다른 단일화 방안이 없을텐데, 야권은 논의 자체가 너무 늦은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그는 이날 "외연 확장이라는 명분과 역선택 방지라는 구체적 이유가 맞부딪힐 것으로 보인다"며 "실제로 지역 민심은 안 후보를 윤 후보 보다 더 가깝게 여기고 더 선호하는 측면이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안 후보를 쉽게 보는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것은 단정 지을 수 없는 유권자 각자의 표심 속 실제 마음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오는 3월 9일 대통령 선거일까지 단 54일 남았다. 야권 단일화를 위한 시간이 하루씩 줄어들고 있다.

이 후보 및 민주당 지지자들이 과연 야권 단일화 과정에 실제 개입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국민의힘의 결단과 국민의당 협상력이 주목되는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