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아직 별다른 입장 없어…대통령실 "달라진게 없다" NCND 고수
나경원 출구전략 모색? 윤이 긍정할 뾰족수 없어…각 세우는 모양새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잠깐의 혼란과 소음이, 역사의 자명한 순리를 가리거나 막을 수는 없을 것입니다. 함부로 제 판단과 고민을 추측하고 곡해하는 이들에게 한 말씀 드립니다. 나는 결코 당신들이 진정으로 윤석열 대통령,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위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최근 돌발적인 저출산 대책 발언으로 궁지에 처했던 나경원 대통령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위원장 윤석열 대통령) 부위원장이 13일 결국 사직서를 던졌다. 사표가 아니라 집권여당 당권을 향한 출사표를 던진 셈이다.

잠행 중인 나경원 부위원장은 이날 사직서를 직접 제출하는 대신 대리인을 통해 저출산위원회에 제출했다.

제출 소식이 세간에 알려짐과 동시에 나 부위원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위와 같이 언급하면서 당내외 '친윤 인사'에 대해 저격하고 나섰다. 일종의 언론 플레이다. 여러모로 파장을 더 불러일으킬만한 행보다.

   
▲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이 1월 11일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2023 서울시당 신년인사회에서 건배사를 하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앞서 나 부위원장은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김대기 대통령비서실장에게 사의를 밝힌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통령실 입장은 확고부동하다. 나 부위원장을 둘러싼 상황이나 입장 모두 달라진게 없다는 'NCND(Neither Confirm Nor deny·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다)'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12일 기자들의 거듭된 질문에 "어떤 구체적 행정 절차가 진행되지 않기 때문에 추가적으로 11일 이후 다른 입장을 낼 그런 상황이 아닌 점에서 달라진 것이 없다"며 "일관되게 정부와 협의 없이 정책에 대해 말한 부분에 대해 대통령실이 유감을 표명했고, 그러고 나서 어떤 기류 변화가 있었던 것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나 부위원장이 이날 사직서를 정식으로 제출했기 때문이다. 대통령실이 밝힌 '기류의 변화'다. 대통령실의 기존 입장에 변화가 생길 수밖에 없는 지점이다.

문제는 나 부위원장의 입지 자체다. 나 부위원장 입장에서 보면 '출구전략 모색' 차원에서 사직서를 던졌다는 해석을 낼 수 있지만, 이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반응하거나 긍정할 뾰족한 수는 아니라는 한계에 부딪힌다. 타이밍을 놓쳤다는 실기가 아니라, 외통수에 스스로 들어갔다는 '자업자득'이다.

특히 인사권자를 향해 사직서를 던졌다는 것 자체가 윤 대통령에게 각을 세우는 모양새로 비춰진다. 대통령실의 강경한 입장이 달라질게 전혀 없는 상황이다. 선출된지 8개월 밖에 안된 '살아있는 권력'에게 전직 의원이 대드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대통령실 안팎 인사들의 평가를 종합하면, 나 부위원장은 스스로 한계를 드러냈다는 분석이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와 마찬가지 평가다.

오히려 이번 사직서 제출로 대통령 입장에서는 나 부위원장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하기가 더 곤란해졌다. 입에 담는 순간, 대통령으로서 당무에 노골적으로 개입하는 모양새가 연출되기 때문이다.

취재에 응한 대통령실 관계자들은 이번 사안에 대해 어떻게 물어봐도 함구할 정도다.

실제로 윤 대통령은 앞서 '이준석 가처분' 이슈에 대해서도 지난해 9월 2일 도어스테핑에서 기자들에게 "시간이 좀 걸릴 수 있겠지만 조급하게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대통령으로서 당무에 '이래라 저래라'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재차 밝힌 바 있다.

앞으로가 관건이다. 나 부위원장이 제출한 사직서를 대통령실이 계속 묵혀둘수록, 이대로 시간이 지날수록 대통령실이 당대표 선출에 개입한다는 비판에 힘이 실릴 전망이다.

공은 인사권자에게 넘어 왔다. 윤 대통령이 결국 사직서를 수리해 나 부위원장을 놓아줄지 주목된다. 타이밍과 고도의 정치적 판단이 요구되는 사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