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3월 정기 주총서 사명 전격 변경 가결… 'HDC' 떼고 'IPARK' 전면에
지주사 혈통보다 '고객 신뢰'가 우선… 라이프 부문 9개 계열사 동시 간판 교체
빅데이터 분석 결과 '호감도·관심도 급상승'… 위기를 기회로 바꾼 브랜드 경영의 정석
[미디어펜=조태민 기자]기업에 있어 '이름(사명)'을 바꾼다는 것은 단순히 간판을 교체하는 행위를 넘어, 과거의 모든 관성을 깨고 완전히 새로운 미래로 진입하겠다는 생존의 선언이다. 2026년 3월 26일, 서울 용산 사옥에서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대한민국 건설업계의 시선을 단숨에 사로잡는 결정이 내려졌다. HDC그룹의 모태이자 핵심 건설 계열사인 기존 'HDC현대산업개발'이 그룹의 꼬리표였던 HDC를 과감히 떼어내고, 주거 브랜드 'IPARK'를 앞세운 'IPARK현대산업개발'로 사명을 공식 변경한 것이다.

올해 창립 50주년을 맞아 발간된 사사 《결정의 순간들》의 마지막 장은, 이들이 왜 그룹의 혈통(lineage)을 증명하는 대기업의 간판을 버리고 주거 브랜드인 'IPARK'를 회사명 전면에 배치하는 배수의 진을 치게 되었는지, 그 숨 막히는 포트폴리오 대전환의 이면을 상세히 기록하고 있다.

   
▲ IPARK현대산업개발 본사가 위치한 아이파크몰 용산 전경./사진=IPARK현대산업개발
 
"그룹 이름보다 현장의 브랜드가 무겁다"
이번 사명 변경의 가장 큰 특징은 철저하게 '고객 가치와 브랜드'를 중심으로 기업 정체성을 재정립했다는 점이다. HDC그룹은 미래 50년을 위한 핵심 성장 동력으로 라이프(Life), 인공지능(AI), 에너지(Energy) 등 3대 부문을 설정했다. 이 중 주택·건설·유통·레저를 아우르는 '라이프' 부문의 9개 계열사(IPARK현대산업개발, IPARK아이앤콘스, IPARK몰 등)가 일제히 기존 HDC 대신 IPARK를 사명 전면에 도입했다.

사사는 이 결정의 순간을 두고 "건설사가 지닌 가장 무거운 책임은 지주회사의 이름을 빛내는 것이 아니라, 현장에서 고객이 매일 마주하는 브랜드의 신뢰를 증명하는 것"이라고 고백한다.
지난 수년간 겪었던 뼈아픈 부실시공 사고와 참회의 터널을 지나오며, 이들이 내린 결론은 명확했다. 간판을 숨기거나 세련된 영어 약자 뒤로 피하는 대신, 자신들의 상징이자 심장인 'IPARK'를 회사 이름으로 내걸고 "품질과 안전으로 정면 돌파해 시장의 평가를 받겠다"는 결연한 의지의 표현이었다.

단순한 '성냥갑' 시공사에서 '라이프 플랫폼 기업'으로
사명이 바뀌면서 IPARK현대산업개발이 추구하는 미래 비즈니스의 체질도 완전히 달라지고 있다. 과거의 현대산업개발이 땅을 사서 아파트를 분양하고 떠나는 '단발성 시공사'였다면, 새로운 IPARK현대산업개발은 주거 공간 공급을 넘어 유통·문화·레저·콘텐츠를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종합 라이프 플랫폼 기업'을 지향한다.

집을 짓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소비되는 문화와 삶의 경험 자체를 총체적으로 디자인하겠다는 구상이다. 최근 대대적으로 단행된 IPARK 브랜드 아이덴티티(BI) 리뉴얼 역시 디지털 환경과 오프라인 공간을 넘나들며 고객에게 일관된 안전성과 편리함을 제공하기 위한 인프라 구축의 일환이었다.

   
▲ 더 나은 삶의 형식을 입체적으로 구현한 BI./사진=IPARK현대산업개발
 
시장이 먼저 반응했다… 수치로 입증된 '신뢰의 회복'
사명을 변경한 지 불과 두 달이 지난 2026년 6월 현재, 시장과 실수요자들의 반응은 뜨겁다. 빅데이터 분석업체 데이터앤리서치의 조사에 따르면, 3월 사명 변경 이후 온라인상에서 'IPARK' 및 '아이파크'에 대한 실수요자들의 관심도와 긍정적 호감도가 전년 동기 대비 큰 폭으로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의 낙인을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참회하며 철저한 안전 시스템 개혁을 단행한 뒤, 브랜드 이름을 걸고 정공법으로 소통한 전략이 시장의 신뢰 회복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50년 전 한강변 모래밭에서 '한국도시개발'로 미약하게 시작했던 기업은 반세기 동안 영광과 상실, 그리고 처절한 반성을 거치며 마침내 'IPARK'라는 거대한 이름으로 우뚝 섰다. 간판까지 바꾸며 배수의 진을 친 이들의 눈은 이제 단순한 마천루가 아닌, 가장 안전하고 완벽한 미래의 주거 생태계를 향하고 있다.
[미디어펜=조태민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