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세계 홀린 K뷰티에 필요한 세가지
수정 2026-06-09 15:31:11
입력 2026-06-09 15:31:15
김견희 기자 | peki@mediape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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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피알(APR)은 뷰티 디바이스라는 새로운 카테고리로 뷰티 테크 시장을 개척했고, 구다이글로벌은 자사 브랜드 '조선미녀'를 앞세워 미국 틱톡 세대를 사로잡았다.
이들의 민첩한 활약에 지난해 한국 화장품은 수출액 114억 달러를 돌파하며 세계 2위 수출국으로 도약했고,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는 화장품 종주국인 프랑스를 제치고 수입 점유율 1위라는 성과를 거뒀다. 소셜미디어를 타고 확산한 바이럴 마케팅과 중소 인디 브랜드의 톡톡 튀는 기획력이 빚어낸 성과다.
하지만 샴페인을 터뜨리기엔 아직 이르다. K뷰티라는 꼬리표에 기대어 수익내기에 급급한 이른바 '감성팔이' 제품들이 우후죽순 쏟아지고 있다는 점은 뼈아픈 대목이다. K뷰티가 반짝 유행을 넘어 글로벌 주류 산업으로 안착하기 위해 필요한 세 가지가 있다.
첫째, 산업의 펀더멘탈(기초 체력)을 증명할 '독자적 원천 기술'이다. 오늘날 인디 브랜드의 범람은 세계 최고 수준인 제조자개발생산(ODM) 인프라 덕분이지만, 획일화된 처방은 무분별한 카피 제품의 양산이라는 부작용을 낳았다.
전통 강자인 아모레와 LG가 수십 년간 쌓아올린 연구개발(R&D) 역량, 혹은 에이피알이 기획부터 생산까지 뷰티 디바이스 밸류체인을 내재화하며 기술 장벽을 높인 것처럼 본질적인 R&D 투자가 동반돼야 한다.
둘째,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넘어 프리미엄 브랜딩을 통해 지구력을 확보하는 것이다. 구다이글로벌의 조선미녀가 한방 원료라는 확실한 콘셉트로 돌풍을 일으켰듯 롱런을 위해서는 확고한 브랜드 철학이 필수다.
실제로 현재 수출 호조 이면에는 '가성비 좋은 한국 화장품'이라는 인식이 깔려 있다. 그러나 고환율과 원부자재 인상 등 매크로 불확실성 속에서 저가 출혈 경쟁은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과거 아모레퍼시픽의 '설화수'나 LG생활건강의 '후'가 밟아온 하이엔드 브랜딩의 궤적을 이제는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춰 확장해야한다.
셋째, 까다로워지는 수출 장벽을 넘기 위한 '규제 대응력'도 대비해야 한다. 최근 화장품 수출국이 다변화하는 가운데 미국 화장품 규제 현대화법을 비롯해 유럽의 친환경·안전성 규제가 새로운 허들로 떠오르고 있다. 이에 국내 기업들은 제품 기획 단계부터 환경과 인체 안전성을 고려한 인증 시스템을 내재화하는 선순환 구조 마련에 힘써야한다.
K뷰티 딱지만 붙이면 팔리는 호황기는 영원할 수 없다. 신구(新舊) 뷰티 기업 모두가 화려한 마케팅 뒤에 가려진 내실을 되돌아보고, 압도적인 품질력과 브랜드 철학으로 진검승부를 펼쳐야 할 때다.
[미디어펜=김견희 기자] ▶다른기사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