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시간 머리 맞댔지만 해법 못 찾은 '부동산 대토론회'…알맹이는 없었다
수정 2026-07-23 16:26:03
입력 2026-07-23 16:13:43
서동영 기자 | westeast0@mediapen.com
'트리플 강세' 속 각계 140명 모였으나 세제·금융 백가쟁명…구체적 공급안 부재
초고가 1주택 세제 혜택 옥죄기 집중…개편안 앞두고 증세 명분 축적용 시선도
초고가 1주택 세제 혜택 옥죄기 집중…개편안 앞두고 증세 명분 축적용 시선도
[미디어펜=서동영 기자]부동산 시장에서 매매와 전세, 월세가 모두 오르는 '트리플 강세'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대통령이 직접 주재하고 각계각층이 참여하는 토론회를 열었지만, 알맹이는 빠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통령이 국민과 직접 소통하는 자리는 의미가 있지만, 구체적이고 의미 있는 해결책은 없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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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3일 이재명 대통령이 주재하는 '부동산정책 국민 대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발언 기회를 얻고자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
◆보유세·양도세 갑론을박, 핵심은 초고가 1주택자 혜택 축소
23일 '부동산정책 국민 대토론회'에서 가장 화두에 많이 오른 건 종합부동산세(종부세), 재산세 같은 보유세와 양도세, 취득세 등 거래세였다. 특히 초고가 1주택자의 보유세, 거래세 세제 혜택을 얼마나 줄일 것이냐가 집중 논의됐다. 이들이 받는 과도한 세제 혜택으로 인해 '똘똘한 한 채' 선호가 높아지며 이는 집값 상승으로 이어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어서다.
보유세에 대해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재의 주택 수가 아닌 시가를 기준으로 서울 평균 가격의 2배, 대략 10억 원 이상을 초고가로 규정하고 종부세 실효세율을 1% 수준까지 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한발 더 나아가 남기업 토지+자유연구소장은 "거주냐 실거주냐를 구분하지 말고 종부세를 보편적으로 강화해야 한다"며 현행 제도로는 똘똘한 한 채 현상을 막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거래세인 양도세에서도 1가구 1주택 비과세(양도가액 12억 원 이하)와 장기보유특별공제(최대 80%)가 사실상 초고가 1주택자에게 혜택을 몰아주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이광수 광수네복덕방 대표는 "미국처럼 비과세 한도를 두고 횟수도 생애 1회로 제한하자"고 주장했다.
반면 세금 강화로 인한 유탄으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나올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됐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 대표는 "정부 세제 개편안이 사실상 '다주택자 규제·비거주 1주택자 규제·초고가주택 규제' 세 축으로 정리된다"면서 "최근 서울 집값 상승은 15억 원 이하 구간에서도 나타나고 있어 초고가 주택만 때려서 안정될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비거주자·다주택자를 규제하면 결국 전월세 세입자들이 그 여파를 맞게 될 텐데 이에 대한 세입자 보호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양도세 비과세 횟수나 금액을 제한에 대해서는 오종현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조세연구본부장이 "거주 이전의 자유를 억제해 선량한 사람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며 반대했다. 대신 "초고가 주택의 장기보유특별공제에 한도를 두는 방식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이 대통령은 비과세 혜택의 무제한 반복 적용에 대해 "생애 1회는 모르겠지만, 기회가 무한대로 주어지는 건 문제가 있다"며 총액 제한 필요성에는 공감을 표했다. 다만 구체적 방식에 대해서는 "구체적 타당성 있게 하자는 정책 같다"며 확답을 유보했다.
◆정비사업 규제 완화 요구 속 이주비 대출 풀어질까
토론회에서는 도시정비사업 규제 완화 필요성도 제기됐다. 특히 이주비 대출을 풀어달라는 요구가 여러번 나왔다. 정비사업 시 조합원이 이주할 때 받는 조합원 소유 주택(종전 자산)을 담보로 금융기관으로부터 이주비 대출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정부가 집값이 급등하자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6억 원으로 일괄 제한하면서 조합원 이주비 대출도 함께 묶었다. 특히 다주택자는 이주비 대출 한도는 0%다.
이에 대해 양지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이로 인해 정비사업이 원활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양 위원은 "서울 강남권에는 1군 건설사들이 있어 기본 이주비 대출과 함께 추가 대출까지 받을 수 있지만 그 외 지역은 기본 이주비 대출만으로 할당해야 해 사업 진행이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 역시 "다주택자여서 이주비를 못 준다는 문제가 발생하면 이주가 진행될 수 없다"며 "그렇다 보니 시공사의 신용을 통해 사업비 대출을 지원하는 식으로 가는데, 추가 이주비 금리가 6∼8%로 일반 대출보다 높아 조합 단위로는 수백억원의 금융비용이 추가로 든다"고 지적했다.
회사원 박진주 씨도 "서울 외곽 아파트는 감정평가액이 높지 않아 1주택자 이주비 대출에서 담보인정비율(LTV)의 40%로 대출이 제한되면 1억∼2억 원밖에 받지 못한다"며 "1억∼2억으로는 서울에서 3인 이상이 살 수 있는 전셋집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인 만큼 6억 원 이하 조건부 LTV 조건을 상향해 주는 대안 등을 심도 있게 고민해 달라"고 촉구했다.
이에 이재명 대통령은 "이주비 대출 문제에 대해서는 세심하게 살펴보겠다"며 이억원 금융위원장에게 "실제 애로를 풀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이 무엇인지 파악하라"고 지시했다.
반면 정비사업 규제를 오히려 옥죄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광수 광수네복덕방 대표는 "지금 서울시장이 추진하는 것처럼 재건축 규제를 완화하면 집값이 폭등하고 30만 채가 없어질 것"이라며 재건축·재개발 총량 규제를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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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명 대통령(맨 오른쪽)이 23일 부동산정책 국민 대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
◆공급 등 다른 핵심은 빠졌다는 지적…결론 정해놓기?
이번 토론회는 대통령이 부동산과 관련해 직접 전문가는 물론 국민 의견을 듣는다는 좋은 취지로 마련됐다. 그런데도 알맹이는 없었다는 비판이다
3시간이 넘게 진행됐지만, 참석자들이 140명이나 되다 보니 시간적 제약이 컸다. 게다가 핵심적인 내용이 빠졌다. 특히 주택 공급에서 이렇다고 할 계획이나 대책이 나오지 않았다. 두성규 목민경제정책연구소 대표는 "세제를 제외한 금융·공급 분야에서는 사실상 대안이랄 게 없었다"고 평가했다.
토론회에서 청년 등을 위한 공급 일환으로 오피스텔, 빌라 같은 비아파트 활성화가 거론됐지만 구체적인 방법론은 나오지 않았다는 지적도 있다. 권대중 한성대 경제부동산학과 석좌교수는 "소형 도시형생활주택·오피스텔이 주택 수에 포함돼 청약 가점과 양도세 중과에서 불리해지는 구조를 정비하자는 이야기가 나왔어야 했다"고 짚었다. 또한 취득세 언급도 빠졌다고 지적했다.
이런 흐름으로 볼 때 내달 초로 발표가 예정된 부동산 종합대책에서도 시장이 반길만한 공급 대책이 없을 것이라는 우려다.
이번에 중점적으로 다뤄진 부동산 세제에 대해서도 이미 결론이 정해진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있다. 당장 이달 말 부동산 세제개편안이 발표될 예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토론회에 나온 이야기가 아무리 좋다 한들 개편안에 반영할 시간적 여유가 있겠느냐는 지적이다. 게다가 토론회 흐름으로 봤을 때 보유세는 물론 양도세까지 강화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이는 보유세는 올리고 양도세 등 거래세는 내려야 한다는 상당수 전문가들의 의견과 배치된다. 두성규 대표는 "대통령이 보유세 인상 필요성을 이야기 했지만 양도세를 명확하게 낮춰준다는 명확한 시그널은 없었다"고 분석했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한국부동산경영학회 회장은 "부동산 시장에서는 토론회 전부터 정부가 부동산 증세를 위한 명분을 축적하기 위한 수단으로 쓰이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제기됐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토론회에서 나온 각종 의견이나 제안이 이미 예전부터 정부가 다 파악하고 있던 내용의 반복이었을 뿐, 특별히 새롭거나 좋은 대안은 없었다는 평가다. 한문도 서울디지털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그동안 다 나왔다는 이야기"라며 "지난 1년 동안 무엇을 하다가 이제와 토론회를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쓴소리를 날렸다.
한편 토론에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모두발언을 통해 현재 부동산 시장이 심각한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 국민의 자산 가운데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율은 세계적으로도 매우 높은 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특정 지역에 수요가 집중되면서 가격이 계속 오르다가 어느 한계점에서 버블이 터지면 일본이 잃어버린 30년의 어려움을 겪었던 것처럼 될 수 있다"며 "우리도 그러는 것 같아 걱정이 크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문제를 허심탄회하게 토론한다면 일정한 수준의 사회적 합의가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