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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민생·혁신·통합엔 ‘빈손’…뒤늦게 “총선승리” 배수진

입력 2015-11-05 15:14:22 | 수정 2015-11-09 16:34:54
김민우 기자 | marblemwk@mediapen.com

[미디어펜=김민우 기자]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역사교과서 국정화 저지에 총력전을 전개하면서 한동안 잠잠하던 당내 계파갈등이 새로운 모습으로 전개되고 있다.

비주류 일각에서는 10.28 재보궐선거 참패에 대한 문 대표의 책임을 면전에서 질타하는가 하면 안철수 전 공동대표와 박영선 전 원내대표 등은 공동전선을 형성해 보폭을 넓히고 있다. 게다가 문 대표를 위시한 지도부가 국정화 저지 투쟁에만 파묻혀 있는 것에 대한 당내 시선도 곱지 않아 결이 다른 목소리들이 점차 나오기 시작한다.

특히 20대 총선을 불과 5개월 앞둔 시점에서 당내 요구인 권역별 비례대표제, 내년 총선을 위한 선거구 획정 등에 대한 논의가 올스톱 되면서 문 대표 스스로 강조하던 혁신과 통합은 온데간데 없어졌다.

비주류들의 목소리가 불거져나오기 시작하자 문 대표는 뒤늦게 “총선 승리에 정치인생을 걸겠다”고 선언했지만 그저 대선용 깃발을 민생·혁신에서 ‘국정화 저지’로 갈아치운 것에 불과하다는 평가가 많다.

   
▲ 새정치민주연합은 정부의 역사교과서 국정 전환 확정고시 발표를 하루 앞둔 지난 2일 국회 중앙홀에서 국정화 반대를 위한 농성에 들어갔다. 농성은 지금도 진행 중이며 김한길 안철수 전 대표와 박지원 전 원내대표 등 비주류 측도 참여해 힘을 모으기도 했다./사진=미디어펜

 

국정화 저지 전선구축에 총력…일시적 당내 단합 이룬 듯 보이지만

문 대표는 4일 ‘역사교과서 국정화 철회 대국민담화’를 통해 국정교과서를 “거짓말 교과서”로 단정 지으며 “다른 정당과 정파, 학계와 시민사회가 함께하는 강력한 연대의 틀을 논의해 나가겠다”고 밝혀 국정화 저지 총력전에 나설 것을 선포, 당내 결집을 호소했다.

새정치연합이 본격적인 투쟁에 돌입한 것은 지난달 27일 박근혜 대통령이 2016년도 예산안 심의 시정연설을 위해 국회를 찾아왔을 때부터다.

이들은 오전 박 대통령이 본회의장에서 시정연설을 하는동안 국정교과서 반대 문구가 들어간 피켓을 들고 침묵시위를 했으며 오후에는 광화문광장에서 대규모 촛불집회를 열고 집단투쟁을 단행했다.

정부의 역사교과서 국정 전환 확정고시 발표를 하루 앞둔 지난 2일에는 국회 중앙홀에서 국정화 반대를 위한 농성에 들어갔다. 이들의 농성은 지금도 진행 중이며 김한길 안철수 전 대표와 박지원 전 원내대표 등 비주류 측도 참여해 힘을 모으기도 했다.

비주류 인사들이 지난달 12일 혁신토론회를 열고 지도부와 혁신위원회의 공천혁신안을 비판하는 자리를 갖기는 했지만 비주류 모임인 '민주당의 집권을 위한 모임(민집모)'이 2차 토론회와 문 대표의 사퇴를 요구하는 성명 발표를 연기하는 등 가급적 목소리를 아끼는 모습도 보였다.

이처럼 국정화 정국을 통해 지도부가 앞장서 정부여당에 각을 세우고 내부 갈등을 잠재우겠다는 그동안의 전략은 어느정도 효과가 있는 듯 했다.

 

10.28 재보선 참패 침묵…당내 계파갈등 재점화 자초

그동안 잠잠했던 비주류 의원들의 문재인 대표를 향한 비판이 지난 10.28 재보선 참패 이후 다시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이들은 특히 선거기간에 보인 지도부의 무관심과 책임회피를 집중 공격했다.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아무리 지방선거라도 야당은 중앙당에서 체계적 지원을 해야 한다"며 "이것도 안 하면 대표는 왜 필요한가”라고 압박했고 안철수 전 대표는 “당이 아직 신뢰를 회복하지 못했다”며 혁신위원회의 공천혁신이 아닌 진정한 혁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반문재인의 대표격인 조경태 의원은 “책임지는 자세가 당 대표의 자세인데 유독 이렇게 책임지지 않는 대표는 처음봤다”라며 “당을 위하고 개인을 위해서라도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백의종군 자세를 취해야 더 큰 재앙을 막을 수 있다”고 말하는 등 거듭 사퇴를 촉구했다.

특히 재보선 참패 다음날 문재인 대표를 만나 면전에서 대표직 사퇴를 요구했던 비주류 의원들 중 한 명인 황주홍 의원은 4일 TBS 라디오에 출연해 “지금 누구도, 당 대표를 포함해서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가 없다. 정말 희한한 리더십이 아닐 수 없다”고 밝혀 논란이 됐다.

새정치연합은 재보선에서 인천 서구와 전남 함평 단 두 곳에서만 승리했다. 기초단체장, 기초의원 선거구 22곳에서는 새누리당과 무소속 후보에 밀려 단 한 석도 얻지 못했다.

문 대표의 지역구인 부산 사상에서도 새정치연합 후보가 새누리당 후보에게 20% 넘게 뒤졌고 전남 신안군에서도 무소속 후보들에 밀려 3위에 그쳤고 그동안 강세를 보였던 수도권에서조차 새누리당에 전패했다.

이번 재보선은 국회의원 선거가 포함되지 않는 등 주목도가 비교적 떨어져 투표율도 20% 안팎으로 저조했으나 20대 총선을 약 6개월 남은 시점이었고, 민생의 파수꾼인 지역의원과 단체장을 뽑는 선거였다는 점에서 민의를 가늠할 수 있는 시기였다.

그럼에도 당 지도부는 재보선 패배 이후 이틀간 침묵을 지키더니 책임론이 거세지자 그제서야 뒤늦게 “면목이 없다”, “결과를 무겁게 받아들이겠다”며 진화에 나선 것이다.

동시에 지난 30일 지도부 차원에서도 역사교과서 국정화 고시 강행 이후에 대비한 '출구전략'을 마련할 필요가 있고, 그동안 미뤄온 당내 현안 처리에 나서자는 요구가 나와 회의를 열고 논의를 가질 예정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주승용 최고위원은 같은 날 확대간부회의에서 “선거구 획정, 오픈프라이머리 입장 정리, 윤리심판원장 인사 등이 밀려있다. 선출직공직자평가위원장도 어떻게 평가하겠다고 의원들에게 인사하는 자리를 가질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비례대표 선출 규정 제정을 위한 태스크포스(TF) 설치 안건 처리가 지난 2일 비주류 최고위원들의 반대로 불발된 것 외에는 알려진 바가 없다.

새정치연합은 정책과 현안 논의 대신 국정화 확정고시를 두고 전면 투쟁을 택했고 3일 국회 본회의를 비롯해 예산안 심사, 인사청문회 등 모든 회의의 연기와 무산을 초래했다.

야당은 이 같은 강경 드라이브를 국정화 확정 고시에 대한 투쟁이라고 설명하지만 실제로는 10·28 재보선 참패로 당내 비주류에서 다시 불거져 나오는 '문재인 퇴진론'과 무관치 않다는 해석도 제기된다.

   
▲ 새정치민주연합의 보이콧으로 3일 국회 본회의장에는 여당 의원들만 입장해 대기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강경투쟁 문재인, 비난 거세지자 “총선승리에 정치생명 걸었다”

새누리당은 이 같은 야당의 '국회 보이콧'을 두고 가뜩이나 어려운 서민경제의 고통을 가중시키는 것이라면서 국회로의 복귀를 촉구했다.

김무성 대표는 4일 기자들과 만나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가 대국민 담화에서 헌법소원 및 국정화금지법 제정 방침 등을 밝힌 데 대해 “법을 발의하든 헌법소원을 하든 할 것 다 하시고 국회로 빨리 돌아와달라”고 주장했다.

원유철 원내대표도 문 대표의 담화를 “반 민생 국론분열의 선전포고”로 규정하고 “정기국회가 한 달밖에 남지 않은 시점에서 절박한 청년들의 일자리와 산적한 민생 현안을 무참히 내팽개칠 수 있는지 개탄스럽다”고 비판했다.

이장우 대변인은 지난 10.28 재보궐선거에서 참패한 직후 다음날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역사교과서 관련 기자회견을 연 것과 관련 “소속 의원들의 책임론 주장에 문 대표는 모르쇠로 일관했다. 고집과 불통의 리더십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며 “내부 불만의 소리를 국정교과서로 잠재워 흔들리는 리더십을 감춰보려는 꼼수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안철수 새정치연합 전 대표도 국회 농성 장기화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안 전 대표는 4일 당이 국회 농성을 이어가는 것과 관련, “저희들의 의사를 표현하는 방식이지만 언제까지 할 수는 없지 않나”라며 “당이 전면에 나서서 부당성을 주장하다 보면 결국 정치세력 간 대결구도로 가서 정쟁화하게 되는데 그것은 문제를 푸는데 좋은 방법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처럼 강경 투쟁에 대한 비판여론이 거세지고 당내에서도 피로감과 당내 문제 논의 실종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문재인 대표는 5일 “싸우는 긴 기간 동안 역사 국정교과서에만 매달릴 수도 없는 노릇"이라며 "위기에 빠진 경제와 민생도 살려야 한다”며 태세를 전환했다.

문 대표는 이날 국회 본관 중앙홀내 농성장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하루아침에 끝날 문제가 아닌 만큼, 학계·시민사회와 함께 연대하며 길게 내다보면서 동력을 어떻게 잘 이끌고 가는 전략이 필요하다”며 조만간 농성과 국회 의사일정 보이콧을 접고 원내외 병행투쟁으로 전환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러면서 정부여당을 향해 “경제·민생을 걱정하고 살리려는 의지가 있다면 이 중요한 시기에 민생과 아무런 상관없는 역사 국정교과서문제로 평지풍파를 일으켜 국력을 낭비하고 국민을 분열시킬 수 있겠는가”라며 “정부여당은 경제와 민생을 말할 자격이 없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시한이 촉박한 예산안 처리를 보이콧하는 등 국회를 마비시키는데 앞장 선 문 대표가 할 말인지는 의문이 드는 부분이다. 정말로 내년 총선에 이어 대선에서 승리하고 싶다면 국정화 투쟁에 잊고 있던 것들이 무엇인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비롯한 선거제도 개혁 논의, 법적 시한(11월13일)이 8일밖에 남지 않은 선거구 획정문제 등 여당과 협조가 요구되는 중대 현안이 산적하다.

내부적으로도 혁신위원회의 작품인 현역의원 20% 물갈이를 위한 선출직공직자평가위원회 가동, 결선투표제 등 지역구 의원 공천제도를 둘러싸고 당내 갈등이 예정돼있다.

10‧28 재보선 패배의 책임을 추궁하며 대표직 퇴진 촉구 성명을 준비하는 비주류 의원들과 혁신을 놓고 끝장토론을 준비 중인 안철수 전 대표도 문 대표로서는 넘어야할 산이다.

국정화 정국에 밀려나 관심에서 멀어졌지만 야당이 지난 7월부터 강하게 주장한 국정원의 ‘휴대전화 해킹 의혹’을 비롯해 특수활동비 개선을 위한 소위원회를 반드시 설치하겠다던 주장도 최근 잠잠하다.

안병욱 위원장의 사퇴로 한 달 넘게 공석이 된 윤리심판원장 재임명 등 참신한 인재의 영입도 해야하고 통합행보를 위한 ‘특보단’ 구성도 보름 넘게 미뤄진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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