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성준 기자] 14년간 대형마트의 발을 묶었던 유통법 개정 관련 논의가 활발해지면서 이해관계자 간 갈등도 고조되고 있다. 대형마트의 ‘새벽 배송’ 허용 여부가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가운데, 전통시장 및 소상공인들이 반대 목소리를 높이며 규제 완화 방향을 두고 진통이 예상된다.
대형마트의 새벽 배송 허용을 골자로 하는 유통법 개정과 관련해 이해관계자 간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사진은 전통시장에서 과일과 채소를 판매하는 모습./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25일 업계에 따르면 정치권에서 대형마트 규제 완화에 따른 상생 방안으로 ‘새벽 배송’ 허용 품목 중 신선식품을 제외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당정이 지난 8일 유통산업발전법(유통법) 개정 추진에 합의한 뒤, 전통시장과 소상공인 등의 반발이 커진 데 따른 것이다.
당정은 현행법상 대형마트 영업제한 시간(자정~오전 10시)에 ‘전자상거래를 위한 포장·출고·배송’은 예외로 하는 조항을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재래시장·소상공인 측은 해당 규제 완화로 대형마트가 새벽 배송에 뛰어들면 골목상권이 한층 더 위축될 것이라 주장하고 있다. 특히 재래시장 주요 판매 품목인 신선식품의 매출 타격이 클 것이란 우려다.
하지만 대형마트 역시 신선식품을 주력 품목으로 삼고 있는 만큼, 새벽 배송에서 신선식품이 제외된다면 규제 완화 효과가 반감될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온라인 플랫폼 대비 가격 경쟁력 면에서 불리한 공산품만으로는 새벽 배송 인프라를 구축할 유인이 부족하다는 설명이다. 정책 실효성에 대한 비판이 커지자 정부는 선 긋기에 나섰다.
중소기업벤처부는 24일 보도설명자료를 통해 “정부는 대형마트의 새벽배송 허용 품목에서 신선식품을 제외하는 등의 방안을 외부에 보고한 사실이 없다”면서 “대·중소 유통업계 상생협력방안은 현장 및 업계 의견 수렴을 바탕으로 향후 구체화해 나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2012년 도입된 유통법은 대형마트 영업시간을 자정부터 오전 10시까지로 제한하고, 월 2회 의무휴업을 강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재래시장 등 골목상권을 보호한다는 취지였지만, 도입 당시부터 규제 실효성에 대한 비판이 지속돼 왔다. 대형마트가 문을 닫아도 재래시장의 소비자 유입은 제한될 것이란 지적이었다. 실제로 지난 14년간 대형마트의 발이 묶인 사이 급성장한 것은 재래시장이 아니라 규제 사각지대에 있던 온라인 플랫폼이었다.
대형마트 업계에서는 ‘오프라인 장보기 문화’가 쇠퇴하고 관련 수요를 온라인이 대부분 흡수하면서 재래시장 역시 타격을 입은 것으로 보고 있다. 유통 환경이 온라인 플랫폼을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면서, 대형마트와 재래시장 사이의 경쟁 관계도 흐릿해졌다는 설명이다. 일각에서는 대형마트의 집객 효과가 재래시장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소비 양상이 ‘오프라인 대 온라인’으로 나뉜 상황인 만큼, 일단 소비자를 오프라인으로 유인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대형마트의 새벽 배송 도입은 오프라인 유통의 경쟁력을 회복할 방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전국 오프라인 매장을 물류 거점(PP센터)으로 활용해 재고 및 물류 관리 효율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폐기 물량이 많은 신선식품의 경우 새벽 배송이 도입되면 가격 경쟁력을 한층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신선식품은 대형마트가 온라인 플랫폼 대비 경쟁우위를 점할 수 있는 분야인 만큼, 오프라인 유통 활성화를 위해선 새벽 배송을 통해 신선식품의 차별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대형마트 업계 관계자는 “기존 영업제한 시간에 온라인 배송을 허용하는 것은 규제 완화의 첫걸음으로 매우 긍정적으로 본다”고 평가했다. 이어 “다만 대형마트에서 매출 비중이 큰 신선식품을 새벽 배송에서 제외하는 것은 물류 효율 저하를 불러오고, 이는 대형마트의 새벽 배송 인프라에 대한 투자 유인을 낮추게 될 것”이라며 “특히 대형마트에 농축수산물을 납품하는 농업인들의 피해를 불러올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미디어펜=김성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