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석원 문화미디어 전문기자] 눈이 아닌 귀로 서로의 숨소리를 읽고, 마음으로 화음을 쌓아 올리는 기적 같은 무대가 찾아온다.
국립극장은 오는 4월 11일 해오름극장에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음악으로 하나 되는 클래식 축제 '2026 함께, 봄'을 개최한다.
올해로 5회째를 맞이한 '함께, 봄'은 국립극장의 '동행, 장벽 없는 극장 만들기' 사업의 일환으로 기획됐다. 따뜻한 봄날, 장애라는 문턱을 넘어 모두가 함께 공연을 즐기자는 취지를 담아 매년 관객들에게 깊은 울림을 전해왔다.
시각장애인 연주자들로 구성된 한빛예술단이 4월 11일 해오름극장에서 '2026 함께, 봄'을 개최한다. /사진=국립극장 제공
이번 공연의 중심에는 전 단원이 시각장애인으로 구성된 전문 연주 단체 '한빛예술단'이 있다. 이들은 악보를 볼 수 없는 한계를 수천 번의 반복 청음과 암기라는 치열한 노력으로 극복해낸 '악보 없는 오케스트라'다.
김종훈 음악감독의 세밀한 음성 신호와 단원들 간의 정교한 호흡만으로 완성되는 이들의 앙상블은 일반적인 교향악단을 뛰어넘는 집중력과 경이로운 일체감을 선사한다. 특히 한국기록원으로부터 최다 암보 연주 기록을 인증받았을 만큼, 이들이 빚어내는 선율은 단순한 연주를 넘어 인간 승리의 아름다운 서사를 담고 있다.
공연 프로그램은 대중에게 친숙한 명곡들로 채워져 장벽 없는 소통의 의미를 더한다. 모차르트의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 서곡을 시작으로, 생상스의 '동물의 사육제' 중 '백조', 푸치니 오페라 '투란도트'의 '아무도 잠들지 말라' 등 익숙한 클래식 선율이 해오름극장을 가득 채울 예정이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음악으로 하나 되는 클래식 축제 '2026 함께, 봄'의 포스터. /사진=국립극장 제공
협연진의 면면도 기대를 모은다. 평소 장애 예술인 지원에 앞장서 온 배우 정영주는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의 '싱크 오브 미'와 팝 명곡 '더 그레이티스트 러브 오브 올'을 한빛예술단과 함께 노래한다. 여기에 첼리스트 홍진호가 합류해 자신의 앨범 수록곡인 '오래된 다리'를 솔로로 연주하며 시각장애 연주자들과 음악적 교감을 나눈다. 피아니스트 안인모의 쉽고 다정한 해설은 클래식 문턱을 한층 낮춰줄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이번 공연은 누구나 편안하게 감상할 수 있는 '무장애(배리어 프리)' 무대로 꾸며진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실시간 음성 해설과 청각장애인을 위한 수어 통역이 동시에 제공되며, 점자 안내 지도 배포와 사전 안내 영상 제작 등 세심한 배려가 돋보인다.
국립극장 관계자는 "장애 예술가들에게는 빛나는 무대를, 관객들에게는 편견 없는 감동을 선사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며 "음악이라는 공통의 언어로 장애와 비장애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마법 같은 순간을 경험하시길 바란다"고 전했다.
[미디어펜=이석원 문화미디어 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