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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1400만 '왕사남', 위대한 역사도 가능하다

2026-03-20 14:35 | 이석원 부장 | che112582@gmail.com
[미디어펜=이석원 문화미디어 전문기자] "이제는 매일 매일이 두렵다는 생각이 든다. 전혀 예상하지 않았던 일이 벌어지면서 처음에는 신났지만, '이래도 되는 건가'하는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장항준 감독의 '엄살'(?)이 실은 엄살이 아닐 수도 있다. 영화 '왕과 사는 남자'(이하 '왕사남')를 바라보는 한국 영화계도 비슷한 '엄살'을 떨고 있는 지도 모르다. '왕사남'이 마침내 1400만 관객 고지를 밟으며 한국 영화 흥행 역사를 다시 썼고, 끝이 어디일 지는 아직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 

20일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과 배급사 집계에 따르면, '왕사남'은 이날 오후 누적 관객 수 1400만 명을 돌파했다. 이로써 '왕사남'은 역대 개봉작 중 6번째로 1400만 클럽에 가입함과 동시에, 외화 '아바타: 물의 길'(1400만 명)을 제치고 역대 흥행 순위 단독 5위에 올라섰다.

영화 '왕과 사는 남자'가 마침내 관객 1400만 명의 고지를 넘어섰다. /사진=(주)쇼박스 제공



이달 6일 천만 관객을 돌파한 이후 보름 만에 거둔 성과다. 유배지에서의 단종과 마을 사람들 사이의 우정을 그린 이 영화는 자극적인 소재 없이도 전 세대의 공감을 이끌어내며 장기 흥행에 성공했다. 이제 '왕사남'의 앞에는 '명량'(1761만), '극한직업'(1626만), '신과함께-죄와 벌'(1441만), '국제시장'(1426만) 단 4편의 한국 영화만이 남은 상태다. 

20일이 금요일인 점을 감안하면, 그리고 전 주인 13일 22만 1000명의 관객이 들었던 것을 감안하면, 어쩌면 20일 밤에 '국제시장'의 기록도 넘어설 지 모른다. 아무튼 이번 주말을 지나고 나면 '왕사남'은 역대 흥행 순위 3위에 올라설 것이 확실해 보인다.

관객 동원력 둔화됐지만 '대작 공백' 속 독주 체제 여전

개봉 초기와 비교하면 평일 관객 수가 감소하며 흥행 화력이 다소 둔화된 것은 사실이다. 지난주 진행된 주연 배우 유해진, 박지훈 등의 마지막 무대인사를 기점으로 폭발적인 예매 열기는 한풀 꺾였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영화계는 '왕사남'의 장기 레이스가 5월까지 충분히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시장 내 경쟁작의 부재다. 최근 '프로젝트 헤일메리'가 외화 최고 오프닝을 기록하며 선전하고 있지만, '왕사남'이 확보한 스크린 수와 중장년층까지 아우르는 폭넓은 관객층을 위협하기엔 역부족이라는 평이다. 특히 4월과 5월 초까지 이어지는 봄 시즌에 특별한 '텐트폴(대작)' 영화 개봉이 예정되어 있지 않아, '왕사남'이 극장가 점유율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며 관객을 흡수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이 조성되어 있다.

"5월까지 상영 시 1500만 달성 가시권"...영화계의 예측

영화계 전문가들은 '왕사남'의 최종 스코어를 1500만 명 이상으로 예측하고 있다. 한 극장 관계자는 "현재 관객 드롭률(감소율)을 고려하더라도, 5월 가정의 달 연휴까지 상영을 이어간다면 1500만 관객 돌파는 충분히 가시권에 있다"고 분석했다. 만약 4월 중 1500만을 넘어서게 된다면, 그리고 가정의 달이자 문화의 달인 5월까지도 상영이 이어진다면 한국 영화의 새로운 기록 작성도 불가능하지 않다는 전망이다. 

'왕과 사는 남자'가 5월까지 상영을 이어간다면 한국 영화 흥행의 새로운 역사를 쓰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고 영화계는 내다보고 있다. 사진은 영화 촬영장에서 장항준 감독과 유해진. /사진=(주)쇼박스 제공



영화 평론가들 역시 '왕사남'의 흥행 원동력으로 '작품의 따뜻한 시선'을 꼽는다. 한 평론가는 "역사적 비극인 단종의 이야기를 처절한 사극이 아닌, 인간적인 교감을 다룬 드라마로 풀어낸 장항준 감독의 연출력이 주효했다"며 "이러한 보편적인 감동은 입소문을 타고 극장을 잘 찾지 않던 중장년층 관객들을 다시 불러 모으는 '뒷심'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 영화 산업 재도약의 신호탄 될까

장항준 감독은 최근 무대인사에서 "이 영화가 우리 영화 산업이 도약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밝힌 바 있다. 실제로 '왕사남'의 흥행은 대형 액션이나 범죄물이 아닌 '휴먼 드라마' 장르로도 1400만 관객을 모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시켜 주었다는 점에서 업계에 주는 의미가 크다.

이제 '왕사남'의 시선은 더 높은 곳을 향하고 있다. 4월과 5월 개봉 예정인 '노멀'이나 구교환 주연의 '군체' 등 신작들의 공세 속에서도 '왕사남'의 견고한 스크린 점유율이 유지될 지가 관건이다. 대한민국을 '단종 앓이'와 '엄흥도 열풍'으로 몰아넣은 이 영화의 최종 종착역이 어디가 될지, 영화계 전체가 숨을 죽이며 지켜보고 있다.

[미디어펜=이석원 문화미디어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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