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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장고 팔던 LG의 역발상"… 팔지 않고 돈 버는 구조 만든다

2026-03-20 15:13 | 배소현 기자 | kei_05219@mediapen.com
[미디어펜=배소현 기자] TV와 냉장고, 세탁기 등 전통적인 가전 제품을 기반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입지를 다져온 LG전자가 이제는 단순히 제품을 팔고 끝내는 사업이 아닌 고객을 이탈을 막고 붙잡아두는 사업으로의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가전 구독과 케어 서비스를 중심으로 한 반복 수익 모델 구축에 주력하고 있다. 단순 제품 판매를 넘어 유지관리와 서비스, 데이터까지 결합한 구조로 사업 무게 중심을 옮기겠다는 전략이다.

LG전자는 생활가전을 중심으로 경쟁력을 유지해온 이례적인 기업으로 꼽힌다. 최근과 같이 산업 구조가 빠르게 재편되는 상황에서, 근 60년 간 가전 위주의 포트폴리오로 꾸준한 영업이익을 올리며 수십 년 성장 기반을 유지해온 글로벌 기업은 극히 드물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위치한 LG트윈타워 전경./사진=LG전자 제공


LG전자는 제품 판매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매출이 발생하는 구조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제품 구매로 끝나는 일회성 거래가 아니라, 사용 기간 전반에 걸쳐 고객과 관계를 유지하며 수익을 창출하는 구조로 전환을 꾀하는 중이다.

글로벌 가전업체인 월풀 등 주요 경쟁사들이 제품 판매 비중이 여전히 높은 구조를 유지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LG전자의 시도는 상대적으로 빠른 전략 전환으로 평가된다.

LG전자의 구독 사업은 기존 렌털과는 결이 다르다. 단순히 제품을 일정 기간 빌려주는 방식이 아니라 필터 교체와 정기 점검, 성능 관리 등 유지·보수 서비스를 결합해 고객과의 접점을 장기간 유지하는 구조다.

이를 통해 제품 판매 이후에도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고객의 사용 기간 동안 지속적으로 관계를 이어가는 '락인(lock-in)'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제조업 특유의 일회성 매출 구조를 반복 수익 기반으로 전환하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유의미하다는 평가다.

특히 이 과정에서 축적되는 데이터는 향후 사업 확장의 중요한 기반으로 꼽힌다. 제품 사용 패턴과 고장 이력, 소비자 행동 데이터 등을 토대로 맞춤형 서비스나 AI 기능으로 확장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이 같은 흐름은 가전에 서비스 요소를 결합하려는 시도로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DVD 대여 사업에서 출발해 글로벌 구독 플랫폼으로 성장한 넷플릭스의 초기 전략과도 닮아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콘텐츠 판매 중심에서 구독 기반 구조로 전환하며 기업 가치와 수익 구조를 동시에 바꿨다는 점에서다. 물론 가전과 콘텐츠라는 산업 차이는 있지만, '판매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구조'로의 전환이라는 점에서는 유사한 흐름으로 읽힌다.

이 같은 전략 변화의 중심에는 류재철 사장이 있다. 생활가전 사업을 총괄하는 류 사장은 제품 경쟁력에 서비스와 데이터를 결합하는 방향으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구독과 AI를 결합해 기존 하드웨어 중심 사업을 '서비스형 가전'으로 확장하겠다는 구상이다.

업계에서는 LG전자의 시도가 단순한 신사업이 아니라, 가전 사업 자체의 성격을 바꾸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제품 판매 이후까지 사업 영역을 확장함으로써 수익 구조의 안정성을 높이고 경기 변동에 대한 대응력을 강화할 수 있다. 실제로 구독 모델은 국내에서는 이미 성과를 내고 있으며 해외 시장에서도 초기 확장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LG전자는 말레이시아를 비롯해 태국·대만·싱가포르·인도·베트남 등으로 구독 사업을 확대해 왔다. 특히 태국에서는 서비스 출시 1년 만에 매출이 10배 이상 증가하고 가입자 수가 3만 명을 넘어서는 등 빠르게 시장에 안착하는 모습이다. 동남아를 중심으로 해외 구독 매출이 40% 이상 성장하는 등 가시적인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다만 이 같은 성과는 일부 지역에 집중된 초기 단계라는 점에서 한계도 존재한다는 평가다. 글로벌 확장 가능성 역시 아직은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한 단계로 분석된다. LG전자는 사우디아라비아 등 신규 시장 진출도 검토하고 있지만, 국가별 소비 패턴과 유통 구조가 다른 만큼 동일한 사업 모델이 글로벌 전반에서 통할지는 여전히 변수로 남아 있다. 초기 제품 공급 비용과 서비스 운영, 인프라 구축 부담이 동시에 발생하는 점 역시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제조업 전반이 제품 판매 이후 수익 확보로 관심을 넓히는 흐름 속에서 LG전자의 시도는 비교적 선제적인 움직임으로 평가된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변화의 방향성과 확장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업계 내 한 관계자는 "넷플릭스가 DVD 사업에서 시작해 지금의 글로벌 빅테크로 성장한 사례를 보면, LG전자 구독 사업의 잠재력도 단순히 가전 수준에 머물지 않을 수 있다"며 "향후 글로벌 시장에서 더욱 성과를 낼 경우 단순 가전회사를 넘어 전혀 다른 사업 구조를 가진 기업으로 바뀔 가능성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펜=배소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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