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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옷보다 헌 옷”...패션 업계 중고 바람

2026-03-20 16:15 | 김견희 기자 | peki@mediapen.com
[미디어펜=김견희 기자]국내 패션 기업들이 중고 거래 시장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단순히 개인 간 거래를 중개하는 차원을 넘어 정품 유무와 상태를 보증하는 인증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하나의 플랫폼으로 자리잡는 한편 패션 자원의 선순환 구조 구축에 대한 기대도 나온다. 

롯데몰 은평점에 마련된 무신사 아울렛./사진=무신사 제공



20일 업계에 따르면 LF가 지난해 9월 선보인 리세일 플랫폼 '엘리마켓(L RE:Market)'은 출범 6개월만에 판매량이 40배 이상 늘었다. 엘리마켓은 이자벨마랑과 헤지스 등 LF가 보유한 일부 브랜드의 의류를 되팔 수 있다. 고객이 중고 의류 판매를 신청하면 엘리마켓이 물품 수거부터 매입가 산정, 재판매까지 모든 절차를 진행해준다. 되파는 고객의 번거로움 없으면서도 구매자 입장에선 정밀 검수 시스템에 의한 신뢰도도 높아 판매가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국내 최대 패션 플랫폼 무신사 역시 온·오프라인을 넘나들며 리세일 영토를 확장하고 있다. 무신사가 지난해 8월 선보인 '무신사 유즈드'는 올해 1월 기준 일 평균 등록되는 중고 의류는 2800여 벌, 판매 중인 상품 수는 13만 종에 달한다. 또 온라인뿐만 아니라 이달 롯데몰 은평점에 문을 연 무신사 아울렛 내에서 무신사 유즈드를 오프라인으로도 선보이고 있다.

과거 중고 거래 시장의 고질적인 문제는 가품 우려와 상품 상태의 불확실성이었다. 이를 기업이 직접 검수하는 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B2C) 형식으로 해결하며서 시장의 반응도 높아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대기업의 인증 중고는 중고 거래의 최대 약점인 리스크를 해소해 준다"며 "이는 마치 자동차 업계의 '인증 중고차' 모델이 패션으로 이식된 것과 같다"고 설명했다.

패션 공룡들이 리세일에 사활을 거는 이유는 폭발적인 시장 성장성 때문이다. 글로벌 컨설팅 그룹 BCG는 전 세계 중고 패션 시장이 연평균 10%씩 성장해 2030년에는 3600억 달러(약 480조 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대한상공회의소가 분석한 시장 전망도 마찬가지다. 향후 3년간 중고 패션 시장 예상 성장률(48.7%)은 일반 패션 시장(8.4%) 대비 약 6배에 달할 것으로 관측된다.

시장 성장의 배경에는 '실속'과 '가치'를 동시에 챙기려는 MZ세대가 있다. 고물가 기조 속에서 명품을 합리적 가격에 소유하려는 욕구와 환경적 가치를 중시하는 순환 패션 트렌드가 맞물린 결과다.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찾는 소비자뿐만 아니라 환경적 가치를 중시하는 MZ 세대를 흡수하는 락인(Lock-in) 효과도 기대된다. 또 중고 거래 플랫폼을 운영하며 전 과정에서 얻는 고객 취향 데이터는 향후 신상품 기획과 마케팅에 활용될 수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고 거래는 이제 결핍에 의한 소비가 아니라, 자신의 취향을 증명하고 가치를 순환시키는 하나의 문화"라며 "플랫폼의 정교한 검수 시스템과 브랜드 헤리티지가 결합된 리세일 시장 주도권 싸움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디어펜=김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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