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재선 KG그룹 회장은 ‘부활의 승부사’이자 실패한 기업의 숨은 가치를 찾는 ‘M&A연금술사’로 불린다. 단돈 7만 원을 들고 상경한 무일푼 청년이 공격적인 M&A로 40년 만에 재계 순위 50위권의 KG그룹을 일궈낸 것은 단순한 성공 신화로 치부할 수 없다. 곽재선 회장이 60년 전통의 경기화학부터 만년 적자의 KGM(쌍용차)까지 모두가 외면한 부실기업의 숨은 가치를 살피고,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바꾼 비결은 책 속의 지식이 아닌 '현장의 지혜'였다. 최근 발간된 ‘곽재선의 창’은 2026년 글로벌 관세 전쟁과 공급망 위기라는 거대한 파고 앞에서 우리 기업들이 열어야 할 '미래의 창'이 무엇인지 묵직한 해답을 제시한다. 본지는 5편에 걸쳐 승부사 곽재선 회장의 시작과 현재를 알아본다./편집자주
[②전략의 창]
2003년 대한민국 경제는 외환위기의 상흔이 가시지 않은 채 불확실성의 터널을 지나고 있었다. 그때 재계를 깜짝 놀라게 한 소식이 들려왔다. 무명의 경영자 곽재선이 장기간 법정관리 체제에 있던 ‘죽어가는 공룡’ 경기화학(현 KG케미칼)을 인수한다는 뉴스였다. 당시 경기화학의 부채비율은 800%에 달했다. 하지만 곽 회장은 남들이 보지 못하는 ‘전략의 창’을 열고 있었다.
▲남들이 ‘부채’라는 벽을 볼 때, 그는 ‘잠재력’이라는 창을 냈다
당시 금융권과 전문가들은 경기화학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로 보았다. 거대한 부채와 노후화된 설비, 경직된 조직 문화는 누구도 선뜻 손대기 힘든 리스크였다. 하지만 곽재선 회장의 시선은 달랐다.
최근 발간된 그의 저서 ‘곽재선의 창’에서 그는 당시를 이렇게 회고한다. “모두가 재무제표의 붉은 숫자를 볼 때, 나는 경기화학이 가진 반세기 역사의 기술력과 비료 산업의 본질적 가치를 보았다.” 그는 800%의 부채라는 거대한 벽 너머에 있는 ‘자산의 잠재력’에 집중했다. 이것이 바로 곽 회장이 말하는 두 번째 창, 즉 ‘전략의 창’이다.
▲인수 6개월 만의 기적, ‘KG케미칼’로 쏘아 올린 부활
곽 회장의 전략은 정밀하고 과감했다. 그는 인수한 지 불과 6개월 만에 경기화학을 흑자로 돌려세우는 기염을 토했다. 단순히 허리띠를 졸라매는 방식이 아니었다. 불필요한 공정을 과감히 정리하고, 현장 노동자들의 마음을 얻어 생산성을 극대화하는 ‘실용주의 경영’의 승리였다.
그는 사명을 경기화학에서 KG케미칼로 바꾸며 오늘날 KG그룹의 모태를 세웠다. 법정관리 기업이 민간 경영자의 손에서 반년 만에 부활한 사례는 대한민국 M&A 역사에 전무후무한 기록으로 남았다. 곽 회장은 ‘지식’으로 계산된 리스크를 ‘지혜’로운 전략으로 정면 돌파하며, 자신만의 턴어라운드 공식을 완성했다.
▲2026년, 다시 ‘전략의 창’을 닦아야 할 때
오늘날 고금리와 글로벌 경기 침체로 많은 기업이 위기에 처해 있다. 곽재선 회장이 20여 년 전 보여준 경기화학의 기적은 2026년 현재를 살아가는 경영자들에게 묵직한 메시지를 던진다. 위기는 곧 ‘숨은 가치를 발견할 기회’라는 사실이다.
곽 회장은 말한다. “전략이란 결국 남들이 보지 않는 방향으로 창을 내는 용기다.” 경기화학에서 증명된 그의 연금술은 이후 동부제철, 쌍용자동차로 이어지는 거대한 ‘부활의 대서사시’의 시작에 불과했다.
[미디어펜=문수호 기자]